윤신혜 전문가가 돋보기를 활용해 목향을 살펴보고 있다.
기자 역시 여러 번 화분 가꾸기에 실패하고 식집사의 꿈을 포기했다. 그러다 지난겨울 집들이 선물로 목향 화분을 들이면서 다시 식물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선물 받은 나무는 수형이 고고하고 잎이 싱그러워 집 안 어디에 두든 분위기가 확 살았다. 인터넷으로 물주기와 통풍 등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확인하고 열심히 따라 해 겨우내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식물을 보면서 봄에는 잎이 무성하게 우거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웬걸. 3월부터 끝부분이 붉게 변하는 잎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살짝만 건드려도 탈모로 머리카락 빠지듯 잎들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가 아프면 가족이 아픈 것처럼 속상하다는데 식물도 다르지 않았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서울 종로구 반려식물 클리닉을 찾았다.
클리닉 비용 무료, 반려식물 치료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화분에서 목향을 꺼내 흙을 살펴보니 땅콩껍질과 이물질들이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다. 클리닉에는 다양한 흙이 구비돼 있어 무료로 분갈이를 해준다.
처음 클리닉을 방문하면 여느 병원과 마찬가지로 언제부터 키웠는지, 어떤 증상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등 식물에 관한 ‘신상 정보’를 작성한 후 전문가의 상담 및 치료를 받는다. 목향 치료를 맡은 윤신혜 전문가는 식물보호기사 자격증을 지닌 식물 재배 및 병리학 분야의 베테랑이다.
윤 전문가는 육안과 돋보기를 활용해 식물을 살펴본 후 화분에서 꺼내 흙과 뿌리 상태를 확인했다. 건강한 목향나무 뿌리는 아이보리 색인데, 갈색 혹은 고동색으로 짙게 변한 뿌리들이 발견됐다. 농장에서 화분으로 옮겨 심은 후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게 문제의 원인으로 보였다. 화분 속에는 흙과 함께 땅콩 껍데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었는데, 공기가 잘 통하는 노지에서는 이런 것들이 퇴비가 될 수 있지만 화분 속에서는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게 윤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의 진단에 따라 임시로 분갈이를 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윤 전문가는 “분갈이 후에는 식물도 몸살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햇볕을 피해 그늘에서 뿌리 내리기를 유도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아울러 화분도 현재 사용하는 도기보다는 토분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도기 화분은 인테리어용으로는 좋지만 초보 식집사들에게는 수분 조절이 용이한 토분이 좀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윤 전문가에 따르면 과습, 통풍 등과 같은 재배 환경 문제로 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70% 정도이고, 병충해가 원인인 경우는 20% 정도 된다. 병충해의 경우는 원인만 제거하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사례가 많다. 윤 전문가는 “아무리 상태가 나쁜 식물도 클리닉에서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식물을 치료해 다시 식집사에게 돌려보내는 순간이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클리닉에서는 식물 치료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클리닉에서 반려식물 치료를 경험한 후 교육과정에 등록하는 사람도 많다.
반려식물 클리닉 이용 신청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yeyak.seoul.go.kr)에서 가능하다. 클리닉 비용은 무료이며 비료와 흙 등도 클리닉에서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분갈이를 해야 할 경우 화분은 본인이 가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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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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