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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살린 33평 신혼집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4. 03. 21

집에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자리하는 데드 스페이스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참신한 아이디어로 자투리 공간까지 알차게 꾸민 3년 차 신혼부부의 33평(111㎡) 집을 참고하자. 

아이보리 계열로 따뜻하게 전체를 마감한 거실. 다소 강한 패턴의 트래버틴 대리석 타일과 내추럴한 식물 화분이 잘 어우러진다.

아이보리 계열로 따뜻하게 전체를 마감한 거실. 다소 강한 패턴의 트래버틴 대리석 타일과 내추럴한 식물 화분이 잘 어우러진다.

올해로 결혼 3년 차인 주강욱·이세화 부부. 이 집은 이들의 두 번째 보금자리로, 부부와 올해 8세 된 반려견 ‘쀼’ 그리고 곧 만날 배 속 아기까지 모두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이전 집은 준공 후 처음 입주한 신축 아파트였어요. 교통편과 주변 인프라 등이 마음에 들어 이 집으로 이사를 결정했지만, 새 아파트에 살다가 지은 지 12년 된 곳으로 옮기려고 보니 아쉬운 점이 많더라고요.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선 리모델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부부가 꿈꾸는 집의 모습은 명확했다.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의 ‘코지(cozy) 하우스’가 그것. 집 전체를 통일감 있게 채우고 있는 아이보리 컬러와 거실 한편에서 조용히 불꽃을 나부끼고 있는 바이오에탄올 벽난로가 부부의 이런 취향을 잘 보여준다.

부부의 힐링 아이템이라는 바이오에탄올 난로. 깃털처럼 나부끼는 불꽃을 멍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즐긴다.

부부의 힐링 아이템이라는 바이오에탄올 난로. 깃털처럼 나부끼는 불꽃을 멍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즐긴다.

“전면 수리를 결정하고 바로 업체 물색에 들어갔어요.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가장 비중 있게 본 것은 업체 고유의 스타일과 분위기였죠.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이 같아야 의사소통의 오류가 적고 과정도, 결과물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몇 곳을 추린 후 오프라인 미팅을 거쳐 업체를 선정했는데, 결론적으로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의사소통이 원활하니 디자인과 시공이 이루어지는 몇 달 동안 아쉬운 점이나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고, 무엇보다 결과물이 매우 만족스러우니 말이죠.”

이 집의 관전 포인트는 영리한 공간 활용이다. 레이아웃을 대거 변경하거나 확장하는 대신 기존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채 공사를 진행했는데, 그런데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비결은 마감재 베리에이션과 부분 구조변경. 고정관념을 탈피한 이러한 시도들은 아이디어 하나로도 충분히 감각적인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콤팩트한 주방의 변신

콤팩트한 주방 리모델링의 모범 답안과도 같은 주방 겸 다이닝 룸. 주방 입구 양쪽 벽체가 맞지 않았지만 굳이 라인을 맞추지 않고 거울을 시공, 복도처럼 보이게 했다.

콤팩트한 주방 리모델링의 모범 답안과도 같은 주방 겸 다이닝 룸. 주방 입구 양쪽 벽체가 맞지 않았지만 굳이 라인을 맞추지 않고 거울을 시공, 복도처럼 보이게 했다.

이 집의 백미는 다이닝 기능까지 더한 주방이다. SNS에서나 볼 법한 예쁜 카페 같은 감각적인 디자인도 좋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콤팩트한 곳에 대면형 주방은 물론이고 다이닝 공간까지 보기 좋게 만들었다는 것.


주방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들.

주방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들.

“평수에 비해 주방이 유독 작게 나온 집이에요. 대면형 주방을 원하셨는데, 그러기엔 공간이 너무 좁아 고민이 많았죠. 여러 생각 끝에 제가 내놓은 해결책은 ‘자투리 공간까지 최대한 활용하자’였어요.”

세면기 아래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수납력을 높였다.(왼쪽) 벽체를 따로 만들지 않고 심플하게 조적식으로 마무리한 공용 욕실.

세면기 아래에 수납공간을 만들어 수납력을 높였다.(왼쪽) 벽체를 따로 만들지 않고 심플하게 조적식으로 마무리한 공용 욕실.

시공을 맡은 오스튜디오 노경륜 실장은 버리는 공간 없이 주방을 알뜰하게 사용해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일단 세탁기와 건조기, 보일러가 들어갈 자리만 최소한으로 확보하고 주방 옆 베란다와 세탁실을 모두 확장했다. 확장 후 남은, 활용도 떨어지는 자투리 공간에는 작은 수납장과 선반을 달아 수납력을 극대화했다. 주방의 키 큰 수납장에도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보통은 90°로 열리는 수납장 문을 달지만, 이곳은 180°로 열리는 문을 설치하고 그 안에 소형 가전과 별도 상부장을 배치해 늘 정돈된 주방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수납장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는 덕분에 오픈장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이렇게 주방 레이아웃을 정돈하니 다이닝 공간도 주방 한편에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바닥재를 사용한 점도 독특하다. 요리하는 주방의 바닥은 거실과 같은 트래버틴 패턴 대리석 타일로 시공한 반면, 식탁이 있는 쪽은 원목마루를 깔아 공간 분리 효과는 물론 아늑한 느낌의 다이닝 공간을 연출할 수 있었다. 다이닝 공간에 설치한 아일랜드 테이블과 연결되는 라운드형 벤치도 포인트 아이템. 공간을 덜 차지하는 것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해 콤팩트한 주방에 잘 어울린다.

좁은 현관의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문 옆 벽을 사선으로 만들고 거울을 부착했다.

좁은 현관의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문 옆 벽을 사선으로 만들고 거울을 부착했다.

아늑한 느낌을 극대화한 침실

베란다 단을 높여 평상을 만든 침실. 침대 양쪽으로 협탁을 제작해 두고 평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활용한다.

베란다 단을 높여 평상을 만든 침실. 침대 양쪽으로 협탁을 제작해 두고 평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활용한다.

리모델링 후 침실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주방과 욕실, 거실 등의 수리에 집중하고, 침실은 구조를 바꾸기보다 침구나 조명, 소품 등을 활용해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 하지만 주강욱·이세화 부부의 집에선 침실의 변화가 유독 눈에 띈다. “침대 뒤편으로 보이는 평상은 베란다를 확장한 곳이에요. 침실에서 출입하는 곳이 아닌 거실과 연결된 베란다여서, 침실에서 그곳으로 나가려면 높은 턱을 넘어야 했어요. 철거가 안 되는 부분이라 베란다 확장 후 단을 높여 이렇게 평상을 만들었죠. 저희 부부 둘 다 와인을 좋아하는데, 주방 공간이 좁아 이렇게 침실에 와인 셀러를 뒀어요. 아내가 아이를 갖기 전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와인 한 병 꺼내 평상에 앉아서 창밖을 구경하며 한 잔씩 마시는 재미가 꽤 좋았죠. 지금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차 마시는 장소로 애용하고 있어요.” 바라던 대로 아늑하고 실용적이며 아름다운 집을 완성한 주강욱·이세화 부부. 예쁜 아기가 태어나 네 가족으로 완전체가 되면 부부의 취향은 또 어떤 멋진 그림을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신혼부부인테리어 #아파트리모델링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o!h studio(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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