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울산 앞바다에서 한 낚시꾼이 잡은 망상어를 산 채로 회를 떴는데, 그 망상어의 몸속에서 10여 마리의 긴 기생충들이 꿈틀꿈틀 발견됐다는 한 언론의 충격적인 보도가 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국이 ‘고래회충’ 공포에 휩싸였다. 당시 망상어의 몸속에서 발견된 것은 고래회충이 아닌 ‘필로메트라’라는 선충으로 밝혀졌지만 아직까지도 고래회충에 대한 공포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람의 뇌 속까지 침투한다’거나 ‘감염되면 사망에 이른다’는 듣기만 해도 끔찍한 괴담들이 인터넷상에 가득한데, 과연 고래회충 감염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속으로 자살하게 만든 후, 숙주의 몸을 뚫고 서서히 빠져나오는 긴 실지렁이 모양의 기생충, 연가시. 실제로 여치, 사마귀의 체내에 3, 4마리씩 기생하며 신경전달물질을 배출해 뇌를 장악해버린 후 산란기가 되면 물속으로 유인하는 무시무시한 기생충이다. 그 공포스러움에 연가시는 영화의 소재로까지 다뤄졌다. 그런데 지난 3월. 연가시보다 대한민국을 더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든 기생충이 있었다. 사람에게 영향을 못 미치는 연가시와 달리, 사람의 위장을 뚫고 나와 고통스러운 통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이다. 구충제에도 죽지 않고, 위산에도 멀쩡히 살아 긴 몸통을 흔들며 머리로 위벽을 갉아먹는 ‘고래회충’이다. 바닷 속의 모든 물고기에게 구충제를 먹일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고래회충 감염을 피할 수 있을까. 고래회충의 실체와 그 예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6주간 전국 바닷가를 샅샅이 돌며 생선의 내장을 파헤쳐봤다.
회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한 바닷가 인근 도시를 지켜본 결과, 한 달에 고래회충 감염자가 4, 5명꼴로 발생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래회충이란 고래의 내장 속에 사는 긴 지렁이 모양의 기생충으로 왕성한 활동력이 특징이다. 성충은 성인 손가락 길이보다 훨씬 더 길고 두꺼우며 짙은 색을 띠지만, 고등어나 우럭, 광어 등에서 발견되는 고래회충은 아직 성충이 되기 전 단계로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길이에 매우 가늘고 투명한 색을 띠며 똬리를 틀거나 활발히 헤엄을 친다. 이 고래회충이 도대체 어떻게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걸까.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래의 내장 속에 기생하는 이 고래회충은 고래의 배설물을 통해 알을 낳게 된다. 그리고 이 알을 새우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먹고 그 안에서 고래회충이 부화하게 된다. 새우를 먹은 큰 물고기의 내장에서 고래회충은 점점 성장을 하게 되고, 이 물고기와 함께 고래회충을 사람이 먹을 경우 최종 감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고래회충, 내시경으로 빼내는 수밖에 없어
실제로 고래회충에 감염됐던 부산에 사는 김성자 씨. 5년 전, 친구들과 점심으로 ‘아나고’라고도 불리는 붕장어 회를 소주와 함께 먹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5시간 후, 김성자 씨는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배를 움켜쥐었다. 배 속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구멍을 뚫는 듯한 고통이었다. 처음엔 체한 줄로만 알고 뜨거운 매실차에 소화제까지 먹어봤지만, 고통은 더 심해졌고 심한 구토 증세까지 보여 결국 다음 날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본인의 위속에서 실 같은 긴 벌레 두 마리가 마구 헤엄을 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래회충에 감염됐던 것이다. 당시 그녀를 치료했던 담당 의사는 그때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밤새 심한 복통과 구토에 시달리다 내원한 경우였어요. 고래회충 2마리가 위장의 중간 부분 곳곳에 상처를 내고 있었습니다. 보통 위장 안쪽으로 고래회충이 파고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이 아주 심합니다. 당시 한 마리씩 위 내시경을 통해 직접 집게로 집어 빼냈습니다.”-이정웅 내과 원장
고래회충은 사람의 위산을 피하려는 습성 때문에 위장 속에서 활발히 헤엄치며 위벽으로 파고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구충제나 약물에도 고래회충이 죽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내시경을 통해 직접 끄집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고래회충에 감염됐던 두 번째 사례자를 만났다. 인천에 사는 박용호 씨는 2년 전, 한 횟집에서 오징어 회를 먹었다. 그런데 오징어 회를 먹은 후 계속되는 ‘찌르는 듯한 고통’에 병원을 찾았다. 그 역시 고래회충에 감염된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의 몸 안에서 발견된 고래회충은 길이가 3.2cm나 됐다. 1cm도 안 되는 작은 상태로 오징어 회와 함께 섭취했는데 10일간 위산에도 죽지 않으며 그의 몸 안에서 ‘폭풍’ 성장한 것이다. 그는 “꼭 지렁이 같았다”고 기억했다. 이처럼 생존력이 강한 고래회충은 여느 유충과 다른 특징이 하나 더 있다.
70℃ 이상 가열, 횟감은 신속히 내장 제거해야
“고래회충도 암컷과 수컷이 있습니다. 암컷은 실처럼 보이는 하얀 색의 자궁이 두 갈래인 쌍자궁을 지녔습니다. 자손을 더 많이 퍼뜨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자궁 하나씩에 충란이 가득 차 있는데요. 포식성 물고기들이 주로 고래회충에 많이 감염됩니다. 붕장어, 복돔, 우럭, 광어 등이 해당됩니다.”-심서보 건국대 환경생물의학과 교수
국내에서 횟감 1, 2위에 손꼽히는 우럭과 광어에 고래회충이 많다는 이야기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산지에 내려갔다. 큰 몸집을 뽐내는 3kg 자연산 광어와, 역시 건장한 2.8kg의 자연산 우럭을 살아있는 채로 잡았다. 위를 가르자 하얗고 긴 고래회충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 위를 뚫고 나와 활발히 헤엄치는 고래회충도 많았다. 핀셋으로 내장에 박혀 있는 고래회충 한 마리의 꼬리를 잡고 뽑아내자, 마치 또 다른 숙주를 찾는 듯 머리를 요동치며 움직였다. 광어 한 마리에서 고래회충 30마리, 우럭 한 마리에서 28마리를 각각 발견했다. 이번엔 서울시 송파구의 한 대형 마트를 찾았다. 대형 마트의 수산 코너 냉장고엔 고등어들이 진열돼 있었다. 죽은지 3, 4일 된 고등어들이었고 분명 내장이 제거된 상태로 포장된 고등어였음에도, 다량의 고래회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고래회충도 있었다. 곧장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수산시장에서 오징어, 갈치, 볼락, 꽁치, 삼치, 고등어, 붕장어 총 7종류의 생선을 구입해 내장을 갈라보기로 했다. 오징어는 금어기여서 냉동 오징어를 구입했다. 먼저 갈치의 배를 갈라봤다. 분명 죽은 갈치였지만 내장에 기생하고 있는 고래회충은 활발히 움직이며 살아 있었다. 심지어 내장 부근 살 부위에서도 고래회충들을 발견했다. 총 17마리의 고래회충이 갈치에 있었다. 꽁치를 제외한 모든 생선에서 고래회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고래회충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온도다. 70℃ 이상에서 1분 이상만 가열해도 쉽게 죽는다. 그리고 24시간 이상 냉동해도 고래회충은 바로 죽는다. 고래회충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예방법을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첫째, 생선은 70℃ 이상에서 가열해서 먹거나 24시간 이상 냉동 후 먹는 것이 좋다. 둘째, 만약 회로 즐기는 걸 원한다면,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내장을 제거한 뒤 보관해야 내장 속 고래회충이 살로 이동하지 않는다. 셋째, 생선 손질 시 내장 손질용 도마와 생선살을 손질하는 도마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넷째, 회를 먹고 4시간 이내 복통과 구토가 있다면 고래회충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에 가보는 것이 현명하다. 한 가지 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10년간 고래회충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자연산의 경우 38%가 발생했고, 양식의 경우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식의 경우 주는 먹이가 따로 있기 때문에 고래회충으로부터 안전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래회충은 바닷속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잡식성 어류의 몸속에 이처럼 대부분 기생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늘 있어온 기생충이었고 그 숙주들은 우리가 그동안 맛있게 먹어왔던 대표적인 생선들이다. 고래회충은 뇌까지 이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신선한 상태에서 내장만 잘 제거하면 고래회충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사진제공 · 채널A
<font color="#333333"><b>(상단)</b></font> 산지에서 잡은 광어 내장에서 고래회충을 끄집어 내는 모습.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속으로 자살하게 만든 후, 숙주의 몸을 뚫고 서서히 빠져나오는 긴 실지렁이 모양의 기생충, 연가시. 실제로 여치, 사마귀의 체내에 3, 4마리씩 기생하며 신경전달물질을 배출해 뇌를 장악해버린 후 산란기가 되면 물속으로 유인하는 무시무시한 기생충이다. 그 공포스러움에 연가시는 영화의 소재로까지 다뤄졌다. 그런데 지난 3월. 연가시보다 대한민국을 더 공포에 사로잡히게 만든 기생충이 있었다. 사람에게 영향을 못 미치는 연가시와 달리, 사람의 위장을 뚫고 나와 고통스러운 통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이다. 구충제에도 죽지 않고, 위산에도 멀쩡히 살아 긴 몸통을 흔들며 머리로 위벽을 갉아먹는 ‘고래회충’이다. 바닷 속의 모든 물고기에게 구충제를 먹일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고래회충 감염을 피할 수 있을까. 고래회충의 실체와 그 예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6주간 전국 바닷가를 샅샅이 돌며 생선의 내장을 파헤쳐봤다.
회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한 바닷가 인근 도시를 지켜본 결과, 한 달에 고래회충 감염자가 4, 5명꼴로 발생하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래회충이란 고래의 내장 속에 사는 긴 지렁이 모양의 기생충으로 왕성한 활동력이 특징이다. 성충은 성인 손가락 길이보다 훨씬 더 길고 두꺼우며 짙은 색을 띠지만, 고등어나 우럭, 광어 등에서 발견되는 고래회충은 아직 성충이 되기 전 단계로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길이에 매우 가늘고 투명한 색을 띠며 똬리를 틀거나 활발히 헤엄을 친다. 이 고래회충이 도대체 어떻게 사람에게까지 감염되는 걸까.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고래의 내장 속에 기생하는 이 고래회충은 고래의 배설물을 통해 알을 낳게 된다. 그리고 이 알을 새우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먹고 그 안에서 고래회충이 부화하게 된다. 새우를 먹은 큰 물고기의 내장에서 고래회충은 점점 성장을 하게 되고, 이 물고기와 함께 고래회충을 사람이 먹을 경우 최종 감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고래회충, 내시경으로 빼내는 수밖에 없어
실제로 고래회충에 감염됐던 부산에 사는 김성자 씨. 5년 전, 친구들과 점심으로 ‘아나고’라고도 불리는 붕장어 회를 소주와 함께 먹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5시간 후, 김성자 씨는 갑작스러운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배를 움켜쥐었다. 배 속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구멍을 뚫는 듯한 고통이었다. 처음엔 체한 줄로만 알고 뜨거운 매실차에 소화제까지 먹어봤지만, 고통은 더 심해졌고 심한 구토 증세까지 보여 결국 다음 날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본인의 위속에서 실 같은 긴 벌레 두 마리가 마구 헤엄을 치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래회충에 감염됐던 것이다. 당시 그녀를 치료했던 담당 의사는 그때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밤새 심한 복통과 구토에 시달리다 내원한 경우였어요. 고래회충 2마리가 위장의 중간 부분 곳곳에 상처를 내고 있었습니다. 보통 위장 안쪽으로 고래회충이 파고 들어가기 때문에 통증이 아주 심합니다. 당시 한 마리씩 위 내시경을 통해 직접 집게로 집어 빼냈습니다.”-이정웅 내과 원장
고래회충은 사람의 위산을 피하려는 습성 때문에 위장 속에서 활발히 헤엄치며 위벽으로 파고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 고래회충에 감염되면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구충제나 약물에도 고래회충이 죽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내시경을 통해 직접 끄집어내는 방법밖에 없다.
고래회충에 감염됐던 두 번째 사례자를 만났다. 인천에 사는 박용호 씨는 2년 전, 한 횟집에서 오징어 회를 먹었다. 그런데 오징어 회를 먹은 후 계속되는 ‘찌르는 듯한 고통’에 병원을 찾았다. 그 역시 고래회충에 감염된 것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의 몸 안에서 발견된 고래회충은 길이가 3.2cm나 됐다. 1cm도 안 되는 작은 상태로 오징어 회와 함께 섭취했는데 10일간 위산에도 죽지 않으며 그의 몸 안에서 ‘폭풍’ 성장한 것이다. 그는 “꼭 지렁이 같았다”고 기억했다. 이처럼 생존력이 강한 고래회충은 여느 유충과 다른 특징이 하나 더 있다.
<font color="#333333"><b>1</b></font> 고래회충 공포에서 자유로우려면 생선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내장을 제거한 회를 먹어야 한다. <font color="#333333"><b>2</b></font> 흰수염고래 위장에서 발견된 고래회충 성충 모습. 다 자라면 이렇게 두껍고 길다.<font color="#333333"><b> 3</b></font> 김성자 씨 위에서 발견된 고래회충 위내시경 사진.
70℃ 이상 가열, 횟감은 신속히 내장 제거해야
“고래회충도 암컷과 수컷이 있습니다. 암컷은 실처럼 보이는 하얀 색의 자궁이 두 갈래인 쌍자궁을 지녔습니다. 자손을 더 많이 퍼뜨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이렇게 자궁 하나씩에 충란이 가득 차 있는데요. 포식성 물고기들이 주로 고래회충에 많이 감염됩니다. 붕장어, 복돔, 우럭, 광어 등이 해당됩니다.”-심서보 건국대 환경생물의학과 교수
국내에서 횟감 1, 2위에 손꼽히는 우럭과 광어에 고래회충이 많다는 이야기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산지에 내려갔다. 큰 몸집을 뽐내는 3kg 자연산 광어와, 역시 건장한 2.8kg의 자연산 우럭을 살아있는 채로 잡았다. 위를 가르자 하얗고 긴 고래회충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똬리를 틀고 있었는데, 위를 뚫고 나와 활발히 헤엄치는 고래회충도 많았다. 핀셋으로 내장에 박혀 있는 고래회충 한 마리의 꼬리를 잡고 뽑아내자, 마치 또 다른 숙주를 찾는 듯 머리를 요동치며 움직였다. 광어 한 마리에서 고래회충 30마리, 우럭 한 마리에서 28마리를 각각 발견했다. 이번엔 서울시 송파구의 한 대형 마트를 찾았다. 대형 마트의 수산 코너 냉장고엔 고등어들이 진열돼 있었다. 죽은지 3, 4일 된 고등어들이었고 분명 내장이 제거된 상태로 포장된 고등어였음에도, 다량의 고래회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고래회충도 있었다. 곧장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수산시장에서 오징어, 갈치, 볼락, 꽁치, 삼치, 고등어, 붕장어 총 7종류의 생선을 구입해 내장을 갈라보기로 했다. 오징어는 금어기여서 냉동 오징어를 구입했다. 먼저 갈치의 배를 갈라봤다. 분명 죽은 갈치였지만 내장에 기생하고 있는 고래회충은 활발히 움직이며 살아 있었다. 심지어 내장 부근 살 부위에서도 고래회충들을 발견했다. 총 17마리의 고래회충이 갈치에 있었다. 꽁치를 제외한 모든 생선에서 고래회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고래회충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온도다. 70℃ 이상에서 1분 이상만 가열해도 쉽게 죽는다. 그리고 24시간 이상 냉동해도 고래회충은 바로 죽는다. 고래회충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예방법을 꼭 기억하시기 바란다. 첫째, 생선은 70℃ 이상에서 가열해서 먹거나 24시간 이상 냉동 후 먹는 것이 좋다. 둘째, 만약 회로 즐기는 걸 원한다면, 생선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내장을 제거한 뒤 보관해야 내장 속 고래회충이 살로 이동하지 않는다. 셋째, 생선 손질 시 내장 손질용 도마와 생선살을 손질하는 도마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넷째, 회를 먹고 4시간 이내 복통과 구토가 있다면 고래회충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에 가보는 것이 현명하다. 한 가지 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10년간 고래회충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자연산의 경우 38%가 발생했고, 양식의 경우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양식의 경우 주는 먹이가 따로 있기 때문에 고래회충으로부터 안전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고래회충은 바닷속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잡식성 어류의 몸속에 이처럼 대부분 기생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늘 있어온 기생충이었고 그 숙주들은 우리가 그동안 맛있게 먹어왔던 대표적인 생선들이다. 고래회충은 뇌까지 이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신선한 상태에서 내장만 잘 제거하면 고래회충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사진제공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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