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살림러 한여진 기자의 팩트 체크
살림보다 살림살이를 좋아하는 4년 차 주부. 명품 가방에는 무관심이지만 리빙템은 밤새도록 공부하고 비교·검색해 공들여 쇼핑할 정도로 애정하고 또 애정한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을 쇼핑 가치관으로 삼고 있다.
햇볕에 바짝 말린 새하얀 이불 홑청에서 들리던 바스락 소리, 들락날락하며 놀던 엄마의 치맛자락,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복숭앗빛 원피스, 매일 밤 잠자리를 함께하던 못난이 인형….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포근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추억마다 정감 있는 패브릭 소품들이 함께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특히 리넨 소품이 많았는데, 그 영향인지 지금 저는 리넨 덕후가 되었답니다.
리넨은 아마 식물의 줄기에서 얻은 섬유로, 의류용 섬유로는 가장 오래되었죠. 이집트 미라를 감싼 포의 대부분이 아마 섬유로 짜여 있다고 하니까요. 역사 깊은 리넨은 합성섬유의 생산으로 인기가 주춤하다 최근 내추럴한 킨포크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다시 인기를 더하고 있어요. 아마 리넨 자체가 내추럴하고 청량한 느낌이 들어 무엇을 만들어도 멋지기 때문일 거예요.
리넨 덕후인 저는 참 많은 리넨 소품을 소장하고 있답니다. 침구, 커튼, 타월 등 리빙 아이템뿐 아니라 원피스, 바지, 블라우스 등 의류도 리넨이라면 우선 구입하고 보죠. 그런데 리넨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아세요? 리넨도 혼방인지, 몇 수인지에 따라 각각의 특징이 있거든요. 제가 선호하는 리넨은 다른 소재가 섞이지 않은 100% 퓨어 리넨이에요. 퓨어 리넨이면서 한 번 세탁해서 나온 워시드 리넨이라면 더욱 좋아요. 워시드 리넨은 광택이 나지 않아 한층 내추럴하거든요. 이런 기준에 딱 맞는 아이템을 얼마 전 만났답니다. 바로 자라홈에서 이번 시즌 출시한 워시드 리넨 테이블보와 커튼이에요. 보통 리넨은 여름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자라홈 워시드 리넨 제품은 도톰한 두께라 가을 · 겨울에 사용하기에도 적합하고, 은은한 파스텔 톤이 공간을 한층 여유 있게 만들어 보자마자 구입했죠. 시즌마다 컬러와 디자인에 조금씩 변화를 주어 출시하고 있는 무인양품의 리넨 테이블 냅킨은 내추럴함의 극치죠. 무심하게 그릇 아래에 깔면 누구나 킨포크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답니다.
리넨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가격. 테이블 냅킨 한 장에 1만원이 훌쩍 넘으니 착한 가격은 아니죠.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다양한 패브릭을 도매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동대문종합시장을 추천해요. 시중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리넨을 구입할 수 있으며, 1층과 지하에서는 홈패션 전문점에서 구입한 원단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커튼이나 테이블보 등으로 만들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리넨을 사용할 때는 세탁에 신경 써야 해요. 자연 소재라 변형되기 쉬우므로 30℃ 이하의 미지근한 물에서 중성세제로 손빨래하거나,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 울 코스로 세탁해야 해요.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면 리넨 섬유 줄기가 떨어져 나갈 수 있으므로 삼가고요. 또한 강한 햇볕 아래서 말리면 색이 변할 수 있으므로 그늘에서 말려야 하죠. 길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그레이 리넨 테이블보와 머스터드 컬러 리넨 커튼으로 공간에도 가을 옷을 입혀야겠어요.
사진 김도균 디자인 박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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