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 쓱쓱~ 강원도의 여름은 국수 만드는 홍두깨 소리로 시작한다. 칼날처럼 솟은 바위산과 깊은 골로 이뤄진 강원도는 쌀이 귀해서 감자, 고구마, 옥수수, 메밀, 콩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수 요리가 발달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세 끼를 국수로 해결했을 만큼 강원도 사람들은 국수를 즐겨 먹었다. 감자는 으깨서 옹심이를 만들고, 한여름 뙤약볕을 쬐고 자란 옥수수로 올챙이국수를, 흙내음 가득한 칡으로는 칡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한겨울 대관령에서 말린 황태는 비빔국수에 넣어 맛을 더한다. 다양한 재료로 면을 만들어 된장국이나 멸치국물에 말아 먹는데, 그 맛과 모양새가 거친 강원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강원도 향토 요리 전문가 권영원(cafe.daum.net/mootari)과 최금춘 씨에게 강원도에서 자란 감자, 콩, 옥수수, 메밀, 밀 등으로 자연의 맛이 느껴지는 강원도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웠다. 영양 가득한 건강한 식재료와 정성 듬뿍 담긴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강원도의 국수에는 자연의 맛이 가득하다.
콧등치기·꼴두국수
콧등치기와 꼴두국수는 같은 메밀국수인데, 차가운 국물에 먹으면 꼴두국수, 따뜻한 국물에 먹으면 콧등치기라고 부른다. 콧등치기는 후루룩 먹다 보면 쫄깃한 면이 콧등을 친다고 해 이름 붙여졌다. 만드는 방법은 물에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메밀가루로 반죽한 국수와 채썬 애호박, 파 등을 함께 넣고 끓이면 된다. 여기에 김, 양념간장 등을 곁들인다.
■ 준비재료
메밀가루 300g, 된장 3큰술, 고추 1개, 깨소금 약간, 갓김치·김가루·다시마물 적당량씩
■ 만들기
1 메밀가루를 반죽해 밀대로 밀어 0.5cm 두께로 썬다.
2 콧등치기는 끓는 물에 된장을 끓이다가 면을 넣고 끓이고 어슷 썬 고추, 갓김치, 김가루, 깨소금을 올려낸다.
3 꼴두국수는 시원한 다시마물에 삶은 면을 넣어 어슷 썬 고추, 갓김치, 김가루, 깨소금을 올린다.
감자옹심이
감자의 고향 강원도의 대표 별미 중 하나인 감자옹심이. 감자를 갈아 감자녹말과 함께 반죽해 동그랗게 만드는 감자옹심이는 모양새는 투박하지만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비 오는 날이나 입맛 없고 나른할 때 감자옹심이를 만들어 먹으면 구수한 맛이 입맛을 확 살린다. 옹심이라는 말은 새알심의 사투리로 감자를 갈아 새알심처럼 빚어내기 때문에 감자옹심이라고 한다.
■ 준비재료
감자 600g, 사골국물 1L, 감자 1개, 애호박 ½개, 표고버섯 3개, 깨소금·소금 약간씩
■ 만들기
1 감자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간다.
2 ①을 보자기에 담아 물기를 짜고 앙금을 밭는다.
3 감자 건더기에 밭은 앙금을 섞어 소금으로 간한 후 새알 크기로 빚는다.
4 사골국물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감자와 애호박, 표고버섯을 넣고 끓이다가 옹심이를 넣고 끓인다. 깨소금과 소금으로 간한다.
올챙이국수
옥수수가루를 물에 불려 국수처럼 끓여 먹는 올챙이국수는 여름 별미다. 끓는 물에 옥수수 알맹이를 삶아 맷돌에 갈아 헝겊으로 거르고 솥에서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불을 끄고 뜸을 들인 뒤 올창묵 틀이라 불리는 구멍이 숭숭 난 체에 내리면 국수가 뚝뚝 떨어지는데, 그 모양이 올챙이 같다고 해서 올챙이국수라 불린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올챙이국수 한 그릇은 더위도 잊게 한다. 올챙이국수는 소화가 잘되고 저칼로리라 건강식으로도 좋다.
■ 준비재료
옥수수 알맹이 2kg, 소금 약간, 다시마물·어슷 썬 고추·갓김치·양념간장(간장·다진 마늘·다진 파·깨소금·고춧가루, 참기름 약간씩) 적당량씩
■ 만들기
1 옥수수 알맹이를 하룻밤 소금물에 불려 맷돌로 곱게 간다.
2 ①을 체에 걸러 밭은 옥수수국물과 옥수수 앙금을 약한 불에 저어가면서 뭉글뭉글해질 때까지 충분히 뜸을 들인다.
3 찬물 위에 올창묵 틀을 얹고 ②를 부어 위에서 누른다.
4 다시마물에 올챙이국수를 넣어 양념간장과 고추, 갓김치를 곁들여 비벼 먹는다.
가수기
강원도 정선에서는 칼국수 면을 만들 때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하기 때문에 더할 가(加), 콩 숙(菽)을 써서 가수기라 부른다. 면은 반죽 덩어리를 치대 홍두깨로 얇게 펴 칼로 썰어 만든다. 이때 반죽을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뒀다가 국수로 밀면 면발이 쫄깃하다. 가수기는 된장을 푼 국물에 애호박과 감자, 파, 마늘을 함께 넣고 끓여 만든다. 가수기에 익은 김치와 장아찌를 올려 먹으면 맛있다.
■ 준비재료
밀가루 300g, 콩가루 100g, 소금·물 약간씩, 된장 1큰술, 애호박·감자·갓김치 적당량씩
■ 만들기
1 밀가루와 콩가루를 3:1 비율로 섞고 물과 소금을 넣어 반죽한 뒤 잠시 숙성시킨다.
2 홍두깨로 밀어 반죽을 얇게 편 뒤 0.3cm 두께로 국수를 자른다.
3 끓는 물에 된장을 풀어 감자와 애호박을 썰어 넣는다.
4 끓는 된장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다시 한소끔 끓인다.
5 그릇에 국수를 담고 갓김치와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황태비빔국수
황태를 넣어 비빔국수를 만들면 별미다. 황태는 얼어붙어 더덕처럼 마른 북어라 해서 더덕북어라고도 한다. 명태는 일교차가 큰 대관령 덕장에서 한겨울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해 황태가 되는데, 쫄깃하고 깊은 맛이 나 비빔국수 맛을 한층 살린다.
■ 준비재료
황태 100g, 초고추장양념(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½작은술, 매실청·다진 마늘·식초·간장·들기름 약간씩), 칼국수 200g, 고추 2개
■ 만들기
1 황태는 물을 뿌려 부드럽게 만든다.
2 칼국수는 끓는 물에 삶는다.
3 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4 볼에 칼국수, 황태, 비빔양념, 고추를 넣어 버무린다.
도토리 묵사발
강원도 삼척 지방에서는 도토리묵을 밤묵이라고도 한다. 도토리묵은 타닌 성분이 많아 소화가 잘되고 수분 함량이 많아 포만감을 주는 반면 칼로리는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이다. 도토리는 껍질을 까서 말린 뒤 절구로 빻고 물에 담가 떫은맛을 우려낸다. 앙금과 물이 분리되면 웃물만 따라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 후 가라앉은 앙금을 잘 말려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물에 풀어 저어가며 끓이다가 끈적하게 엉길 때 그릇에 부어 식히면 도토리묵이 된다. 도토리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멸치국물을 부은 뒤 갓김치와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는다.
■ 준비재료
메밀가루 1컵, 물 6컵, 멸치국물 적당량, 양념간장(간장·다진 마늘·다진 파·깨소금·고춧가루, 참기름 약간씩), 갓김치·김가루·송송 썬 파 약간씩
■ 만들기
1 메밀가루와 물을 6:1 비율로 섞어 풀어 중불에서 묵을 쑨다.
2 ①을 굵게 썬 뒤 멸치국물을 붓고 갓김치와 양념간장, 김가루, 파를 얹는다.
칡국수
칡뿌리를 맷돌에 간 뒤 체에 담아 물을 여러 차례 내리면 칡녹말이 밭아지는데, 칡녹말에 밀가루를 섞어 만든 것이 칡국수다. 멸치국물이 팔팔 끓을 때 칡국수를 넣고 끓인 후에 양념간장이나 고춧가루양념, 다진 고추와 파 등을 곁들여 담아낸다. 칡가루는 전분이 많아 물에 넣고 가열해야 소화되기 쉽다. 칡은 해독 작용을 하고 소화기관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피곤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먹으면 좋다.
■ 준비재료
칡녹말 180g, 밀가루 420g, 옥수수 녹말가루·김가루·양념간장 약간씩, 다시마국물·갓김치 적당량씩, 오이 ½개
■ 만들기
1 칡녹말을 물에 갠 후 밀가루를 섞어 칼국수 반죽을 만든다.
2 반죽에 옥수수 녹말가루를 뿌리면서 밀대로 밀어 얇게 채친다.
3 다시마국물을 끓이다 국수를 넣고 삶는다.
4 그릇에 국수를 담고 갓김치, 김가루, 양념간장, 채썬 오이를 얹는다.
■ 요리 | 권영원 최금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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