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의 여자’ ‘영웅시대’의 의상을 만든 한복디자이너이자 ‘살림의 고수’로 알려진 이효재씨(50)를 새로 이사한 서울 성북동 집에서 만났다. 소소한 살림법과 삶의 이야기를 담은 ‘효재처럼-자연으로 상차리고, 살림하고’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바느질·요리·인테리어 등 살림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야무진 솜씨를 자랑한다. 그는 평생 한복을 만든 친정어머니의 손재주를 물려받아 한복과 무명 소품을 만든지 18년이 됐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아이처럼 떨린다고 한다. 그의 한복은 화려함보다 소박하고 담백한 멋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요리솜씨도 그의 한복과 꼭 빼닮았다.
“요리를 만들 때는 마늘·양파·파 등 양념을 넣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즐겨요. 간도 거의 하지 않고 심심하게 먹는데, 처음 제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밍밍하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두세 번 먹다보면 자연 그대로를 담은 맛에 깊게 빠져들게 된답니다(웃음).”
어릴 적 동네에서 요리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던 친정어머니가 만든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었는데, 유독 생일날 끓여주던 북어미역국만은 싫었다고 한다. 북어로 국물 맛을 낸 미역국보다 쇠고기미역국을 먹고 싶었기 때문. 시간이 지나면서 담백한 그 맛이 좋아졌다는 그는 요즘 들어 가족이나 지인들의 생일이면 어김없이 북어미역국을 끓여줄 정도로 즐겨 먹는다. 북어미역국을 먹을 때는 멸치를 고추장으로 무쳐 함께 곁들이면 맛있다고 한다.
이효재 이야기, 여름이면 그리워지는 북어미역국
“6월에 태어난 저는 항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북어미역국을 먹으면서 여름을 맞았어요. 철이 없던 당시에는 그 미역국이 왜 그리도 맛이 없던지, 억지로 먹으면서 쇠고기미역국을 먹는 옆집 친구를 부러워하곤 했지요(웃음). 가족들의 생일이 여름에 많은 탓에 북어미역국이 자주 상에 올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영양 가득한 북어미역국 덕분에 여름 내내 건강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북어는 단백질은 물론 미네랄이 풍부하고, 미역에는 비타민과 요오드·카로틴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함께 먹으면 영양분을 고루 섭취할 수 있거든요. 북어미역국은 북어를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미역과 물을 넣고 팔팔 끓여 만들어요. 여기에 찹쌀가루로 빚은 새알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이면 한그릇만 먹어도 속이 든든한 미역국이 완성된답니다. 미역국은 질그릇에 담아 먹어야 제맛인데, 슥~슥~ 숟가락으로 질그릇 긁는 소리가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이사한 집 마당에서 북어를 손질하고 있는 이효재.(좌) ‘살림살이는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소쿠리나 도마 등 주방용품을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우)
여기에 멸치를 고추장으로 무쳐 함께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답니다. 멸치고추장무침은 친정어머니의 별미 반찬으로, 참깨를 즉석에서 갈아 넣고 버무리는 것이 비법이에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 말처럼 요리를 예쁘게 담는 것도 중요해요. 친정어머니는 가장 아끼던 그릇으로 생일상을 차려주셨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먹지 않아도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저는 생일상뿐 아니라 혼자 밥을 먹을 때도 좋은 그릇으로 상을 차린답니다. 요리를 만들 때도 예쁜 그릇을 사용하면 만드는 내내 기분이 좋아져 맛도 한층 살아나거든요. 무더위가 시작하기 전에 북어미역국으로 가족들의 건강을 챙겨보세요. 정성을 가득 담아 예쁜 그릇에 차려내면 여름 내내 입맛 잃을 걱정 싹~ 잊고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추억 요리 하나 - 북어미역국
■ 준·비·재·료 북어채 50g, 미역 150g, 찹쌀가루 ½컵, 뜨거운 물 1½큰술, 소금·들기름 약간씩
■ 만·들·기
1 북어채는 물에 담갔다가 건져 면보에 싸서 물기를 빼고 한입 길이로 썬다.
2 미역은 찬물에 담가 불린 뒤 주물러 씻은 다음 체에 받쳐 물기를 빼고 5cm 길이로 자른다.
3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과 소금을 넣고 반죽해 메추리알 크기로 새알을 빚는다.
4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달궈지면 북어를 볶다가 미역과 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5 ④에 새알을 넣고 익힌 뒤 소금으로 간한다.
추억 요리 둘 - 멸치고추장무침
■ 준·비·재·료 중멸치 1컵, 고추장 1½큰술, 참깨 1작은술
■ 만·들·기
멸치는 체에 올린 뒤 뜨거운 물을 부어 부드럽게 만든다.
넓은 접시에 고추장을 담고 곱게 빻은 참깨를 섞는다.
②의 접시에 멸치를 올린 뒤 고추장을 조금씩 넣어가며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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