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이나 시댁에 다녀올 때마다 항상 싸주시는 밑반찬들로 양손이 그득~ 하답니다. 받을 때마다 말로는 “ 죄송해요, 제가 해드려야 하는데… 다음부터는 안 주셔도 돼요”라고 하지만(친정엄마께는 이런 말조차도 생략입니다!) 마음만은 부자가 된 듯 뿌듯하고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냉장고 속 밑반찬 몇 가지만 있어도 밥만 지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니 주부에게 밑반찬은 실로 고마운 것이지요.
결혼한 지 4년이 넘은 주부지만 부끄럽게도 제가 직접 밑반찬을 만들어본 적이 별로 없더라고요.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져다 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만들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아요.
이달에 ‘가장 쉬운’ 밑반찬 몇 가지를 배워보겠다고 하자 선생님은 멸치볶음, 오이절임, 깻잎장아찌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셨답니다.
제가 쉬워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서 그런지 요리 만드는 과정은 간단했어요. 우선 오이절임은 오이를 썬 다음 절임물을 끓여 붓기만 하면 돼요. 절임물 만들 때 식초와 생강즙을 가장 마지막에 넣는 것만 주의하면 누구나 새콤달콤한 오이절임을 만들 수 있어요. 식초와 생강즙을 같이 넣어 끓이면 새콤한 맛과 향이 다 날아간다고 해요.
깻잎장아찌 만드는 방법은 더 쉬웠답니다. 모든 양념 재료를 섞어 깻잎에 절이기만 하면 끝이니까요.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살짝 익혀 먹어도 좋지만 날것으로 먹는 게 향이 더 좋답니다. 멸치볶음은 멸치의 비린 맛을 제거하는 것이 포인트에요. 내장을 빼고 가루를 털어낸 후 청주에 볶아내면 비린 맛이 나지 않은 멸치볶음을 만들 수 있어요.
오늘 만든 세 가지 반찬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두니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합니다. 새콤매콤 반찬들이 입맛을 돌게 해 시작하려던 다이어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살짝 들긴 하지만요.
남편의 요리 노트를 공개합니다~
결혼 후 본가와 처가의 어머님들이 번갈아, 정성을 다한 밑반찬을 주실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 부모가 무슨 죄라고 장성한 자식들의 밑반찬까지 챙겨야 하느냐 말이다(그런데 사실 먹다보면 죄송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부모님들도 힘들어하시니 이제 슬슬 양가에서 ‘반찬 독립’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밑반찬을 배우기로 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오늘 배울 요리는 세 가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깻잎장아찌와 내가 잘 먹는 멸치볶음, 새콤한 맛의 오이절임이다.
오이절임은 오이와 마늘이 재료의 전부. 오이와 마늘을 썰어 간장과 물, 설탕, 액젓, 생강즙, 식초 등을 넣어 끓인 물을 부으면 끝! 하루 정도 실온에 두고 다음날부터 냉장고에 넣고 먹으라고 하는데 상큼한 향이 입맛을 자극해 하루를 기다리기조차 힘들것 같다.
깻잎장아찌는 깻잎에 양념장을 재워 바로 먹으면 된다. 깻잎을 먹는 아내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먹어보지 않아도 맛이 느껴진다.
오늘 가장 어려웠던 요리는 멸치볶음(근데 이 요리도 생각보다 쉽다. 아니 쉬운 것 이상이다). 선생님은 멸치볶음을 만들 때 멸치와 양념을 같이 볶으면 멸치가 익기 전에 양념이 타므로 고추장을 맨 나중에 넣는 것이 노하우라고 하셨다. 불을 끄고 고추장을 넣어야 양념이 타지 않고 맛도 깔끔하다고 한다.
완성된 요리를 먹어보니 어머니께서 해주신 바로 그 맛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는데 그동안 민폐를 끼쳤던 것이 후회된다. 내일은 아내와 함께 밑반찬을 만들어 부모님들을 찾아 뵈어야겠다.
함께 만들어보세요~
매콤달콤 멸치볶음
■ 준·비·재·료 멸치 100g, 청주·식용유 2큰술씩, 참기름·고추기름·설탕·맛술 1큰술씩, 고추장·올리고당 2큰술씩, 통깨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 만·들·기
1 멸치는 내장과 머리를 떼어내고 체에 쳐서 가루를 없앤다.
2 달군 팬에 멸치와 청주를 넣고 볶아 비린 맛을 날린다.
3 ②에 식용유와 참기름, 고추기름, 설탕과 맛술을 넣어 볶는다.
4 멸치가 익으면 불을 끈 후 고추장, 통깨, 올리고당, 후춧가루를 넣고 고루 섞는다.
음식 맛 높이는 조리 포인트
멸치는 체에 쳐서 가루를 없애주세요. 음식도 깔끔해 보이고 비린 맛도 나지 않아요. |
멸치에 청주를 뿌려 볶아 비린 맛을 없애주는 것이 포인트! 청주가 없을 경우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멸치만 볶아도 비린 맛이 사라진답니다. |
멸치볶음을 만들 때 멸치가 익기 전에 양념이 타버려 당황했던 적 있으시죠? 멸치와 참기름, 고추기름, 설탕과 맛술을 넣고 볶아 멸치를 익힌 후 불을 끄고 고추장과 올리고당, 후춧가루와 통깨를 넣는 것이 비결이랍니다. |
새콤한 맛에 피로가 싹~ 오이절임
■ 준·비·재·료 오이 5개, 마늘 5쪽, 물 2컵, 간장·설탕·소금 4큰술씩, 까나리액젓 3큰술, 중국간장 1큰술, 생강즙 1큰술, 식초 ¾컵
■ 만·들·기
1 오이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는다.
2 나무젓가락 사이에 오이를 놓고 칼로 잔 칼집을 넣은 후 한입 크기로 자른다.
3 마늘은 편으로 썬다.
4 물과 간장, 설탕, 소금, 까나리액젓, 중국간장을 넣고 끓이다가 불을 끄고 생강즙과 식초를 넣는다.
5 밀폐용기에 오이와 마늘을 넣고 절임물을 부어 하룻동안 실온에 둔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음식 맛 높이는 조리 포인트
오이는 잔 칼집을 내야 절임물이 잘 스며들어요. 나무젓가락 사이에 오이를 두고 칼집을 넣으면 끝이 잘리지 않으면서 깊고 고르게 칼집을 낼 수 있어요. 오이 끝부분은 쓴맛이 나니 사용하지 마세요. |
물과 설탕, 소금, 까나리액젓, 중국간장을 넣고 끓이다가 불을 끄고 한 김 식힌 후 생강즙과 식초를 넣어주세요. 그래야 향이 날아가지 않아 절임이 더욱 맛있어져요. 중국간장은 색을 예쁘게 내주는 것이므로 없으면 넣지 않아도 돼요. |
밀폐용기에 오이를 담고 절임물을 부어주세요. 하루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된답니다. |
여름철 밥도둑~ 깻잎장아찌
■ 준·비·재·료 깻잎 300장, 간장 1½컵, 까나리액젓 ½컵, 청주·다진 마늘·통깨 2큰술씩, 국간장·생강즙 1큰술씩, 고춧가루 6큰술, 설탕 4큰술
■ 만·들·기
1 깻잎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털어낸 후 꼭지를 짧게 자른다.
2 간장과 까나리액젓, 청주, 다진 마늘, 통깨, 국간장, 생강즙, 고춧가루, 설탕을 고루 섞어 양념을 만든다.
3 깻잎에 양념을 켜켜이 얹어 재운다.
음식 맛 높이는 조리 포인트
깻잎은 10장 정도씩 묶어 꼭지 부분을 약간 잘라 정리하세요. 완성된 음식이 깔끔해 보인답니다. |
간장과 까나리액젓, 청주, 다진 마늘, 통깨, 국간장, 생강즙, 고춧가루, 설탕을 섞어 양념을 만드세요. |
깻잎에 양념을 켜켜이 재워두면 끝! 상큼하게 즐기려면 날것으로,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냄비에 넣어 살짝 쪄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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