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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아이돌 따라 지구 반바퀴, 4년차 시즈니가 알려주는 해외 투어 직관 노하우

김희정

2025. 03. 19

“똑같은 공연인데 왜 또 보러 가?” 해외 투어 사진을 SNS에 올릴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또 봐도 재밌으니까. 같은 세트리스트라도 나라별 공연장의 분위기, 팬들의 떼창 그리고 무엇보다 최애의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이 다르다. 서울 공연에선 짧은 머리였지만 한 달 뒤 일본에서는 조금 더 길어질 테고 몇 달 뒤 유럽에선 염색했을 수도 있다. 팬들은 그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면서 즐거움을 찾는다. 무대 위에서 점점 더 성장하는 최애를 지켜보는 것도 감동이다.

해외 투어를 단순히 ‘최애를 보기 위한 여정’이라고만 속단할 순 없다. 같은 그룹을 좋아하는 덕메(덕질 메이트)와 함께 일정을 계획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다. 또 각국의 공연장은 각기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아티스트가 그 나라에서만 선보이는 특별한 모습과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무대 시야, 현지 팬덤의 독특한 에너지까지 해외 투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즉, 이 모든 과정이 팬덤 문화 속 상호 작용의 연속이며 덕질의 큰 축이다.

하지만 티켓 예매, 항공권과 숙소 예약, 현지 교통 및 일정 관리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수두룩하다. 더군다나 해외 투어는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투어 일정과 현생(현실 생활)의 타협. 때문에 해외 투어는 아티스트의 공식 SNS 계정이나 팬클럽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월드 투어 공지를 통해 어떤 나라를 갈지 정하고 현생을 조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나라로 해외 투어를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4년 차 시즈니(NCT 팬덤 별칭)이자 해외 투어를 10회 이상 다녀온 필자가 직접 경험한 도시별 투어의 특징과 준비 과정 등을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의 경험이 모든 아이돌 그룹과 해외 투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에 지난해 다녀온 NCT DREAM ‘THE DREAM SHOW 3’의 일본, 동남아, 유럽 투어를 기준으로 전한다.

일본 | 가장 쉽게 떠날 수 있지만 가장 까다로운 해외 투어

K-팝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해외 투어지는 단연 일본이다. 한국에서 2시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게다가 멤버의 생일이 가까워지면 일본 소속사에서 생일 파티를 열어주는 경우가 많아 최애의 생일을 앞둔 팬들은 더욱 일본 공연을 선호한다. 일본에서는 투어를 돌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공연 횟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도쿄뿐만 아니라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 전국적으로 ‘돔’과 ‘아레나’ 공연장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공연 문화 때문에 일본 투어를 불편하게 느끼는 팬들도 많다. 기본적으로 일본의 모든 공연은 ‘추첨제’다. SM 소속 아티스트 기준, 일본 내 법인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 팬클럽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다. 일본 투어에 가려면 일본 팬클럽(멤버십)에 따로 가입해야 하며 응모 후 당첨을 기다려야 한다. 소속사는 랜덤 추첨이라고 하지만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응모 시 한국 명의면 당첨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도 종종 떠돈다. 다만 그만큼 양도가 쉽다. 일본의 티켓은 보통 ‘애니패스(AnyPASS)’ 앱을 통해 QR코드로 내려받거나 편의점에서 직접 출력할 수 있다. 즉, 한국처럼 지류 티켓을 수령할 현지 주소가 없어도 쉽게 티켓을 받을 수 있어 티켓 양도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공식적으로 티켓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가 몇 군데 있는데, 필자는 구글 아이디로 쉽게 가입과 결제가 가능한 ‘티켓잼’을 주로 이용한다.

표가 손에 들어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일본 콘서트는 당첨이 된 후에도 공연 3일 전까지, 짧게는 당일 3시간 전까지 좌석을 알 수 없다. 내 자리가 도쿄돔 천장에 붙어 있는 흔히 말하는 ‘굴비석’이 될지, 최애의 모공까지 볼 수 있는 본무대 1열이 될지 미리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또 한국과 달리 일본 콘서트에서는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될 경우 퇴장 조치를 당할 수 있다. 아티스트마다 다르지만 NCT는 한번 걸리면 영구 퇴장이며 재입장이 불가하다. 필자 역시 이를 몰랐던 터라 첫 일본 공연에서 오프닝 첫 곡부터 촬영하다 퇴장당한 경험이 있다.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가 또 하나 있다. 일본 공연장은 스탠딩이 아닌 좌석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시작되면 모두 일어서서 관람하는 것이 기본이다. 심지어 발라드곡이 나와도 마찬가지. 이러한 문화는 아티스트를 향한 존중의 의미로 보이는데, 처음 경험하는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으니 미리 알고 가자.

동남아 | 뜨겁고 흥미로운, 그러나 조심해야 할 공연장

동남아 공연은 말 그대로 다 함께 노는 축제 같은 분위기다. 특유의 뜨거운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장 분위기와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좋은 시야 때문에 팬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다. 스탠딩 구역에서는 뒤쪽에 모인 팬들이 춤을 추거나 이벤트를 준비하며 파티 같은 공연 분위기를 이어가곤 한다. 심지어 멤버들 코스프레를 하거나 얼굴에 페인트칠을 하고 공연장에 오는 팬들도 있어 공연 자체가 하나의 큰 페스티벌처럼 느껴진다. 관객들의 열정 덕분에 멤버들의 무대 텐션도 올라가 동남아 공연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 또 스탠딩의 경우 큐잉(티케팅 서버 입장 순서) 번호를 기준으로 입장하기 때문에 밤새 줄을 서야 하는 부담도 없다.

동남아 투어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티켓’에 관한 모든 것이다. 동남아는 국가별로 티케팅 시스템이 다르다. 필리핀 마닐라는 ‘SM티켓’, 싱가포르는 ‘티켓마스터’ 등 지역별 플랫폼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식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해외 카드(한국 카드)가 결제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구매 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기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필자 역시 ‘THE DREAM SHOW 2’ 쿠알라룸푸르 공연 당시 티케팅에 실패해 현지인을 통해 티켓을 구매하려 했다. 국제 송금 서비스인 ‘페이팔’을 통해 대금을 미리 입금했지만, 공연 당일 상대방이 연락 두절되는 경험을 했다. 이 외에도 친구들의 사례를 보면 현지에서 직접 거래한 티켓이 위조된 경우도 있었다. 티켓 가격도 16만~30만 원 선으로 한국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기에 사기를 당하면 더욱 쓰라리다.

이런 위험을 피하고 안전하게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티케팅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공식 티케팅에 실패했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연을 보겠다는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사기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하자. SM 아티스트의 경우 회사에서 제공하는 해외 투어 관광 상품인 글로벌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 패키지는 숙소와 티켓을 포함해 안전하고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가격대는 국가와 도시마다 다르지만 1박당 100만 원대 수준이다.

만일 개인 거래를 통해 티켓을 구해야 한다면 반드시 다음의 원칙을 지켜 안전을 확보하자. 첫째, 상대방이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티켓 실물을 확인하기 전에 전액 입금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둘째, 공연 당일 직접 만나 거래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현금 거래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분쟁 신청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통해 송금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거래 시 상대방의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교환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자신의 신분증도 교환해야 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유럽 | 수월한 티케팅과 쾌적한 관람, 단 지옥의 밤샘

유럽 투어는 시야가 좋은 공연장에 도시 간 거리가 가까워 여러 공연을 연달아 관람할 수 있고, 공연과 여행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며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한 매력. 또 유럽 공연은 비교적 쾌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인이나 동아시아 팬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티케팅과 스탠딩 과정에서 경쟁이 그다지 치열하지 않아 티켓을 구하기도 비교적 쉽다. 유럽 투어 티케팅은 주로 티켓마스터나 AXS에서 이뤄진다. 두 플랫폼 모두 티켓 리셀 기능을 제공해 구매자가 직접 티켓을 사고팔 수 있다. 프리미엄이 붙을 수는 있지만, 양도가 매우 편리하다. 리셀 티켓을 구매할 때도 본인 인증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절차가 간단하다.

단, 유럽 공연에서 스탠딩 관람을 원하는 팬이라면 ‘밤샘’을 각오해야 한다. 며칠 전부터 공연장 앞에 줄을 서는 팬들이 있으며 이들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팬 리더, 흔히 말하는 ‘총대’가 있다. 총대는 팬들이 온 순서대로 대기 번호를 부여하고 일정 시간마다 출석 체크를 통해 입장 순서를 유지한다. 팬들은 지정된 시간에 반드시 돌아와 출석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줄의 맨 뒤로 밀려날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런던 공연 당시 스탠딩 줄에서 밤샘을 했는데, 서로 번호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팬들끼리 다툼이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이런 과정은 다소 고되지만 번호 순서대로 공연장에 입장해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스탠딩 관람객들에게는 필수적인 관문이다. 티켓값도 동남아와 마찬가지로 20만~35만 원 선으로 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관광과 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고 티켓을 구하기도 수월해 유럽 투어를 선호하는 팬층도 탄탄하다.




김희정은 
‌현재 대학원생이자 K-POP 덕질 4년 차. 학업의 고단함을 덕질의 열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인생의 모토는 ‘일(공부)과 삶(덕질)의 완벽한 밸런스’이며, 때로는 한쪽으로 치우칠 때도 있지만, 앞으로도 두 가지 열정을 조화롭게 이어나가고자 한다.

#해외투어 #아이돌덕질 #여성동아

사진제공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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