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은 여러모로 ‘재발견’이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 까탈스러울 것만 같던 여배우들이 텐트와 배낭만 달랑 들고 여행을 나선 것만으로도 흥미로운데, ‘다식원장’ 라미란을 필두로 영어에 요리 실력까지 완벽한 듯하지만 의외로 허당인 한가인, 다정하고 센스 있는 동갑내기 조보아와 류혜영 등 대세 여배우들의 예상치 못한 매력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성과 건축물들,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자연, 순박한 사람들과 소박하지만 정겨운 마을 풍경은 또 어떤가. 방송이 나간 후 올해 휴가지를 남프랑스로 결정한 이들도 많다. 프랑스 하면 파리만 둘러보기에도 벅찼던 우리에게 남프랑스는 인문과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여행자들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다.

남프랑스 여행의 출발점 니스

니스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을 따라 망통에서 툴롱까지 길게 이어진 휴양 도시를 일컫는 ‘코트다쥐르(Cote d’Azur)’의 중심 도시이자 남프랑스 여행의 출발점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연중 온난한 기후가 특징이며 특히 연간 일조시간이 3000시간에 달한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영국 상류층이 우중충한 날씨를 피해 휴양을 오던 곳으로 유명하다. 니스성을 바라보며 해변을 따라 조성된 7km 산책로도 영국 부자들의 기부로 조성돼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중해의 코발트빛 바다와 햇살이 넘실대는 황금빛 해변은 앙리 마티스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이 됐다. 강력한 색채의 화가 마티스는 프랑스 문인 루이 아라공에게 니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곳의 필연적인 투명함”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도 말년에 니스 근처 소도시에서 여생을 보내며 작업했다.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은 니스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명소다. 니스는 일조량이 풍부한 덕분에 과일과 채소가 맛있기로 유명한 지역이기도 하다. ‘텐트 밖은 유럽’ 속 여배우들처럼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라타투유, 올리브오일과 안초비가 듬뿍 들어간 파스타를 맛보는 것도 니스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 인천국제공항에서 니스까지 직항이 없어 다른 곳을 경유해야 하지만 여행 성수기에는 항공사에서 전세기를 띄우기도 한다.

‘유럽의 그랜드캐니언’, 베르됭 협곡 & 무스티에생트마리

니스에서 자동차로 2시간(약 140km) 거리에 있는 베르됭 협곡은 알프스산맥이 융기한 후 물길이 석회암을 침식해 만들어진 골짜기. 장장 25k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와 수려한 경관 덕분에 ‘유럽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 특히 석회암 절벽 사이로 흐르는 에메랄드빛 계곡물이 환상적이다. 이곳에서 여배우들이 즐겼던 페달보트 외에도 카누, 카약, 클라이밍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베르됭 협곡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작은 마을 무스티에생트마리는 1981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바 있다. 중세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고풍스러운 돌담과 돌길, 주홍색 지붕이 어우러진 시골 마을 풍경이 정겹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2개의 커다란 산봉우리 사이에 별이 매달려 있어 ‘별이 지지 않는 마을’로도 불린다. 방송에 등장한, 산봉우리 사이 별이 낯설지 않다면 눈썰미가 좋다고 자부해도 될 듯. 몇 년 전 대한항공 광고에 등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라벤더 천국’ 발랑솔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 3화, 배우들이 베르됭에서 몽 에귀유로 이동하던 중 드넓은 라벤더 밭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라벤더 개화 시기는 6월 중순에서 8월 초이지만 남프랑스 편은 지난해 9월에 촬영돼 방송에선 라벤더 밭이 CG로 처리됐다. 라벤더는 항우울, 진정 효과가 있어 고대 로마시대부터 아로마테리피에 활용됐다. 초여름 남프랑스 지방 어딜 가나 보랏빛 라벤더 로드가 펼쳐지지만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자면 단연 발랑솔이다. 전 세계 라벤더의 70%를 공급하는 발랑솔은 디자이너 자크뮈스가 아름다운 풍광에 반해 2020 S/S 컬렉션 무대로 삼기도 했던 곳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라벤더 밭에서 펼쳐진 쇼는 원빈과 이나영의 밀밭 결혼식만큼이나 신선했다. 라벤더 개화 시기에 맞춰 흐드러진 꽃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발랑솔에는 전통 기법에 따라 라벤더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거나 직접 향수 또는 비누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방문 계획이 있다면 프랑스관광청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화 같은 마을 몽 에귀유

‘텐트 밖은 유럽’ 남프랑스 편 4화에서 출연진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몽 에귀유(Mont Aiguille·2085m)의 아름다운 농가에 머물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프랑스 프리알프스 베르코르 지역에 위치한 몽 에귀유는 돌기둥처럼 솟아 있는 암반이 장관을 이루는 곳. 프랑스에는 ‘에귀유’라는 지명이 많은데, 산봉우리 아래 마을이란 뜻이다. 프리알프스는 알프스산맥 서쪽에 위치한 중간 고도의 산들로, 샤모니알베르빌 등의 도시들과 연결된다. 몽 에귀유는 1492년 첫 등반이 이루어진 이래 등반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으로, 초보자 코스부터 전문가 코스까지 30여 개의 등반 루트가 있다. 석회암 절벽 아래는 광대한 숲이 있고, 그 아래는 푸른 초원이 펼쳐져 경관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로 보존 가치가 높다. 출연진이 머문 지트(Gites)는 1955년 시작돼 7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프랑스의 농가 민박이다. 집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고, 방만 빌릴 수도 있으며 전통 식사, 우유 짜기, 포도주 시음 같은 체험도 가능하다. 몽 에귀유 지트 체험을 마친 멤버들의 여정은 리옹→샤모니→부르고뉴→파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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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라미란 류혜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