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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5개월에 42kg 감량! 다이어트로 배운 인생

55세에 50kg 살빼기 프로젝트 4

최영철 기자

2023. 05. 23

내 나이 55세(1968년생), 2022년 12월 12일 현재 체중 121kg. 건강검진센터로부터 중증도 고도비만, 고혈압, 중증도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다. 살아남기 위해 곧바로 50kg 다이어트에 착수했다. 표준체중 71kg에 이르는 그날까지 ‘살과의 전쟁’을 지상 중계한다. 

“대박~” “뭐 따로 먹는 약 있어?” “역시 독종!”

몸무게가 드디어 70kg대로 내려왔다는 소식을 들은 선후배 동료들의 반응은 대부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5월 12일 현재 몸무게는 79kg. 지난해 12월 12일 121kg에서 감량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딱 5개월 만에 42kg이 빠졌다. 어린아이 한명이 내 몸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허리 사이즈는 121cm(48인치)에서 92cm(36인치)로 29cm가 줄었다. 지난 한 달간 몸무게는 8kg, 허리 사이즈는 6cm 줄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짧은 기간에 살이 엄청나게 많이 빠지긴 했지만 79kg은 체질량지수(BMI지수)로 보면 26.06으로 아직 ‘비만’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감량 목표치인 71kg까지 8kg을 더 줄이면 23.45로 아직 살짝 ‘과체중’ 상태이지만 그래도 정상 수치 23에 근접하게 된다. 물론 체지방이 적고 근육량이 많다면 79kg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으므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감량 목표치인 71kg까지 노력을 해 갈 생각이다.

혈압은 수축기의 경우 5개월 전보다 40~50mmHg 떨어진 115~118mmHg를, 이완기의 경우는 5개월 전보다 20~30mmHg 떨어진 74~77mmHg를 유지하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완전 정상 상태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지방간, 당화혈색소 등 성인병 유발인자들이 얼마나 개선됐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지표들은 다이어트 감량 목표에 가까이 갔을 때 종합건강검진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살이 빠질수록 강해지는 운동 강도

지난 한 달간의 다이어트 여정은 회식과의 전쟁이자 러닝머신과의 사투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또 기온이 오르면서 갑작스레 늘어난 회식은 다이어트에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다. 회식을 한 다음 날 몸무게는 1~3kg까지 불어 있었다. 술도 술이지만 그간 다이어트로 절제했던 음식들을 거의 폭식 수준으로 먹어대는 게 더 문제였다.



회식으로 찐 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목표 감량분을 채우기 위해선 평소 덜 먹고 더 많이 운동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특히 나를 괴롭힌 것은 운동 강도와 운동량의 증가였다. 살이 빠지면 살이 쪘을 때보다 같은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 더 많은 운동을 더 강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러닝머신의 기울기(19.5%)와 운동시간(60분)이 같은 상태에서 체중 100kg일 때는 시속 5.1km로 걸어도 총소모 칼로리가 1318kcal에 달했지만, 체중 80kg일 때는 시속 6.4km로 걸어도 총소모 칼로리는 1280kcal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걷는 속도를 거의 30% 가까이 올렸는데도 소모 칼로리는 더 늘지 않았고 오히려 줄었던 것. 운동 강도와 양을 늘리다 보니 발톱이 피멍이 들면서 결국은 빠지고 무릎과 종아리까지 아파오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그렇다고 운동은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정말 ‘살과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매일 총 100분에서 120분을 러닝머신 위에서 살과의 전쟁을 벌이며 느낀 점은 다이어트의 과정이 인생살이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는 사실이었다. 나에게 러닝머신은 권투선수의 사각 링이었고 바둑선수의 바둑판이었다. 눈앞을 가릴 정도로 흐르는 땀 속에서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려보기도 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5개월간 42kg을 빼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인생사와 꼭 닮은 다이어트의 교훈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01 약속(목표)을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라

사람들은 누구나 새해가 시작되면 '살을 빼겠다'느니 '담배를 끊겠다'느니 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일기장에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식의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일까? 우선은 그 목표나 약속을 꼭 이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내가 절절히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은 절대 내기도 하지 않고 약속도 하지 않는 편이다. 반드시 해내거나 이겨야 할 필요가 있는 약속 또는 내기만 하기 때문에 약속을 어기거나 내기에 지는 일이 별로 없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내기를 제의하지 않는 것도 이런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이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을 완수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을 스스로 만든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 또는 약속을 어기면 그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내기를 걸거나 약속을 하는 식이다. 내가 이번 ‘50kg 다이어트 프로젝트’ 기사를 쓰기로 한 것도, 기사 초입에 “50kg을 빼겠다”고 아예 대놓고 밝힌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기자에게 가장 무서운 내기 상대는 바로 독자이며, 독자와의 약속은 곧 그 기자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02 끊임없는 자기 칭찬으로 고독을 이겨내라

사람들은 내게 42kg을 빼는 과정에서 제일 큰 난관이 무엇이었냐고 묻곤 한다. 물론 먹고 싶은 음식을 양껏 먹지 못하고 발톱이 빠져나가고 온몸에 파스를 발라야 할 정도로 고단한 운동도 힘들지만 내가 가장 먼저 넘어야 했던 다이어트의 적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누군가와 같이하는 운동은 운동시간이 일정치 않은 내게는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끝까지 같이해 줄 동료가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요즘 유행하는 1:1 PT가 비싼 것도 가르침을 받으며 함께 운동할 강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즐겁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탁구나 테니스, 배드민턴 등과 같이 유산소운동의 효과가 엄청나게 좋은 운동을 누군가와 매일 함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내가 좋은 시간에, 내가 원하는 운동을, 내게 맞는 강도로 함께해 줄 동료가 어디에 있겠는가. 재벌 집 막내아들이나 몸이 전 재산인 연예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인생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최종 결정은 나의 몫이다. 인생에서 누군가와 함께 꿀 수 있는 꿈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고독을 이겨내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일 뿐이다.

그렇다면 외로움을 이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내 경험상으로는 극단의 다이어트 과정에선 매일, 매 주일, 매달 다이어트 성과에 대해 자신을 칭찬하고 상을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에는 매일 체중계에 올라서 사진을 찍으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매주 한두 번은 회식을 하면서 그간 먹고 싶은 음식을 먹게 하는 것, 또 매달 목표 감량에 성공할 때마다 새 옷을 과감하게 지르고 사는 식으로 나 자신에게 보상을 해줬다. 그리고 나의 다이어트에 대해 끊임없이 칭찬해줄 동료와 친구를 만들고, 힘들면 그들에게 칭찬을 일부러 끌어냈다. 매달 한 번씩 만나 나의 변화상을 자랑하고 수다를 떠는 모임도 2개나 만들었다.


03 절망과 고통을 희망으로 속이고 이겨내라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좌절할 일이 종종 생긴다. 절망이 엄습해오면서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어진다. 그럴 때면 나는 눈을 감고 공상에 빠진다. 당장 내일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 어느 날 내가 가진 주식이 100배로 뛰는 상상 등등. 말도 안 되는 공상을 하면서 애써 절망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친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절망적인 상황도, 내 마음도 조금씩 풀려가면서 희망이 생긴다. 잠도 잘 온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항상 희망을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특히 엄청난 인내심과 고통(통증)을 견뎌내야 할 때는 희망이 없으면 절대 그 산을 넘어갈 수 없다.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치팅 데이를 정하고 먹고 싶은 걸 맘껏 먹는 것도 6일을 견디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 마음에 불어넣기 위해서다. 한번에 2kg씩 땀을 흘리는 고단한 운동을 끝내면 뼛속까지 시원한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운동의 고통을 이겨내게 해주는 또 다른 희망이다.

러닝머신 위에서도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100분에서 120분 동안 오르막길을 걷고 뛰는 운동을 단 1분도 안 쉬고 같은 강도로 할 수는 없다. 5분 단위로 끊어서 4분을 강도 높게 뛰면 1분을 천천히 걸으며 쉬는 식으로 항상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으려 노력한다. 끝이 보이는 터널은 아무리 길어도 무섭지 않고 힘들지 않은 법이다. 높은 산을 오를 때 내려오는 이들이 올라오는 이들에게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얀 거짓말’을 해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없던 힘도 생기고 덜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04 고통을 마취해줄 나의 최애 재미를 찾아라

러닝머신 위를 걷고 뛰다 보면 정말 체력적으로 임계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있다. 그냥 바로 내려와서 샤워하고 집에 가고 싶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 말이다. 처음에는 운동 강도를 낮추고 내 몸과 타협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어느 날 그 고통을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해줄 무언가를 찾았다.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빠른 리듬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뛰고 걷는 것이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속도에서도 그 음악들만 들으면 고통과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음악 외에도 나만의 ‘고통 마취제’는 또 있다. 미리 케이블TV 편성표를 찾아보고 2시간짜리 영화, 그것도 첩보영화처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영화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러닝머신 위에 올라서는 것이다. 특히 외국영화는 자막이 나오기 때문에 눈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귀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할 수 있어 고통의 마취 효과는 극대화된다.

노력하는 자는 절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산꼭대기에 오르는 게 목적인 사람은 산에 가는 게 고행일 뿐이지만 산에 가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는 사람에게 등산은 휴식일 따름이다.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고통을 잊게 할 나만의 재미를 찾아라.


05 과유불급. 몸은 괴롭히면 반드시 복수한다

살 빼기 기사를 연재하면서 제일 많이 쓴 문장이 ‘몸은 기계’라는 표현이다. 들어오는 열량보다 나가는 열량이 많으면 살은 빠지기 마련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쓴 표현이다. 인생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 생활에 매여 바쁘다는 핑계로 몸을 방치한 사람은 나이 50이 넘어가면 반드시 각종 성인병을 주렁주렁 달고 살게 되어 있다. 심한 사람은 암에 걸려 사투를 벌이기도 하고, 이미 황천길에 오른 친구도 있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되면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빚어진다. 나 같은 경우도 속이 매슥거리거나 어지럽거나 증상이 있으면 바로 의사를 찾아 묻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잠시 중단하곤 했다. 몸은 항상 갑이다. 내가 몸에 갑질하는 순간 바로 몸의 역공을 받게 되고 부지불식간에 병이 찾아온다. 건강은 언제든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다이어트할 때 병증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반드시 병의원을 찾아 이유를 밝히고 방식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면’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 #살빼기 #마인드컨트롤 #여성동아

사진 최영철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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