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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food

비행기는 못타지만 기내식은 먹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진에어 가정간편식 3종 시식기

글 이현준 기자

2020. 12. 09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혀 해외여행은 요원하기만 하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행마니아들의 갈증을 조금은 덜어줄 ‘신상’이 나왔다. 항공사 진에어가 내놓은 가정간편식 기내식 세트 3종이 바로 그것. 직접 맛본 기자의 솔직한 후기.



202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아닐까. 마스크는 이제 신체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기본이다. 세계적으로 창궐한 바이러스는 국가 간에도 거리를 두게 한다. 하늘 길은 꽁꽁 막혀 해외여행을 가는 건 현실상 불가능하다. 여행 마니아들에겐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임이 분명할 터. 이들을 위해 지난 10월 아시아나항공이 착륙 하지 않고 비행만 하고 돌아오는 관광 상품을 선보여 완판을 기록한데 이어 진에어가 기내식세트를 가정간편식(HMR)상품으로 구성한 ‘지니키친 더 리얼’을 출시했다. 

‘지니키친 더 리얼’은 진에어가 지난 8월부터 항공기내서비스업체 이노플라이, 국내 기내식 공급사인 케이터링서비스파트너와 함께 개발한 야심작이다. ‘비프 굴라쉬 파스타’, ‘캐슈넛 치킨’, ‘크림 파스타’ 3종 세트이며 진에어 홈페이지 내 ‘지니스토어’에 12월 중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3종 모두 1만원으로 동일하다. 비행기 밖에서 먹는 기내식은 과연 여행의 갈증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까. 그리고 맛은 어떨까.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3종 세트를 직접 맛봤다.

콘셉트에 충실한 구성과 디테일

지니키친 더 리얼 3종 세트의 패키지 외형. 기내식 박스를 본 뜬 모양이 눈길을 끈다.

지니키친 더 리얼 3종 세트의 패키지 외형. 기내식 박스를 본 뜬 모양이 눈길을 끈다.

3종 세트의 외형은 모두 동일하다. 기내식 박스를 본떠 만들어진 패키지는 비행기를 타면 보던 익숙한 모습 그대로라 웃음을 자아냈다. 내용물 또한 큰 틀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식전빵(모닝빵)과 일회용 버터, 커틀러리(일회용 숟가락, 포크, 물티슈)는 완전히 똑같고, 음식은 다르지만 에피타이저, 메인 메뉴, 후식으로 제품을 구성했다는 점도 같다. 깨알 같은 센스가 포인트다. 메뉴와 조리법이 적힌 종이가 탑승권 모양으로 만들어져있어 실제로 여행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기내식 콘셉트에 충실한 디테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HMR답게 조리법도 간단하다. 3종 모두 메인 메뉴만 전자레인지에 넣어 3~4분 정도만 조리하면 된다.

비프 굴라쉬 파스타

비프 굴라쉬 파스타 세트 구성품. 두툼한 소고기 목심을 포인트로 꼽고 싶다.

비프 굴라쉬 파스타 세트 구성품. 두툼한 소고기 목심을 포인트로 꼽고 싶다.

식전빵은 흔히 맛볼 수 있는 평범한 맛이다. 에피타이저 ‘월도프 샐러드(사과와 견과류, 셀러리 등에 마요네즈를 베이스로 만든 드레싱을 사용해 만든 샐러드)’의 경우, 채소와 과일의 신선도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호두의 고소함 크렌베리의 달콤함, 마요네즈의 풍미가 어우러져 괜찮았다. 



메인 메뉴인 파스타에 들어있는 두툼한 소고기 목심에 토마토소스를 듬뿍 묻혀 입에 넣었다. 고기는 항상 옳다. 가슴이 차오르는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고기가 꽤나 많이 들어있어 좋았다. 하지만 파스타 면의 다소 딱딱한 식감과 평범한 소스 맛은 아쉬웠다. 기자가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식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기엔 모호하다. 후식인 브라우니에서도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소고기 외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세트다.

캐슈넛 치킨(+취나물 밥)

캐슈넛 치킨 세트. 소스의 감칠맛이 인상 깊다. 취나물 밥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캐슈넛 치킨 세트. 소스의 감칠맛이 인상 깊다. 취나물 밥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메인 메뉴는 취나물 밥을 곁들인 캐슈넛 치킨이다. 사실 취나물 밥에 캐슈넛 치킨을 곁들였다고 봐도 틀린 건 아닌 듯하다. 밥의 양이 치킨의 양보다 더 많다. 애피타이저인 러시안 샐러드(다양한 채소를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썬 후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린 샐러드)는 무난했다. 메인 메뉴는 먹기 전에도 맛이 없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실 치킨이 맛없기가 더 힘들지 않은가. 치킨에 소스를 버무려 취나물 밥과 함께 입에 듬뿍 퍼 담았다. 오! 소스가 취향에 딱 맞았다. 탕수육 소스와 흡사한 맛인데, 감칠맛이 있어 자연스레 계속 숟가락을 움직이게 됐다. 

치킨만 따로 먹는 것보단 밥과 같이 먹는 게 더 맛있었다. 치킨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취나물 밥에게 “you complete me”라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후식인 크림퍼프(슈크림 빵)도 무난하다. 이 정도면 훌륭하다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크림 파스타

크림 파스타 세트.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훌륭했다. 후식인 망고푸딩도 썩 괜찮다.

크림 파스타 세트. 양도 푸짐하고 맛도 훌륭했다. 후식인 망고푸딩도 썩 괜찮다.

평소 흔히 접할 수 있는 메뉴라 특별한 기대감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570g이라는 용량이 말해주듯 푸짐한 양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 들어보면 묵직함이 느껴질 정도니 든든한 한 끼로 손색이 없겠다. 애피타이저인 콩샐러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콩은 병아리콩이었는데, 맛이 없었다기보다는 허니머스타드를 기반으로 한 드레싱이 입에 맞지 않았다. ‘이렇게 최저점을 경신하나’ 싶었으나 메인 메뉴가 훌륭했다. 웬만한 식당의 크림 파스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진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살이 꽉 찬 새우의 식감도 탱탱하고 실해 좋았다. 3종 세트 중 유일하게 메인 메뉴를 남김없이 흡입했다. 후식인 망고푸딩도 합격점을 줄만 했다. 너무 달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적당한 맛이었고 식감은 쫄깃했다. 샐러드의 부족함을 나머지 메뉴가 상쇄하는 세트다. 샐러드만 아니었어도 만점을 부여했을 텐데 조금 아쉽다.

알던 ‘그 맛’보단 확실히 맛있는데…

3종 세트의 맛을 통틀어 말하자면 비행기에서 먹던 ‘그 맛’보다는 훨씬 맛있었다. 하지만 이를 먹는다고 해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들진 않는다. 음식보다는 포장 박스, 탑승권을 본뜬 메뉴‧조리법 설명서가 기분을 나게 한다. 이를 위해 1만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듯하다. 함께 맛을 본 선배 기자는 “그 돈이면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 걸 사먹고 말지, 굳이 이걸 사먹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음식의 질이 나쁜 건 아니지만 ‘가성비’를 고려하면 1만원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자는 기약이 없는 해외여행을 염원하며 한 번 쯤 기분을 내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젠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의 시대 아닌가.

사진 조영철 기자 제품제공 진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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