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그리울 때~ 콩두맘 보리굴비 반상

우먼동아일보

2013. 11. 29

가끔 엄마가 차려주던 집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찬물에 말아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 하나면 밥 한 그릇 금세 비우는. 세월이 지나 식성이 변했지만 그 시절 그 맛이 가끔 생각난다. 따뜻한 집밥이 먹고 싶다면 논현동의 콩두맘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도록.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그리울 때~ 콩두맘 보리굴비 반상


음식을 먹을 때 맛뿐 아니라 씹는 식감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 꼬들한 것, 딱딱한 것, 꾸덕한 것에 항상 후한 점수를 준다. 같은 식재료에 비슷한 맛이라면 씹는 맛이 있는 음식이 좋다. 그래서 굴비보다는 짭조름하고 꼬들한 보리굴비가 더욱 입맛을 돌게 한다.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그리울 때~ 콩두맘 보리굴비 반상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 일대 보리굴비로 입소문난 집은 어지간히 맛을 다 보았는데 보리굴비계의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고 해 찾았다. 논현동에 위치한 콩두맘이다. 음식은 각자의 개인 소반에 차려져 나오는데 껍질까지 바삭하게 구워진 보리굴비를 보니 노릇한 색감부터 마음에 들었다. 식당마다 굽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콩두맘은 바싹 굽는 편에 속한다. 개인적으로 고기든 생선이든 바싹 구워 바삭한 식감을 좋아하지만 바싹 익힌 것이 싫다면 주문할 때 미리 요청하는 것이 좋다. 반을 갈라 뼈를 통째로 드러내고 살만 살금살금 발라 먹다 보니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입안 가득이다. 생선은 뒤집어 먹는 것이 아니라 펼쳐서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을 따라 그렇게 먹곤 하는데 생선을 뒤집으면 그것을 잡은 배가 뒤집어진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양식에서도 생선은 안 뒤집는 것이 매너라는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괜스레 조심스러워진다. 밥을 소복이 푸고 그 위에 쭉 찢은 보리굴비를 푸짐히 얹어 먹으면 그 맛에 감동해 스르륵 눈이 감긴다. 보리굴비가 비리다고 느껴진다면 함께 나온 녹차에 밥을 말아 일본의 오차쓰케처럼 만든 뒤 굴비를 곁들이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녹차가 비린 맛을 잡아주니 맨밥에 먹는 것과는 또 다른 충족감을 준다. 어릴 적부터 따뜻한 밥을 찬물에 말아 먹으면 특별한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던 생각이 난다.
콩두맘은 보리굴비 외에 간장게장도 유명하다. 회사 부근에 유명하다는 간장게장 골목이 있지만 물컹한 살 맛이 싫어 잘 먹지 않는다. 간장에 오랜 시간 숙성돼 살이 물러질 대로 물러져 흐물흐물한 식감은 별로다. 나처럼 이런 물컹함이 싫다면 이곳의 간장게장이 입맛에 맞을 것이다. 색감부터 간장이 스쳐 지나간 듯 거의 게살 그대로의 색을 유지하고 짠맛도 덜하다. 김과 함께 쓱 비비면 한 그릇 비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알이 탱글탱글한 게살과 함께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하지만 나 같은 대식가에겐 양이 약간 모자란 듯.
오랜만에 든든하게 한식을 먹고 나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평일 오전 바쁜 업무 속에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콩두맘이 제격이다. 레스토랑 앞에 햇살을 제대로 쬘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해 점심 식사 후 산책까지 즐길 수 있다.

엄마가 차려준 집밥이 그리울 때~ 콩두맘 보리굴비 반상
김지영 씨는…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할 예정. 광고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





기획·이성희 | 글·김지영 |사진·이기욱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