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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권우중 셰프의 시골 장터 이야기

부산 기장시장

바다 내음 나는 싱싱한 해산물과 건어물 가득~

기획·이성희 | 글&사진·권우중

2013. 09. 03

한적한 바다를 보며 사람 냄새 맡을 수 있는 여행을 꿈꾼다면 부산의 기장시장을 추천한다. 부산 시내와 가까워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옛 재래시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부산 기장시장


느지감치 휴가를 떠나는 이들로 인해 9월에는 어느 곳을 가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늦더위를 피하려고 찾은 바닷가는 바가지요금과 혼잡한 공간 때문에 진정한 자연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지역 주민들만 알고 있는 숨은 핫 플레이스를 찾아볼 수 있다. 부산을 예로 들어보자. 부산 명물 하면 자갈치시장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 것. 하지만 이곳은 타지 관광객이 너무 많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없다. 부산에 갈 계획이라면 자갈치시장 대신 부산역에서 기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기장역 기장시장을 추천한다.
기장시장은 번화한 부산 시내 바로 옆에 있다. 남해와 동해 바다 사이에 있어 두 바다에서 두루 잡히는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 지역 시장에 가면 그 시기에 나는 제철 해산물을 맛봐야 하는데 요즘 제철은 성게다. 서울에서는 손질된 성게가 주를 이루는 반면 이곳은 갓 잡아올려 껍데기 그대로 있는 자연산 성게를 구경할 수 있다. 1만원 내외로 회 한 접시를 구입하면 그 자리에서 껍데기 까서 접시에 담아내니 눈요기도 할 겸 시식해보는 것도 좋다. 싱싱한 성게도 좋지만 기장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미역이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시장 안에는 미역, 다시마 등을 판매하는 건어물 상점이 많다. 하지만 워낙 품질이 좋아 생산지라고 해서 미역 값이 타 지역에 비해 저렴한 편은 아니다. 마른미역 기준으로 현지 시세가 1kg에 1만3천원 정도다. 한 다발 사두면 미역국, 미역무침 등으로 요리하며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미역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대게다. 늘어놓은 대게를 골라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쪄준다. 내장과 밥을 함께 볶아 먹는데 등껍질을 접시삼아 덜어 먹으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장 안을 찬찬히 살펴보면 멸치도 눈에 띈다. 멸치는 주로 늦봄에 많이 잡히는데 올해는 바닷물이 차가운 관계로 여름까지 멸치가 잡혔다고 한다. 보통 멸치는 볶음이나 국물을 낼 때 활용하지만 기장시장에서는 멸치회를 접할 수 있다. 산지에서 바로 잡아 손질한 뒤 초장과 함께 먹으면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마른 멸치도 종류가 다양한데 멸치를 고를 때 중요한 것이 색이다. 색이 희고 은빛이 나며 누런끼가 없는 것을 골라야 한다. 다만 국물용 멸치는 은빛 대신 황금빛이 감도는 것으로 고를 것. 육안으로 봤을 때 감이 잘 안 잡힌다면 만졌을 때 기름기가 돌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니 참고한다. 이외에 문어, 오징어 등도 넘쳐나 입맛을 자극하니 늦여름에 즐기기엔 이만한 곳이 없을 듯하다.

1 미역뿐 아니라 대게로 유명한 기장시장에서는 영덕게는 물론 저렴한 러시아산이나 북한산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바로 쪄낸 뒤 게의 내장과 밥을 함께 볶아 등껍질에 담아 먹는 볶음밥은 고소하고 맛있다.
2 다양한 종류의 멸치. 멸치는 은빛이 감돌고 기름기가 없는 것을 고른다.
3 오징어는 데친 뒤 초장에 먹어도 일품이지만 파 송송 썰어 넣고 오징어국을 끓이면 얼큰하다.
4 성게와 해삼, 전복 등 해산물은 구입하는 즉시 바로 먹을 수 있게 손질해줘 싱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5 시장 곳곳에서는 건미역뿐 아니라 물에 담긴 미역줄기도 만날 수 있다.

부산 기장시장


권우중 셰프는…
경희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활동했으며, 올리브TV, SBS ‘모닝와이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 이스트빌리지 오너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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