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흐름의 중심에는 예능을 하나의 IP로 설계하는 에그이즈커밍 마케팅 전략팀이 있다. 이들은 TV 속 장면과 캐릭터, 출연진의 매력을 굿즈와 팝업스토어로 옮겨 팬들에게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한다. 실제로 서울 성수동과 홍대 부근에서 열린 ‘뿅뿅 지구오락실’ 팝업스토어에는 2주간 1만 명이 몰리며 예능이 ‘경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기획이 콘텐츠보다 앞서면 안 된다’는 원칙으로 예능의 다음 단계를 설계해온 이민환 팀장을 만나 에그이즈커밍이 예능을 브랜드로 키우는 방식을 들어봤다.
“우리는 예능의 ‘여운’을 설계해요”
에그이즈커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저희 팀이 하는 일은 영역이 꽤 넓어요. 외부에서 소개할 때 보통 에그이즈커밍 콘텐츠를 아직 모르는 분들께는 더 많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이미 알고 계신 분들께는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팀이라고 말씀드려요. 그 고민을 바탕으로 굿즈나 팝업스토어, 전시 같은 다양한 기획과 행사들을 실제로 만들어 실행하는 게 저희 일이에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케팅’과는 결이 달라 보여요.
보통 마케팅이라고 하면 시장조사나 광고를 만들고 운영하고 홍보하는 일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있어요. 굿즈를 만들고, 필요하면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딸린 세계관까지 기획해요. 그리고 그걸 팝업스토어나 전시 같은 형태로 실제로 펼치죠. 저는 이 일을 에그이즈커밍의 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2차, 3차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에그이즈커밍 마케팅팀의 주축인 정진영 마케터와 홍정빈 마케터, 이민환 팀장(왼쪽부터).
저는 CJ ENM에서 tvN채널의 예능 마케터로 일을 시작해 프로그램 ‘신서유기’를 하며 나영석 PD님과 함께 일했고, 이후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까지 프로젝트를 같이하면서 그 인연이 자연스럽게 에그이즈커밍으로 이어졌어요. 제작사로 옮겨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마케팅의 역할이 훨씬 더 입체적으로 확장됐다는 거예요. 방송국에서는 굿즈나 팝업스토어, 전시 같은 부가 사업을 각기 다른 부서가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에그이즈커밍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마케팅팀이 직접 담당해요. 또 제작사이다 보니,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실행까지 제작진과 훨씬 가까이 붙어 한 팀처럼 움직이는 것도 큰 차이예요.
마케팅팀이 기획 초기부터 함께한다는 게 인상적이에요.
완전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같이 들어간다고 보시면 돼요. 다만 연출이나 구성, 촬영·편집 같은 영역은 PD님과 작가님들이 전문적으로 맡아주시고 저희는 그 외적으로 ‘대중이 어떤 부분을 더 좋아할까’ 같은 고민을 많이 해요. 캐릭터나 세계관도 제작진과 같이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부터 자유롭게 얘기하고요.
이런 작업은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팀 안에서도 각자 잘하는 지점이 달라요. 누군가는 현장에서 반응을 잘 보고, 누군가는 디테일을 끝까지 챙기고, 누군가는 실행을 빠르게 밀어붙이죠. 기획 단계부터 제작진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이건 우리가 같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감각을 갖게 되고, 회의에서도 한 사람이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이건 어때요?” “이건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요?” 같은 얘기들이 계속 오가면서 정리가 돼요. 그런 과정들이 쌓여서 결국 전시나 굿즈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세계관이 기획에서 실제 캐릭터와 굿즈로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해요.
‘콩콩밥밥’을 할 때 제작진이 갖고 있던 큰 기획은 ‘구내식당을 한다’였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럼 목적이나 이유가 있냐” 같은 얘기를 하다 보니 ‘KKPP푸드’라는 회사 세계관이 만들어지고, 그걸 대표할 이미지가 있으면 더 귀엽고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채소 같은 걸 캐릭터화해보면 어떻겠냐로 이어졌죠. 톤도 중요한데, ‘중소기업 콘셉트’를 확 끌고 가서 디자인이 서툴러도 정감 가는 톤을 잡으면 어울릴 것 같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발전하면서 감자 캐릭터들이 탄생했어요.
‘이건 확실히 통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작년 처음으로 백화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성수동에서 ‘뿅뿅 지구오락실’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었거든요. 사실 그때도 ‘과연 팬분들이 일부러 찾아와 주실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2주 동안 약 1만 명이 다녀가면서, 백화점이 아닌 공간에도 팬분들이 직접 찾아와 주신다는 걸 체감하게 됐죠.
또 ‘콩콩팡팡’ 팝업 전시는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는 방식’을 시도한 경우였어요. 전시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라고 보고 유료로 운영했는데, 오픈 후 약 7000명이 방문했고, 저희가 예상했던 수치를 넘어서 매진까지 됐어요. 그 경험을 통해 이런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능을 팝업과 전시로 확장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예능은 기본적으로 영상으로 완성되는 콘텐츠라 그걸 그대로 공간으로 옮긴다고 해서 자동으로 재밌어지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항상 ‘이걸 전시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뭘 보고 즐길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요. 마케팅팀도 촬영장에 직접 가는 이유가 그거예요. 현장에서는 그냥 지나가면 아까운 장면들이 보이고,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같은 것도 느껴지거든요. 그런 순간들을 보면서 ‘이건 나중에 전시로 풀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나와요.
팝업스토어는 보통 ‘뭔가를 사러 오는 공간’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저희는 전시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라고 봐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많이 신경 쓰게 돼요. 오신 분들이 어떤 감정으로 들어오고, 어떤 기분으로 나가실지를 계속 고민하면서요.
특히 조심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오프라인 행사는 사람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일부러 찾아오는 자리잖아요. 그래서 작은 불편 하나가 전체 경험을 확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영이 매끄러운지, 장소 접근성은 어떤지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무엇보다 안전을 제일 신경 써요. 특히 팬 미팅 때는 티켓 교환, 입장, 굿즈 구매, 포토 부스 등의 동선이 한데 섞이면 위험할 수 있어서 동선 정리를 정말 많이 강조했고, 협력 업체들과도 계속 상의하면서 점검했어요.
해외에서도 팝업스토어 인기가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요즘은 글로벌로 나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있고, 무엇보다 예전에 했던 프로그램들이 해외에서 계속 반응이 좋다는 걸 체감하다 보니까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요. 회사 안에서도 ‘사업을 더 해보자’는 방향에는 딱히 반대가 없었고요. 다만 그 과정에서 팀원들은 정말 힘들었죠. 원래 해야 할 마케팅 업무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 더해 대만에 가서 팝업을 하고, 팬 미팅을 준비하고, 현장 운영까지 해야 하니까 일이 한 번에 확 늘어났거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택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작년에 상해, 도쿄, 광저우 등 7개 도시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고, 지금도 대만과 홍콩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대만에서는 마라톤 행사도 함께 진행했는데, 현지 반응이 정말 뜨거웠어요. 토롱이 콘셉트와 마라톤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많은 팬이 함께 뛰고 즐기는 모습을 보며 ‘아, 이게 해외에서도 통하는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꼈죠.

한국을 넘어 일본과 대만에서도 진행된 에그이즈커밍 팝업스토어 현장.
작은 디테일이 만드는 큰 경험
굿즈나 팝업스토어가 성공하는 ‘공식’이 있나요.저는 제일 조심하는 게, 마케팅 기획이 콘텐츠보다 앞서면 안 된다는 거예요. 영상 콘텐츠를 재밌게 잘 만드는 게 먼저고, 굿즈나 팝업스토어는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콘텐츠와는 상관없지만 굿즈로 만들면 잘 팔릴 것 같다’는 식으로 역으로 가면, 오히려 사람들이 그 의도를 금방 알아채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순서를 절대 거꾸로 두지 않으려고 해요.
‘예능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관찰력이에요. 마케팅은 콘텐츠와 대중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의 어느 부분이 흥미로운지, 대중이 뭘 재밌게 여기는지에 대한 예민한 감각이 서 있어야 해요. 그리고 저는 요즘 들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하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이 불편해할 만한 걸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요. 요즘은 가짜를 바로 알아채는 시대니까요. 그런 부분을 계속 고민하는 게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봐요.
‘유연함’도 강조하셨어요.
예능은 기본적으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재미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갑자기 새로운 걸 해야 하거나 이미 준비한 방향을 뒤집고 다시 가야 하는 일도 정말 많아요.
그럴 때 “이건 계획에 없었는데요”라고 버티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돌발 상황 자체가 예능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변화에 같이 따라가고, 필요하면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 꼭 필요하다고 느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하나 꼽는다면요.
나영석 PD님의 팬 미팅이요. 사실 공약이 걸렸을 때는 솔직히 ‘이건 당연히 안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타시면서, 팬 미팅을 정말 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그날부터 바로 제작진이랑 긴급회의에 들어가서 ‘이거 진짜 해야 되는 거네’ 하는 분위기가 모아졌고, 언제 할지, 어떻게 할지, 어떤 콘셉트로 갈지 마라톤처럼 계속 달렸어요. 체력적으로는 정말 힘들었는데, 이상하게 과정은 엄청 재밌었어요. 무엇보다 현장에서 팬분들이 진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같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던 프로젝트였어요.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굿즈가 궁금해요.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 3 때 만든 수영모요. 이건 시즌 시작부터 염두에 둔 아이템이었어요. 시즌이 거듭되면서 멤버들을 더 잘 알게 됐고, 현장에서는 멤버들이 꼭 수영장을 가고 또 그 시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 만들면 멤버들도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써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제작해서 촬영 초반 현장에 가져갔는데, 보여주자마자 출연진이 정말 좋아했고요. 특히 영지 씨는 수영할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계속 쓰고 다녔어요.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팬들에게도 전달되면서 반응이 이어졌던 굿즈였어요.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한국에서도 마라톤 형태의 행사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꼭 토롱이만이 아니라 나영석 PD님과 함께 게임도 하고 굿즈도 사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에그이즈커밍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이는 페스티벌 같은 형식이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팝업처럼 짧게 만나고 사라지는 형태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팬분들이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체험하고 만날 수 있는 고정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진 목표는요.
저는 그냥 이 일을 재밌게 오래 하고 싶어요. 일이 너무 재밌거든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 곁에서 일하는 게 가장 어렵지만, 또 제일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부분에서 에그이즈커밍에 다니는 제가 되게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안에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보고, 많이 누리고, 많이 배우고 싶어요.
#에그이즈커밍 #뿅뿅지구오락실콩콩팥팥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이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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