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재판부는 3월 21일 “제출된 채무자(뉴진스 멤버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어도어)가 이 사건의 전속 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거나, 그로 인하여 상호 간의 신뢰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뉴진스는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내려진 당일 바로 이의신청을 했고, 법원은 4월 16일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뉴진스는 이번에도 결과에 불복하고 항고한 상태다.
가처분 인용의 효력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오는 시점까지 임시적으로 유효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의 경우 1심에만 올해가 거의 소비될 것이고 3심까지 이어진다면 재판에만 최소 2~3년, 그 이상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본안 패소 가능성이 높고, 패소 시에는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위약금은 줄어든다.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에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을 곱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산정하는데, 현재 어도어는 계약 유지 중으로 보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 잔존 개월도 줄고 활동하지 못한 뉴진스의 월평균 매출액도 떨어진다. 문제는 과연 그때도 뉴진스가 인기 있을 것인가이다. 아이돌은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잊힌다. 이 때문에 이번 가처분 결과는 실질적으로 뉴진스 멤버들에게 도움이 되며, 어도어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어도어, 뉴진스 상대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 출석한 뉴진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려는 듯”
뉴진스의 입장은 굳건하다. 이의신청이 기각된 4월 16일이 데뷔 1000일이었던 뉴진스는 SNS를 통해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희를 기다려주시는 게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해여! 같이 보낼 시간은 좀 잃었지만 나중에 더 좋은 추억들로 채울 거기 때문에 미래를 같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중요한 건 어떤 순간인지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금의 시련을 잘 이겨내고 다시 만나자는 뉴진스의 입장은 지난 3월 22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느껴진다. 뉴진스는 “아마도 이게 한국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려는 것 같기도 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자신들을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첫길을 개척해나가는 혁명가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뉴진스에게 쓴소리와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뉴진스가 처음에 소송 없이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선언한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란 의견이 대다수다. 법무법인 정향의 안세훈 변호사는 “뉴진스 측에서는 하이브의 문제를 폭로하는 약자의 스탠스로 가면서 여론이 받쳐주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게 아닌가 싶은데, 나이가 어리든 사회적 약자든 지켜야 하는 게 계약이다. 소속사에서 지원은 받고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계약을 끝내겠다, 하는 것은 법치주의 근간인 계약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물론 계약이 불공정하면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기도 하지만 뉴진스의 계약은 그렇게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전속계약이 해지되려면 어도어에서 정산을 제대로 안 해줬거나 멤버가 아픈데도 활동을 강행시킨 정도의 엄청난 계약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진스가 주장하는 정도의 계약 해지 이유로 전속계약이 깨진다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충분히 돌려받지 못하면 중소 기획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현창윤 덕명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이돌 그룹은 인기가 곧 권력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뉴진스 정도로 글로벌 히트를 한 그룹은 계약을 연장할 때가 되면 오히려 갑을 관계가 바뀌기도 하는데, 전속계약 중 이런 선례까지 남기면 누가 아이돌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현재는 어도어가 경영상 판단으로 뉴진스 멤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만, 멤버들이 매출을 일으키는 활동을 전혀 하지 않게 되면 결국은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위약금 청구 소송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 흩어져야 산다”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민희진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호소하던 당시와는 달리 별다른 행보 없이 잠잠하다. 이 때문에 “애초 민희진 전 대표와 어도어와의 불화에서 뉴진스와 어도어로 초점을 넘기고 어디로 사라졌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가 분리되어야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뉴진스의 소송은 민희진 전 대표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법무법인 세종이 진행하고 있다.현창윤 변호사는 “뉴진스가 민희진 대표와의 관계를 자꾸 언급하는 것은 양날의 검처럼 보이며, 소송 전략적으로는 뉴진스가 민 전 대표를 언급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민희진 전 대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이 본인들이 주장하는 어도어 측의 귀책사유이자 신뢰 관계 파탄의 이유라 주장해볼 수는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가 미리 템퍼링이 있었다고 재판부에서 의심하게 만드는 사정 중 하나가 되어버린다”는 이유에서다. 강호석 변호사도 유튜브 채널 ‘강앤박변호소’를 통해 “이제는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야 할 시점”이라며 “소송 초기에는 양측 간에 어느 정도 의견이 일치했던 것으로 보이나, 최근 드러난 여러 정황과 가처분 결과를 통해 그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의견을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아 이에 불복 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어도어, 빌리프랩, 쏘스뮤직과의 소송도 줄줄이 남아 있다. 이 소송들의 결과는 뉴진스와 어도어와의 소송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법률적인 쟁점이 나눠져 있긴 하나, 사실 관계와 관련해 그 소송들에서 사용된 증거가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소송에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도 이례적이라 밝힌 싸움을 하고 있는 뉴진스는 현재 상황으로만 본다면 사면초가에 놓였다. 뉴진스 사태에 대해 많은 변호사가 “질 게 뻔한 싸움을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이 싸움을 말릴 어른의 부재가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뉴진스 옆에는 어른이 분명 있다. 뉴진스가 여섯 번째 멤버라 부르는 민희진 전 대표와 뉴진스 PR SNS 계정을 만든 부모가 있고, 뉴진스 멤버도 2명을 제외하곤 성인이다. 어른도 실수를 할 수 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 본안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은 6월 5일이다.
#뉴진스 #민희진 #여성동아
사진 뉴시스 사진출처 뉴진스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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