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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아이 우울증·자살 위험 증가 진짜일까?

장혜정 프리랜서 기자

2024. 01. 04

외동 자녀를 자신감 넘치고 사회성 풍부하게 키우는 법.

가족계획을 묻는 게 실례로 치부되는 요즘이지만 남녀가 결혼하면 주위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듣게 된다. ‘아이는 하나 있어야지’ ‘둘이 살면 나이 들어 후회해’ 등의 조언에 힘입어 출산하고 보니 이번엔 ‘자식이 둘은 있어야지’ ‘외동은 혼자 커서 외로워’ 같은 얘기가 쏟아진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외동에 대한 걱정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자기밖에 모른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나약하다’ 등 외동아이에 대한 선입견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런저런 낭설에 휘둘리기보단 부모의 역할에 따라 외동이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동인 우리 아이, 과연 어떻게 길러야 할까?

자기중심적, 과도한 욕심··· 외동아이의 한계?

때는 바야흐로 2015년. 모 기업의 공개 채용이 한창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면접관 중 한 명이 지원자를 향해 이런 말을 던진다. “외동아들은 바로 누워도 ‘꼬라지’라는 말이 있다.” 당황한 지원자에게 면접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반적으로 외동은 성격이 나쁜데, 자기소개서에 보면 외동이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이라고 썼다. 이는 거짓말 아닌가?”

다소 황당스럽지만 한 제약 회사의 면접 자리에서 벌어진 실화다. 외동에 대한 편향된 시선을 드러내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형제자매 없이 자란 외동에 대해 뿌리 깊은 오해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외동 자녀를 둔 부모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행여 우리 아이가 외동이라 버릇이 없진 않은지, 사회성이 떨어지진 않을지 늘 걱정이 앞선다.

2022년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의 수는 평균 2.1명이었지만 실제 합계 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1명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외동의 길’을 택한 부모가 많다는 뜻.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하나 있으니 정말 외동은 여러 면에서 불리한 조건을 가졌을까?



‘그렇다’고 인정한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의 저명한 아동심리학자인 그랜빌 스탠리 홀 교수다. 1895년 그는 제자들과 함께 진행한 외동아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외동아이란 자체가 하나의 병이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외동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과민하고 이기적이며 욕심 많은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 역시 외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출생 순서가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며 외동의 경우 부모의 과잉보호로 인해 응석받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외동의 외로움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팀이 중고등학생 6만8043명을 대상으로 형제 유무와 우울증·자살 시도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우울 증상이 없는 그룹에서 외동 비율은 12.8%에 그친 데 반해 우울 증상이 있는 그룹에선 외동 비율이 20.4%로 높았다. 또 형제자매가 있는 또래에 비해 외동 청소년이 자살 시도에 이를 가능성이 1.75배로 높아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외동아이의 장점은 무엇일까?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유아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권경숙 교수는 “외동아이의 이점을 주장하는 학자들 역시 다양하게 존재했다”며 “특히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의 특성상 부모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배려,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자존감 향상이나 성취욕구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형제자매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서로 연대하며 든든한 소속감을 주고받거나 힘들 때 큰 의지가 되기도 하지만, 태생적으로 부모의 사랑과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다. 능력이나 외모 등의 영역에서 어쩔 수 없는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열등감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따라서 애초에 이런 경쟁 자체가 불필요한 외동이 형제자매를 둔 아이들에 비해 유리한 점이 있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실린다.

실제 이를 증명하는 연구 역시 다양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 재직했던 사회학자 주디스 블레이크 교수는 한 명의 자녀가 부모의 한정된 자원과 애정을 독점함에 따라 성취가 더 높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며, 메이지대학교 모로토미 요시히코 교수 역시 외동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세상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인생의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력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심리학자인 수전 뉴먼 박사는 2001년 출간한 ‘외동아이의 부모 노릇 하기’란 책을 통해 외동아이가 부모에게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한편, 1:1로 지적 자극을 받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행복도나 학업 능력 면에서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을 앞선다고 서술해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외동아이의 한계로 지적되는 사회성은 어떨까? 정말 외동아이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졌을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사회학과 더글러스 다우니 교수의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우니 교수는 1994~1995년 미국의 7~12학년 청소년 1만30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아이들이 과연 친구의 이름을 몇이나 댈 수 있는지 세어본 후, 이를 가족 규모에 따라 분석해본 것. 그 결과가 흥미로웠는데 유치원생의 경우 외동과 외동이 아닌 아이 간의 차이가 존재했지만, 아이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차이가 점점 사라졌다. 즉, 외동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또래 집단을 통해 사회성을 개발할 다양한 기회를 접하기 때문에 ‘외동아이는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엔 무리가 있다는 것.

산아제한 정책으로 일명 ‘소황제 신드롬’을 겪은 중국 역시 외동아이의 이기심이나 이타심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산시사범대학교 연구진은 외동아이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의 행동 방식에 특별한 차이를 연구했으나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해당 내용은 사회 및 성격심리학 저널 ‘SPPS(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소개된 바 있다.)

연구진은 총 3차례에 걸쳐 외동아이와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을 평가했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양자 간의 행동 방식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토니 팔보와 데니스 폴리틱은 1980년대 후반, 외동아이 관련 기존 140여 개의 연구를 분석해 외동아이에 대한 편견을 거둬내는 데 일조했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성취, 동기부여, 적응력 등의 부분에서 외동아이들이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점수를 받았으며, 오히려 혼자이기 때문에 타 가정의 아이들과 우정을 쌓거나 공유하는 방법을 더 빨리 배웠다. 이처럼 외동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여러 긍정적인 시그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결국은 부모에 달렸다!

지금까지 외동의 장단점에 대한 여러 주장과 근거를 살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단순히 외동이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 가정환경 등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식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아이를 감싸고돈다면 아이는 그야말로 이기적이고 사회성 없는 어른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외동아이를 둔 부모는 어떤 점에 유의해 아이를 키워야 할까? 이와 관련해 성신여대 권경숙 교수는 3가지 팁을 전했다.

01 좋은 이웃과 친구를 만들어줄 것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놀이나 생활 속에서 많은 것을 깨친다. 함께 어울리는 법,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법 등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스킬과 감정을 습득하지만 외동아이는 이러한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다. 외동 자녀의 사회성, 정서발달 등이 걱정된다면 이웃의 또래 아이들과 자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주자. 특별한 지도나 프로그램 없이 그저 놀이만으로도 유익한 경험, 공부가 된다. 부모가 또래 친구 입장이 되어 역할놀이를 하거나 책을 통해 인물 간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간의 입장이 바뀔 때마다, 주어진 상황이 변할 때마다 어떤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지 세심히 일깨워주다 보면 사회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

02 아이 위주의 생활을 자제할 것

이기적인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 두렵다면 생활의 중심을 ‘아이’가 아닌 ‘가족’에 두는 게 현명하다. 아이가 귀하고 사랑스럽다고 해서 매사 아이 의견대로 부모가 따라주면 아이는 적절한 타협, 포기의 여지를 배울 수 없다. 또 제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확률이 높다. 과잉보호 역시 아이에게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기회를 앗아간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하는 부분. 가족 구성원이 모두 동등하고 평등한 눈높이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좋다.

03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할 것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나눠 가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관심과 애정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기도 하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외동아이에게 쏟아지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지나친 애정이 부담될 수도 있고, 나 하나만 바라보는 부모님에게 실망감을 안길까 봐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기도 한다. 부모 역시 하나뿐인 아이에게 집착하거나 큰 기대를 걸어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으므로 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형제자매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지만, 미안한 감정보다는 아이에게 늘 든든하고 따뜻한 안식처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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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언스플래쉬 
도움말 권경숙 성신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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