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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청년 기업가들의 키다리 아저씨 최태원 SK 회장

글 김명희 기자

2020. 09. 23

-카이스트 SE MBA 과정 통해 사회적 기업가 100여 명 양성
-가치 있는 일 하면서 돈도 버는 경영 인사이트와 물적 기반 지원

지난 5월 SK그룹이 주도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주간’을 맞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한 관계자들에게 화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는 최태원 회장.

지난 5월 SK그룹이 주도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주간’을 맞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노력한 관계자들에게 화상으로 축하 인사를 전하는 최태원 회장.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 위치한 000간은 지역 사회와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웃의 봉제공장들과 연계해 자투리 천을 활용한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고, 소규모 창작자들과 소비자들을 잇는 유통 플랫폼도 운영한다. ‘000간’이란 이름은 정답을 비워 놓고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좋은 솔루션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클로젯컴퍼니는 사람들의 옷장 속에 잠자는 옷을 활용해 돈을 버는 회사다. 회원들은 클로젯셰어라는 구독서비스를 통해 매달 새로운 옷과 가방을 정해진 개수만큼 빌려 입을 수 있다. 반대로 안 입는 옷과 가방을 클로젯셰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배당받을 수도 있다. 

재미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수익도 창출하는 두 회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신윤예 000간 대표와 성주희 더클로젯컴퍼니 대표 모두 카이스트 경영대학 ‘사회적 기업가 MBA(Social Entrepreneurship MBA, 이하 SE MBA)’ 과정 출신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가들의 산실로 떠오른 SE MBA의 뒤에는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혁신적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최태원 SK 회장이 있다.

“SK와 인연을 맺게 되면 혼자보다 함께 앞으로 나아가 달라”

지역 사회와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신윤예 000간 대표.

지역 사회와 공존하며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신윤예 000간 대표.

최태원 SK 회장은 9월 21일 SK 채용 관련 유튜브 채널에 직접 등장해 “SK와 인연을 맺게 되면 혼자보다 함께 앞으로 나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그간 환경, 청년실업, 빈곤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기업 가치의 핵심으로 놓고 여러 일들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문제들은 절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연대가 중요한데, 최 회장은 영상을 통해 청년들에게 바로 그것을 당부한 것이다. 최 회장 자신도 연대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들이 교류하며 노하우를 공유하는 장, 소셜밸류 커넥트(Social Value Connect, SOVAC)를 2019년부터 개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앞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해나갈 청년 기업가들 양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SE MBA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SK는 2012년 카이스트에 ‘SK 사회적 기업가 센터’를 개설하고 2013년부터 석사과정을 운영, 2015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경영학 공부하고 파일럿 프로그램 통해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어 유용

옷장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를 운영하는 성주희 대표.

옷장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를 운영하는 성주희 대표.

SE MBA는 기수별 20명이 정원이며 현재 6기, 총 10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7~8기에는 3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교육 내용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 창업 방법과 경영 이론 등으로 구성되며 1:1 전문가 심화 멘토링 등 전문화 된 인큐베이션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첫 학기는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며 이후 창업 성과에 따라 장학금이 지급되는데 지금까지 졸업생의 80% 이상이 전액 장학금을 수령했다.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점에서 조사한 평균 창업률은 94%에 달한다. 졸업 후에는 창업을 위한 오피스 공간과 법무 회계 등의 자문을 지원하며 SK그룹과의 사업 연계, 동문 네트워킹을 통한 지원 등도 이뤄진다. 파일럿 테스트 비용 등 창업지원금, 임팩트 투자(사회적 기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 연결도 지원한다. 

SE MBA가 배출한 청년 기업가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리 잡고 기존 경제의 틀을 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천연재료와 곡물로 만든 대체육(Alternative meat)을 통해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디보션푸드 박형수 대표, DIY 취미 키트 판매를 통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하비풀 양순모 대표, 빅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 솔루션 및 청년 대상 저금리 P2P 금융을 제공하는 CrePASS 김민정 대표, 전국 요양시설 및 간병인 중개 플랫폼 (주)케어닥 박재병 대표, 신장병 환자들을 위한 밀키트를 제공하는 잇마플 김슬기·김현지 대표, 간호사를 감염으로부터 지켜주는 안전한 주사기 자동처리기기를 제작하는 (주)뮨 오광빈 대표 등이 그들이다. 



간호사와 만성질환자를 1:1로 매칭해 비대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팔로 올해 아산나눔재단이 주최하는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종일 대표도 SE MBA 출신이다. 강 대표는 SE MBA에 대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성을 테스트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신윤예 000간 대표는 “미술 전공자 출신이라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SE MBA를 통해 경영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한다. 성주희 더클로젯컴퍼니 대표는 SE MBA 과정을 통해 공유 사업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친환경 가방 사업으로 출발한 성 대표는 SE MBA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으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하기 위해 제조업에서 플랫폼 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실제 고객과 만나고 사업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9월 22일 SK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상의 공감과 감수성을 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이라며 새롭게 바뀐 환경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지 말고,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위한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SE MBA가 배출한 청년 기업가들도 최 회장이 제안한 딥체인지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것임이 분명하다.

사진 뉴스1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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