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젠지들이 돈 안 쓰면서 힙하게 사는 법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2026. 06. 19

젠지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고 있다. 되도록
안 사고, 산다면 ‘제대로’ 사는 것. 프루걸 시크부터 노 바이 챌린지까지, 키워드를 통해 바라본 젠지들의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프루걸 시크는 틱톡을 통해 젠지들의 공감을 얻었다. 

프루걸 시크는 틱톡을 통해 젠지들의 공감을 얻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젠지들이 절약에 빠졌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불황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고물가, 고금리, 취업난의 삼중고 속에서 ‘쓰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자산 방어 전략이 됐다. 젠지들의 환경 의식도 소비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고 거래 사이트 ‘스레드업(ThredUp)’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65%가 ‘지속 가능한 소비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패스트 패션을 거부하고, 빈티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거나 입던 옷을 고쳐 입는 행동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정체성을 알리는 방식이 변화했다는 진단도 있다. ‘무엇을 샀느냐’로 자신을 알리기보다는 ‘무엇을 사지 않느냐’로 자신을 증명한다는 해석이다. 비윤리적인 기업을 보이콧하고, 동물실험을 한 제품을 불매하는 것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이 그 예다. 

불황을 견디는 영리한 생존법부터 신념을 드러내는 미학적 실천까지, 젠지들의 새로운 소비 문법은 SNS상에서 키워드로 포착되는 중이다. 프루걸 시크, 언더컨섬션 코어, 노 바이 챌린지라는 3가지 키워드에 숨겨진 젠지들의 생각을 엿봤다. 

Keyword 1  |  프루걸 시크 

@miarosemcgr...

@miarosemcgr...

24세 대학생 이소연 씨는 최근 엄마 옷장을 여는 빈도가 늘었다. “빈티지 패션과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하는데, 엄마가 젊었을 때 입던 옷이나 가방 중에 비슷한 게 많다”며 “예전 옷이 소재나 만듦새가 더 좋은 것 같다. 입고 나가면 친구들이 부러워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스타일을 살리면서 용돈까지 아낄 수 있어 앞으로도 엄마 옷장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움직임을 일컫는 ‘프루걸 시크’는 ‘절약(frugal)’과 ‘세련됨(chic)’이 합쳐 탄생한 신조어다. 검소함을 궁색함이 아닌 하나의 미학으로 재정의하는 소비 철학이다. 2025년 말 미국의 인플루언서 미아 맥그래스가 틱톡을 통해 퍼트린 개념으로, ‘의도적으로 검소하게 소비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삶을 추구하는 방식’을 뜻한다. 미아 맥그레스는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프루걸 시크는 품질과 취향, 자유를 중시하며 과소비를 부추기는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SNS에서 공유되는 프루걸 시크의 실천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프루걸 시크 트렌드를 선도한 인플루언서 미아 맥그래스. 

프루걸 시크 트렌드를 선도한 인플루언서 미아 맥그래스. 

첫 번째는 ‘클래식 투자’다. 반짝 유행하는 아이템 여러 개 대신 ‘착용당 단가(CPW·Cost Per Wear)’를 고려해 오래 입거나 쓸 수 있는 고품질의 아이템을 선택한다. 두 번째는 버리는 대신 수선하는 ‘리폼’ 문화, 세 번째는 중고 명품과 베이식 아이템을 조합하는 ‘빈티지 믹스 매치’다. 네일 숍 대신 직접 손톱을 관리하는 ‘DIY 뷰티’, 쇼핑 대신 독서나 산책 등 돈이 들지 않는 취미 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전환’,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고 비슷한 품질의 비브랜드 제품을 공유하는 ‘가격 해체 소비’도 프루걸 시크족의 소비 방식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6년 패션 시장의 핵심 키워드를 ‘프루걸 시크’로 공식 선정했다. “소비자가 원가, 유통마진, 브랜드 가치를 꼼꼼히 검증한 후 구매하는 ‘절대 권력의 소비자’ 시대가 왔다”는 것이 삼성패션연구소의 진단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펴낸 ‘트렌드 코리아 2026’에 등장한 ‘프라이스 디코딩(가격 구성 요소를 직접 분석하는 소비자)’과 ‘근본이즘(유행보다 본질적 가치 회귀)’ 역시 프루걸 시크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Keyword 2  |  언더컨섬션 코어

헌 옷을 수선해 선보인 ‘다닝’ 작품들. 최대한 고쳐 쓰는 언더컨섬션 코어에 참여하는 이들은 수선법, 고친 물건 등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헌 옷을 수선해 선보인 ‘다닝’ 작품들. 최대한 고쳐 쓰는 언더컨섬션 코어에 참여하는 이들은 수선법, 고친 물건 등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29세 직장인 최유림 씨는 얼마 전부터 ‘다닝(darning)’이라는 이름의 섬유 수선 기법에 빠졌다. 고양이 발톱에 뜯긴 옷을 복원할 방법을 찾다가 고쳐 쓰는 재미를 알게 된 것. 최 씨는 “예전 같았으면 재활용 의류 통에 넣었을 만한 옷도 요즘은 ‘수선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한 번 더 생각한다”고 말했다. SNS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며 ‘가진 걸 충분히 활용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그는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3년이 넘었는데, 새로 사는 대신 배터리를 교체했다. 앞으로 3년은 더 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행동 방식을 통칭해 부르는 ‘언더컨섬션 코어’는 단어 뜻 그대로 ‘저(under)’ ‘소비(consumption)’를 지향한다. 2024년부터 틱톡을 통해 본격적으로 퍼져나간 이 움직임은 과소비를 지양하고, 최대한 가진 것을 활용하는 데 의의를 둔다. 이들에게 가장 힙한 아이템은 손때 묻은 것이다. 10년 된 청바지와 낡은 스니커즈가 대표적이다. 틱톡 해시태그 ‘#underconsumptioncore’에 달린 “구멍 난 신발도 아직 기능한다면 신는다. 버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쓰는 것이 자랑스러워야 한다”는 코멘트에서 이들의 생각을 포착할 수 있다. 

사지 않을 아이템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안티 하울.

사지 않을 아이템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안티 하울.

언더컨섬션 코어를 실천하는 방식을 간단하다. 있는 것 드러내기를 통해 손때 묻은 물건을 보여주고,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지를 자랑한다. 이들에겐 빈티지가 곧 훈장이다. ‘있는 것 다 쓰기’는 말 그대로 구매해둔 물건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쓴 화장품을 SNS에 인증하는 ‘히트 더 팬(Hit the Pan)’ 챌린지는 시즌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신상 화장품을 사는 대신 이미 산 제품을 다 소진했다는 게 자랑이 된다. ‘안티 하울(Anti Haul)’은 한동안 유행했던 ‘쇼핑 하울’의 대척점에 있다. 쇼핑 목록이 아니라, 사지 않을 아이템의 목록과 이유를 영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새 물건을 소개하는 ‘#언박싱’ ‘#쇼핑하울’ 영상이 지배하던 SNS 소비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반발이다.  

Keyword 3  |  노 바이 챌린지 

기간과 품목을 정해서 ‘사지 않기’에 참여하는 노 바이 챌린지.

기간과 품목을 정해서 ‘사지 않기’에 참여하는 노 바이 챌린지.

32세 직장인 김영인 씨는 얼마 전 이사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다 쓰고 새로 살 것’. 포장도 채 뜯지 않은 새 화장품이 본인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뷰티 유튜버가 추천해서 사고, 한정판이라 구매하고, 1+1이라 소비하니 죽을 때까지도 못 쓸 만큼 화장품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자주 사용하던 쇼핑몰 앱까지 지웠다는 그는 SNS 채널에 자신의 결심을 공유했다. 그는 “우선 남은 반년 동안 화장품을 사지 않는 게 첫 번째 목표인데, 지금 가진 화장품을 다 쓰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 같다. 꼭 성공할 것”이라는 피드를 올렸다.  

‘노 바이 챌린지’는 생필품을 제외한 의류, 화장품, 외식 등을 일정 기간 스스로 자제하는 행위다. 2025년 새해를 맞아 SNS를 통해 한 해 계획을 공유하던 젠지들이 ‘#nobuy2025’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절약을 선언한 것으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2022년 크게 화제가 됐던 ‘무지출 챌린지’의 진화 버전이다. 하루에 0원 쓰기를 목표로 한 무지출 챌린지가 단기 집중적이라면, 노 바이 챌린지는 소비 습관 자체를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노 바이 챌린지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목록 작성이다. 구매할 것이 아닌, 사지 않을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배달 앱 끊기’나 ‘주중 쇼핑 금지’ ‘냉동실 다 비울 때까지 냉동식품 구매 안 하기’처럼 구체적인 편이 좋다. 챌린지 기간은 짧게는 한 달부터 길게는 1년까지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 쇼핑 앱의 알림을 끄거나, 프로모션 이메일을 해지하거나, 광고 문자를 스팸 처리할 수도 있다. 아예 쇼핑 앱을 지운 후 인증하기도 한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같은 커뮤니티에서 자기와 비슷한 목표를 세운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의지를 다지는 경우도 있다.

#프루걸시크 #언더컨섬션코어 #노바이챌린지 #여성동아

기획 정세영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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