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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컴백하는 아이돌마다 ‘감다살’, 열일하는 SM

윤혜진 객원기자

2025. 05. 23

‘감다살’이란 감이 다 살았다는 신조어다. 30년 전통 K-팝 맛집 SM엔터테인먼트가 요즘 세대 입맛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 ‘감다살’ 칭찬을 받고 있다. 심지어 동시다발적 컴백까지 가능해진 SM의 변화에 대해.

컴백할 때마다 팬들의 칭찬이 쏟아지는 NCT 위시의 콘텐츠들. 젠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컴백할 때마다 팬들의 칭찬이 쏟아지는 NCT 위시의 콘텐츠들. 젠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K-팝의 산증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지난 2023년 ‘SM3.0’ 전략을 발표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일단 ‘SM1.0’은 창업주인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주도로 K-팝 장르를 정착시키며 H.O.T., 보아, 동방신기, S.E.S.,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탄생시킨 2010년까지를 말한다. 이어 엑소, 에프엑스,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을 내놓는 동시에 다수의 프로듀싱 역량을 가진 인력들을 갖추게 된 2022년까지를 ‘SM2.0’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에서 한 단계 더 뛰어넘으려는 ‘SM3.0’의 목표는 좀 더 복잡해진다.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활약하는 가운데 신규 론칭한 NCT 위시, 라이즈, 하츠투하츠가 빠르게 자리 잡음과 동시에 다른 신규 IP도 발굴해야 한다.

목표를 실행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SM3.0’시대는 멀티프로덕션 체제로 굴러간다. 그동안 한 회사에서 모든 아티스트를 담당했다면, 2년 전부터는 6개의 센터로 나눠 저마다 독립성을 갖고 아티스트 발굴 및 음반 제작에 나서고 있다. 1센터는 강타·보아·소녀시대·에스파, 2센터는 샤이니·레이든·하츠투하츠, 3센터는 동방신기·레드벨벳, 4센터는 NCT, 5센터는 슈퍼주니어·엑소·라이즈를 담당한다. 그리고 이 외에 버추얼 아티스트 제작과 운영을 전담하는 센터가 하나 있다. SM이 센터 체제로의 변환을 통해 얻는 장점은 많다. 각 센터가 ‘동시다발적’으로 돌아가 앨범 발표 주기가 짧아졌고 아티스트별 색채도 더 다양해졌다. 신인도 더 많이 선보이고 있다. 제작 시스템을 바꾸기 전에는 평균 3.5년에 한 팀씩 데뷔해왔다.   

달콤한 NCT 위시와 성장의 맛 라이즈

많이 내놓는다고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깐깐해진 팬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SM3.0’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SM은 ‘SM1.0’ 때부터 세계관과 미감에 진심이었다. ‘SM3.0’은 예쁜 거에 예쁜 거를 더한 믹스와 진화의 시대다. 한번 꽂힌 부분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실행력은 더욱 강화됐다. 예를 들면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솔로곡 ‘1999’를 발표한 NCT 마크는 유튜브 콘텐츠 ‘디바마을 퀸가비’에서 나온 ‘NCT 발레’ 발언을 놓치지 않고 직접 출연해 만든 ‘힙레(힙합+발레)’ 안무를 진짜 챌린지로 이어갔다. 여성 전유물로 인식되어온 크롭 티 패션에 이미 수년 전부터 도전해온 엑소 카이의 경우 최근 네 번째 미니앨범 선공개곡 ‘Adult swim’에 이르러 마침내 ‘크롭 티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았다. 쨍한 색감의 뮤직비디오와 크롭 티를 입은 카이, 청량한 노래는 거부감 없이 조화를 이뤘다. 

특히 젠지력이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NCT 위시와 첫 정규앨범으로 돌아온 라이즈에게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미니 2집 ‘poppop’으로 컴백한 NCT 위시는 인터랙션 요소가 담긴 콘텐츠를 선보였다. 화제를 모은 위시젤리 신입 사원 공개 채용 버스 광고는 언뜻 보면 정말 기업 채용 광고 같은데, 광고 속 이력서 다운로드 페이지에 접속하면 실제 이력서 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직접 SNS에 업로드해 확산하게 만드는 모든 과정이 완벽했다. 무엇보다 ‘팀 위시’의 미감은 이번에도 빛났다. 컴백 타임테이블부터 티저, 무대 의상, CD 등 거의 모든 비주얼이 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키 링 인형 앨범 ‘팝츄’ 판매, 위시캣 캐릭터와의 협업은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는 또래 팬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5월 19일 정규 1집 ‘ODYSSEY’를 발표한 라이즈의 경우 ‘성장과 실현’이란 서사에 집중하면서 라이즈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컴백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앨범 트랙들을 영상화한 40분 분량의 시네마틱 필름 ‘RIIZE <ODYSSEY> PREMIERE’를 준비했는데, 그 규모와 퀄리티에서 정규 1집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5월 14일 위버스 라이즈 커뮤니티 가입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최초 공개한 데 이어 15일부터 4일간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 27개관에서 극장 상영을 진행했다. 콘서트 실황 필름 상영회는 흔해도, 컴백 프로모션으로 앨범 전 트랙을 영상화해 극장 상영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라이즈를 담당하는 5센터의 김형국·이상민 총괄 디렉터는 “앨범 기획, 음악 제작, 영상 구성 등 완전한 작업물을 선보이기까지 1년 정도가 걸렸다.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7곳의 외부 프로덕션과 협업을 이어왔고, 감독 및 출연진 포함 400명 이상의 스태프가 함께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감다살’ 굿즈가 ‘감다살’ 앨범으로 선순환 

모든 앨범에 시간과 노력, 자본을 충분히 투자하면 좋겠지만 기획사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음반 제작 인원과 자본은 한정되어 있다. SM의 경우 이 한계를 센터별 제작 시스템을 통해 극복해가고 있다. 센터별로 자신이 맡은 소수의 아티스트에게만 신경을 쓰면 컴백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고, 이는 회사 전체로 봤을 때 많은 아티스트의 활동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돌아가 수익이 증가하며, 그만큼 아티스트들에게 더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실제로 SM은 지난 5월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2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0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신보 앨범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음원 매출 증가, 글로벌 콘서트 확대, MD(굿즈)·IP(지식재산권) 라이선싱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MD와 IP 라이선싱 부문의 경우 라이즈 캐릭터 팝업스토어, 샤이니 키와 헬로키티 협업 프로젝트 등으로 수익 다변화를 실현했다. 정규 1집을 앞두고 4월에 연 라이즈 팝업스토어에는 17일간 약 1만2000명이 방문했다. 

SM이 올해 제시한 목표 역시 ‘소속 가수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2차 IP 사업 고성장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다. SM뿐만 아니라 이제는 모든 아이돌이 앨범 활동만으론 유지가 불가능하다. 보통 앨범 발표 전 팝업스토어 개최→앨범 활동→활동 종료 후 해외 투어와 새 MD 판매 등이 하나의 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미니 2집 활동을 마친 NCT 위시도 연이어 사진전 ‘NCT WISH THE 1ST PHOTO EXHIBITION [ONE SUMMER WISH]’를 한국에서 6월 1일까지, 일본에서 6월 28일부터 7월 13일까지 진행한다. 여름방학을 테마로 한 이번 사진전은 입장료가 1만5000원이고, 첫 화보집 및 다양한 MD로 인한 수익도 기대된다. 

다만 아티스트별로 이 사이클이 제대로 굴러가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하려면 일단 감이 죽지 않고 살아 있어야 한다. MD만 해도 디자인이 좋으면 최애 멤버 인형 키 링 하나 사러 갔다가 이것저것 주워 담고 다른 멤버들 아이템까지 폭풍 소비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요즘은 ‘팬아저(팬이 아니어도 사진 저장)’를 넘어, 해당 팬이 아니어도 지난해 ‘에스파X앤어애쉬’ 에어팟 케이스처럼 평소 좋아하는 브랜드와의 협업이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타 아이돌 MD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멀티프로덕션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센터별 역량 차이도 그만큼 더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장점이 더 많아 보인다. 일단 일이 몰리면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장인 정신을 발휘하는 게 쉽지 않다. 30주년 맞은 K-팝 큰 형님의 잘 깎은 방망이를 계속 보고 싶다..  

#감다살 #SM #라이즈 #여성동아

사진출처 라이즈 NCT위시 엑소 X NCT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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