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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재석 씨 은퇴하는 날, 다시 예능 도전할 거예요”

개그맨에서 사업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한 고명환

정세영 기자

2025. 05. 13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은 내려두고 성공한 사업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고명환을 만났다. 성공과 행복, 건강 그리고 돈까지. 그를 둘러싼 모든 긍정 회로는 ‘책’으로 귀결된다.

무엇으로부터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될지 미리 알 수 없다. 진리는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사건으로부터 찾아오기도 한다. 개그맨 출신 고명환 작가는 2005년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하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생명이 위독한 상황까지 갔지만 기적처럼 살아났을 때 그가 집어 든 건 책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고명환은 개그맨, 연기자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했다. 당시 대중에겐 잘나가는 연예인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인기를 얻으며 각종 방송사와 행사에 불려 다니며 한 달에 3000만 원 넘게 벌기도 했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 탓에 하루 2~3시간밖에 못자고 식사도 허겁지겁 때우기 일쑤였다. 고명환은 “그때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오직 돈만 쫓아다녔다”며 “5년 만에 봉천동 빌라를 산 뒤 계속 돈을 벌어 석촌호수 옆 아파트까지 구매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그 집에서 단 하루도 살지 못했다. 나중에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살겠다는 목표로 입주를 미뤘던 것. 당시 그는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밤낮없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고명환은 교통사고 후 “생이 사흘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목적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순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 것. 오랜 생각 끝에 그는 삶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전을 비롯한 다양한 책을 읽었다. 그렇게 접한 수많은 책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발휘했다. 

고명환은 책을 통한 깨달음을 현실에 접목해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대박이 났고 현재는 연 10억 매출을 유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지난해 열린 ‘제11회 교보문고 출판 어워즈’ 올해의 작가상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과 함께 이름을 올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그는 “지금은 식당을 운영하며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있는데, 가끔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서고 뮤지컬도 하는 등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에는 일정의 농도가 존재한다. 어떤 시간은 묽게 흘러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진다. 또 어떤 시간은 찐득하고 끈끈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고명환에게서는 교통사고 전과 후로 명확하게 나뉜 인생의 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교통사고 전 오로지 돈만 쫓아다녔던 시간은 이제는 쉽게 웃어넘길 수 있을 정도의 묽기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 후의 삶은 분명 다르다. 책을 통해 찾은 진정한 행복과 진리를 많은 사람과 나누며 매일을 짙고 끈끈하게 보내고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후회요. 당시 제가 서른네 살이었어요. 사고 후 의사에게 “수일 내로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왜 지금까지 남의 눈치 보면서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까지 제 주관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끌려다닌 적이 많았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은 잊어버린 채 남의 시선에만 집착했죠. 그런데 곧 죽는다고 하니 온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변하더라고요. ‘내 주관대로 살았어도 충분히 잘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간의 삶이 후회되면서 억울하기까지 했어요. 이후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을 때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어요.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가 2005년이었어요. 지금처럼 유튜브 등 미디어가 활발하게 발달하지 못한 때였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오직 ‘책’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병문안 오는 지인들에게 “주스, 과일 대신 책을 사오라”고 부탁했어요. “무슨 책?”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아는 제목의 책. 못 고르겠으면 고전을 사다 줘”라고 했죠.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자 삶이 달라지던가요.

완전히 달라졌어요.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인간이 행복하려면 스스로가 원하는 시간에, 가고 싶은 장소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제가 강의나 강연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본업을 그만두고 해외여행, 캠핑 등을 가라는 이야기냐” 하면서요. 그게 아니에요. 회사 등 자신이 늘 가는 장소를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건 책 속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에 맞춰 긍정적으로 적용시키는 거예요. 저는 메밀국수 가게든, 강연장이든, 글 쓰는 장소든 일하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치러 간다고 생각해요.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어요. 고전을 통해 그걸 배웠죠. 

고전을 통해 얻은 또 다른 큰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세상의 흐름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거예요.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도 사회가 정한 그릇된 통념에 세뇌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의대에 입학해야 성공했다고 여기는 것처럼요. 사회의 잘못된 기준에 순응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짚어내야 해요. 사회가 주입한 관념들을 빨리 지워내고 자신의 진짜 욕망을 찾아내는 거죠. 그러면 삶이 즐거워지고 자연스럽게 돈도 따라와요.  

고명환은 유튜브, 강의, 강연 등을 통해 책의 깨달음, 가치 등을 전파하고 있다.

고명환은 유튜브, 강의, 강연 등을 통해 책의 깨달음, 가치 등을 전파하고 있다.

책 속에서 찾은 돈과 행복

고명환 작가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고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시도하는 사업마다 실패한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사업에 도전했다. 손무의 병법서 ‘손자병법’, 카를 융의 저서 ‘레드 북’ 등에 담긴 진리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면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 철저한 준비 끝에 2014년 경기도 일산에 메밀국수 매장을 열었고, 그 후 약 10년간 매년 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성공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식당도 결국 책에 의해 만들어진 거네요.    

이 식당을 하기 전까지 사업을 네 번 실패했어요. 기준도 목표도 없이 그저 열심히만 했거든요. 네 번 망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 무작정 서점을 찾아갔죠. 철학 분야를 탐색하는데 ‘손자병법’이 눈에 띄더라고요. 당장 사서 읽었는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책 속에 사업 성공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었거든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도: 남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천: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면 싸우지도 말아야 한다, 지: 잘 아는 공간에서 싸워야 하고, 장: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며, 법: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구절이었죠. 이를 통해 사업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나 자신을 반성했어요. 그리고 사업에 성공하려면 돈보다는 고객에게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모색하고, 무엇이든 스스로가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또 현실뿐만 아니라 SNS 등 가상공간의 흐름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실제 이 뜻을 마음 깊이 새기며 사업을 운영하니 손님들이 정말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돈도 따라왔고요. 제가 만약 ‘손자병법’을 읽지 않았다면 메밀국수 사업도 망했을 거예요. 책의 깨달음 덕분에 성공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보통 어떤 일이든 결국 돈을 쫓아가게 되는데, 돈을 위해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건가요.

많은 분이 그렇게 받아들이세요. 사업할 때 돈을 목적에 두지 말라니, 말도 안 된다고요. 하지만 그 내용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요. 1순위를 돈에 두지 않고,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죠. 무엇이든 너무 잘하려고 애쓰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해나갈 때 성공하는 케이스가 허다하죠. 사업도 비슷하더라고요. 경험상 오직 돈을 벌려고 장사하니 결국 실패했어요. 반대로 제가 생각한 기준과 가치에 집중해 일을 해나가니 재미와 애정이 쌓였죠. 이로 인해 결과물이 더욱 좋아졌고 손님들도 늘게 됐어요. 덕분에 돈도 들어왔고요. 물론 돈을 목적으로 사업해 성공한 사례도 있어요. 하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 겁니다. 저도 돈만 바라보며 달려봤거든요. 하루에 2~3시간씩 자면서 밤무대를 뛰었죠. 당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상황이 극에 달했을 때는 우울증, 조울증까지 왔어요. 그러고 교통사고를 당하니 ‘지금까지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죽음 앞에서는 돈보다 나 자신의 행복이 중요해지는 거죠. 저는 사람들이 이런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삶의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하고 신조 있게 해나가면 행복과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저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로 큰 상을 받았습니다. 소설가, 평론가 등 문학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이미 고전에 관한 책을 냈는데, 출간 당시 부담은 없었나요.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죠. 하지만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르듯 고전을 바라보는 시선도 같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 고전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고전의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뼛속까지 동기를 부여해 자기개발을 하는 사람이죠. 제 접근 방법을 토대로 책을 쓰면 새로운 색을 가진 고전이 나올 거라 믿었어요. 

성장이라는 방향으로 인도하는 ‘고전’

실제 고명환이 고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선했다. 그는 저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중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 고전소설 ‘데미안’을 언급했다. “수컷 나방은 별이 아름답다고 해서 별을 좇지 않는다. 수컷 나방은 자기의 본분을 정확히 알아 암컷 나방에게 간다”는 구절을 통해 ‘주변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일을 실행할 것. 그러면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온다’는 깨달음을 전했다. 고명환은 어떤 주제를 다뤄도 결국은 책으로 돌아왔고, 고전에서 길어 올린 것들을 삶에 적용하고 있었다.

책에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담기 위해 편집자와의 합이 중요했을 것 같아요.

2023년에 출간한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내기 전에 출판사 30여 곳과 미팅을 했어요. 소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는 건 흥미로운데 목차 구성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글을 쓰면 흐름을 잘 만들어주는 편집자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러다 지금의 출판사를 만나게 됐어요. 오랫동안 책과 그간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의견 조율 및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며 함께 총 세 권의 책 작업을 진행했어요. 덕분에 완성도도 높아졌고요. 담당 편집자님은 제가 너무 저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게 설득해주고 기다려주는 분이에요. 일을 할수록 더욱 믿음이 가요. 좋은 출판사와 편집자를 만난 덕분에 많은 분이 제 책을 사랑해주시는 것 같고요.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 부탁드려요.

처음부터 목표를 크게 잡지 않는 것이 좋아요.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죠. 추천하는 방법은 가장 좋아하는 책, 인생의 진리를 일깨워주는 철학서 그리고 세상이 이루어진 원리를 소개하는 과학서 이 세 권을 하루에 10페이지씩 보는 거예요. 매일 볼 필요도 없습니다. 먼저 딱 100일만 해보세요. 책을 읽는 것에서만 그치면 안 돼요. 내가 오늘 읽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인생의 질문을 던지고 답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죠. 그러기 위해선 조금씩 깊이 있게 독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는 중에 중요한 것은 ‘산책’이에요. 세 권을 하루에 10쪽씩만 여유롭게 봤으면 좋겠어요. 

기간을 100일로 잡은 이유는요.

독서를 결심한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가 보통 책을 읽기 시작한 시점부터 100일까지 예요. 저는 그걸 ‘신선한 고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힘든 건 없어요. 그 시기만 잘 이겨내면 저절로 독서력이 쌓이면서 책 읽기에 재미가 붙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책에 푹 빠지는 순간이 오고, 100일을 넘어 기간에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책을 읽게 되죠. 도중에 포기했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저는 항상 무대 위에 있어요”

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요.

전 유재석 씨가 은퇴하는 날 바로 복귀할 거예요(웃음). 그때쯤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예능, 개그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섰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능 하면 그저 보고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예능이 반드시 웃음에만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감동과 재미 속에서 충분히 지식과 정보도 전달할 수 있거든요. 지금 유재석 씨가 이와 같은 예능을 선보이고 있고요. 만약 유재석 씨가 무대를 떠날 때쯤이면 예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어 있을 거라고 믿어요. 저는 그날 다시 꼭 방송에 복귀할 겁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수치로 표현한다면요.  

100%, 아니 그 이상입니다. 전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많은 분이 “이제 무대를 완전히 떠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세요. 전혀요. 전 여전히 강의, 강연장 무대 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어요. 과거에는 짜놓은 각본대로 무대를 전전했다면 지금은 자유롭게 제 이야기와 철학 등을 공유하죠. 절 바라보는 대상은 동일한데, 전하는 이야기만 달라진 거예요. 과거에는 행복을 위해서 무조건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말 악착같이 살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요.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전혀 낙심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 되니까요. 책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해주고, 좋은 질문 하나만으로도 인생이 변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이제는 모든 일이 두렵지 않아요. 새로운 일 앞에서도 주저하기보다는 설레고 행복한 마음이 앞서요. 이제야 세상을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고명환 #고전이답했다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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