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전이라면 아이 취향 파악해 책의 범위를 넓혀가세요”
![권이은|문해력 전문가이자 고려대학교 한국어문교육연구소 연구교수. 9세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7/a9/46/6a/67a9466a0972d2738276.jpg)
권이은|문해력 전문가이자 고려대학교 한국어문교육연구소 연구교수. 9세 된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이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이 첫 단추예요. 정보가 많이 담긴 글을 좋아하는지, 이야기 글을 좋아하는지 아이에 따라 굉장히 다르거든요. 장르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소재가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취향은 굉장히 협소해요. 좋아하는 주제에서 주변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이 필요하죠. 예를 들면 아기 상어를 좋아한다면 다른 해양생물을 좀 더 알아보고, 상어가 주인공인 의인화한 이야기를 읽어주는 식이죠. 이런 방법으로 부모가 아이의 취향을 파악하면 세계를 확장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아이의 취향과 더불어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하나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그림만 보고 책장을 쓱쓱 넘기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어른들은 보통 아이가 혼자 책을 보고 있으면 기특하게 여겨요. 근데 사실 유아기에는 그렇게 좋은 풍경은 아니에요. 아이가 내용이 궁금해서 누구에게든 가져와 읽어달라고 해야 발달이 더 잘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책장을 그냥 넘기지는 않는지 관찰하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그림을 같이 보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는 게 독서에 방해가 되진 않나요.
유아기의 경우 책 읽는 도중에 말을 걸면 집중력에 방해된다는 건 편견이에요. 아이가 몰입해서 독서할 정도의 수준에 오르려면 초등학교 이상은 돼야 하거든요. 사실 유아기에는 책에 몰입하는 것보다 책을 매개체로 대화하는 게 아이의 문해력 발달에 효과적이에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상호작용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어떻게 대화해야 하나요.
육하원칙에 맞춰 대화하는 것이 좋아요. 이렇게 하면 책의 기본 줄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이야기책을 읽었다면 누가 나오는지, 그 인물이 뭘 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됐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얘기하다 보면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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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아니라 ‘취조’를 하는 부모님들이 간혹 있어요. 대화하라는 것은 아이한테 정답을 물어보라는 뜻이 아니에요. ‘누가 나오는지, 왜 이렇게 했는지 얘기해줘야겠다’라고 생각하라는 의미예요. 예를 들면 ‘등장인물 누가 나왔네’ 이렇게 강조를 해주시면 좋습니다. 강조해주면 아이가 ‘이것에 집중해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부모님의 읽기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유아기 독서가 초등학교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독서는 모든 교육의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모든 과목의 교과서 읽기가 되려면 우선 독서가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또 선생님 설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풍부한 어휘량도 독서와 깊은 관련이 있지요. 독서는 초등 기초학력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입시까지 영향을 크게 미칩니다. 다독보다도 ‘정독’을 하면서 정확히 글을 이해하는 법을 다져나가면 입시 공부에도 효과적일 거예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세 아이를 위한 책을 추천한다면요.
7세라면 인물과 사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책이 좋아요. 누가 나왔는지, 그 인물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작품이 적합하지요.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그림도 강렬해 아이들이 집중을 잘하는 편이에요. 백희나 작가님의 ‘알사탕’이나 ‘나는 개다’라는 책을 아이들이 좋아한답니다. 또 안녕달 작가님의 ‘할머니의 여름휴가’도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뚜렷하고 그림이 인상적이라서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36개월 이전이라면 엄마가 꼭 책을 읽어주세요”
![장선영 @writer.jang|독서교육 부문 서울특별시의회 표창장을 수상한 다독가이자 발달심리 전문가. 13세 딸과 10세 아들을 ‘책 육아’로 키워냈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7/a9/46/d6/67a946d604fad2738276.jpg)
장선영 @writer.jang|독서교육 부문 서울특별시의회 표창장을 수상한 다독가이자 발달심리 전문가. 13세 딸과 10세 아들을 ‘책 육아’로 키워냈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면 건강식을 먹기 힘든 것처럼 책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책은 잔잔한 자극을 주는 도구지만 TV나 스마트폰, 태블릿은 강력한 자극을 주는 도구지요. 어린아이의 순수한 신경에 자극적인 도구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 아이는 잔잔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게 돼요. 그래서 어릴수록 책을 먼저 접해 책이 재미있다는 걸 몸소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언제부터 책 육아를 시작했나요.
태교할 때는 책 육아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태아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습니다. ‘탈무드 태교 동화’와 ‘톡톡톡 영어태교’ 두 권을 시작으로 하루 1~2시간씩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줬어요. 아기가 태어난 후로는 초점책과 헝겊책으로 까꿍놀이를 해줬고요. 이때 아기가 책을 입에도 넣고 손으로 충분히 만지며 놀 수 있도록 해줬지요. 그렇게 책에 대한 낯가림 없이 자연스럽게 책 육아를 시작했어요.
아이에게 몇 시간 정도 책을 읽어줘야 할까요.
큰아이가 책을 읽어달라는 시간이 2시간,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났어요. 책 읽기를 멈추려고 하면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죠. 아이가 운다는 건 욕구가 덜 채워졌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뿌리칠 수 없었고 아이의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4시간의 정점을 찍고는 깊은 잠에 푹 빠져들었어요. 책 읽어주는 적정 시간은 아이의 생체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좋아요. 아이가 읽어달라고 요청할 때는 즐겁게 읽어주고, 아이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느껴지면 엄마가 먼저 책 읽기를 중단하세요.
엄마가 꼭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의식이 형성되는 시기가 0~36개월인데, 이 시기에 아이가 보고 들은 모든 기억은 깊이 저장됩니다. 36개월 이후에도 아이가 자라는 동안 현실에 반영되고요. 따라서 이 시기에 어린아이는 행복하게 길러줘야 해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뱃속에서부터 하나였던 엄마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 이 시기에는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길 조언해드립니다. 엄마의 목소리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에게 TV를 틀어주기보다는 책을 읽어주고, 사랑 표현도 듬뿍 해주세요. 그런 아이는 IQ보다 중요한 EQ, 즉 감성지능이 풍부하게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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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6~48개월은 제1반항기를 겪은 직후로, 이때 1년간을 균형 잡힌 황금기로 보낼 수 있어요. 아이가 일상에서 엄마와 보낸 시간을 통해 언어표현이 풍부해지고,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나가는 시기죠. 이때는 ‘천재의 시기’라고 할 만큼 아이는 모든 정보를 흡수합니다. 이때 읽기 독립을 시키면 효과적입니다. 다만 아이마다 발달 차이가 있으므로 한글 떼기와 읽기 독립은 아이가 글자를 잘 받아들이는 시기에 좋아하는 분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읽기 독립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저는 아이의 듣기 수준보다 한참 아래로 내려가서 이해하기 쉬운 인지 그림책으로 읽기 독립을 시작했습니다. 한 페이지의 그림 하나, 한 줄의 문장이라도 제대로 설명하고, 아이 스스로 읽을 때는 옆에서 기다려줬어요. 아이 스스로 묵독하고 있으면 읽기 독립이 된 것입니다. 아이가 책을 보는 눈빛이 길어지면 그 책을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균형 잡힌 황금기로 꼽은 만 3~4세에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한다면요.
이때는 아이가 스펀지처럼 지식과 정보를 흡수하기 때문에 다양한 책이 필요해요. ‘디즈니 자이언트 명작’ 시리즈, ‘반딧불 과학그림책’과 ‘공룡유치원’, ‘웅진 전래동화’, ‘톡톡 플레이타임 인 잉글리시’와 ‘엉덩이 탐정‘ 시리즈 등을 추천해요. 다만 아이의 취향을 고려해 책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아이가 편독한다면 과감하게 그 분야의 책을 사주세요. 또 책을 읽어줄 때는 생동감이 중요해요.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시를 낭송하듯 감정을 실어주고, 책 속 주인공의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하듯 읽어주세요. 미디어 노출이 과했던 아이라도 엄마가 구연동화로 다가가면 책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놀이하듯 책 읽으며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주세요”
![권일한|3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독서에 기반한 교육법을 실천했다. 23세, 24세 된 두 딸을 두고 있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7/a9/47/13/67a947131b5ad2738276.jpg)
권일한|30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독서에 기반한 교육법을 실천했다. 23세, 24세 된 두 딸을 두고 있다.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요하면 책을 읽지 않습니다. 또 ‘공부 잘하려면 책 읽어야 한다’는 말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어렵습니다. 책과 놀이를 하게끔 아이들을 유도해야 합니다. 책 제목으로 말놀이를 하고, 책에 나오는 활동을 해보세요. 예를 들어 ‘엄마 사용법’을 읽은 후 엄마 사용법을 찾아보고, ‘나도 상 좀 받자’를 읽고는 상을 만들어보는 식이지요. 책을 읽으면 “무슨 내용이냐?” 묻지 말고 초성 퀴즈를 해보고요. 책으로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주면 아이가 책을 읽을 겁니다.
부모 중 누가 책을 읽어주는 게 효과적인가요.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 제목처럼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특별한 일이 생깁니다. 아빠의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보통 자녀 교육에서 엄마가 하는 역할은 크니 아빠가 책 읽어주는 걸 추천합니다. 자녀는 부모가 함께 길러야 하니까요. 아빠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책을 읽어주세요. 아빠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 집이라면 엄마가 읽어주고요.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딸이 중학생이 될 때까지 책을 읽어주셨다고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즐거워했지요. 초등학생에게 책을 읽어주면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모르는 내용을 알게 되니까요. 중학생은 다릅니다. 넓게 아는 것보다는 깊이 아는 게 필요합니다. 등장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유를 같이 찾아보고, 우리가 등장인물처럼 행동하지는 않는지 살펴보기도 하세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역사, 정치, 종교, 철학, 문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이렇게 하면 문제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양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아지죠.
독서 흥미가 떨어진 중학생에게는 어떤 책이 좋을까요.
독서 흥미가 떨어진 중학생에게 중학교 추천 도서를 권하면 읽을까요? 읽기 싫어하는 학생에게는 쉬운 책, 재미있는 책을 권해야 합니다. 특히 학생이 관심을 가진 주제의 책을 추천하세요. 이를테면 저는 공주 책을 좋아하는 둘째에게 아름다운 만남이 있는 책을 줬습니다. 저희 딸들은 ‘빨간 머리 앤’과 ‘작은 아씨들’을 좋아했어요. ‘마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과장과 위트가 풍부한 책 또한 즐겁게 읽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을 책으로 꼬드기려면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베스트 북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베스트라고 꼽을 만한 책 말이죠. 책이 아니라 아이를 살펴야 그런 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편하게 책 읽도록 분위기 조성하고, 독서 주도권은 아이에게 주세요”
![이승연|12세, 7세가 된 두 딸아이의 엄마로, 도서관에서 17년 동안 사서로 일했으며 책 읽기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https://dimg.donga.com/ugc/CDB/WOMAN/Article/67/a9/47/37/67a947370e46d2738276.jpg)
이승연|12세, 7세가 된 두 딸아이의 엄마로, 도서관에서 17년 동안 사서로 일했으며 책 읽기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집에 오면 아무래도 아이들 챙기느라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책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 아이들 책만큼 제 책이 많답니다. 거실에서도, 부엌에서도 틈틈이 제가 책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그래서 꼭 책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신문이나 잡지 등 가급적 뭔가를 읽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집안 환경은 어떻게 조성하면 좋은가요.
우선은 아이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책이 있어야 해요. 아무리 책장에 좋은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어도 아이 시선이 닿지 않는다거나, 쉽게 꺼내 볼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또 아이와 함께 책장 속 책 위치를 한 번씩 바꿔보고, 새로운 책이 꽂히면 다 본 책은 빼는 등 책 솎아내기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물리적 환경보다는 정서적 환경이에요. 집에 들어왔을 때 아이가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죠. 아이들에게는 책상과 독서대보다도 포근한 담요와 따듯한 엄마 무릎이 더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도서관에서 효과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이 궁금해요.
도서관에 간다는 건 다양한 책이 있는 환경에 놓이는 거잖아요.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책들을 발견할 수 있고요. 평소에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이나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골라주는 것도 좋아요. 또 도서관은 책을 보는 사람들이 모인 환경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있는 친구들이 책 읽는 걸 보면 자극도 받고 호기심도 가지더라고요.
책은 어떻게 읽어줘야 하나요.
책 읽어줄 때 제 나름의 규칙 중 하나는 아이가 책장을 넘기게 하는 거예요.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떤 페이지는 제가 다 읽기도 전에 아이가 넘겨버리기도 하고,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아이가 책장을 안 넘기고 멈춰서 자기 이야기를 해요. 저는 그게 아이의 속도라고 생각해요. 독서의 주도권은 항상 아이에게 있어야 하죠. 특히 이야기책 같은 경우는 아이와 밀당하면서 읽어주는 편이에요. 바로 책장을 넘기지 않고 “그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 잠시 뜸을 들인 다음 읽어주는 식인데요. 그러면 아이는 궁금해하며 빨리 읽어달라고 재촉하면서 책에 좀 더 집중하고 흥미를 느끼더라고요.
#책육아 #문해력 #여성동아
사진제공 권이은 장선영 권일한 이승연 스토리보울 창비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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