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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영어 일타강사 글로리아쌤 “최상위권 학생들의 공통점은 밸런스와 성실”

김명희 기자

2024. 10. 10

의대와 SKY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이 다를까. 대치동에서 나고 자라 22년째 최상위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글로리아쌤에게 물었다. 

대치동 영어 일타강사 글로리아쌤

대치동 영어 일타강사 글로리아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은 전국 의대, 서울대 합격자의 20%를 배출하는 대한민국 대표 학군지다. 평범한 부모라면,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대치동 입성을 고민한다. 높은 학업성취도는 강남 부동산 가격 폭등과도 연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한 포럼에서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키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서울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에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대치동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대치동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합니다’라는 책을 펴낸 대치동 중고등 영어 일타강사 글로리아쌤(글로리아 리)은 대치동을 “수준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대치동에는 1600여 개의 사교육 기관이 있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제대로 가르치고 전달력 좋은 강사들만 살아남는다. 이렇게 검증된 선택지 중 아이에게 맞는 학원과 강사를 고르면 된다는 것. 또 하나는 전국에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교들이 포진해 있다 보니 학원들 역시 어려운 시험에 대비해 최선을 다해 가르칠 수밖에 없고, 아이들도 경쟁적인 환경에서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학원 보강’이 없다

글로리아쌤은 최상위권이 되려면 특정 과목에 올인하기보다 시기별, 과목별로 균형을 맞춰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글로리아쌤은 최상위권이 되려면 특정 과목에 올인하기보다 시기별, 과목별로 균형을 맞춰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대치동이라 해도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하고 입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건 아니다. 반대로 비학군지에서도 눈부신 학업 성취를 보이는 학생이 많다. 대치동에서 나고 자라 22년째 강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학생을 만나온 글로리아쌤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치동 안에서도 왜 성공과 실패가 나뉘는지, 최상위권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공부하는지 등을 책에 분석해놓았다. 글로리아쌤은 대치동 학원가 정보 공유 커뮤니티 디스쿨이 선정한 ‘검색 1위 강사’에 오른 바 있으며, 치열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한 최상위권 고등학교 내신 대비에 특히 강해 ‘강남 전교권들의 내신 멘토’로 불린다. 대치동 모 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 400명 중 250명이 수강할 정도. 강의가 꼼꼼하고 학사 관리도 엄격한 편이라 ‘엄마들이 믿고 맡기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대치동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실 텐데, 이곳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요.
학구적인 곳이에요. 교육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동네다 보니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스스로도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정보를 빨리 습득하세요. 아이들이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고, 또 주변 아이들도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공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사교육 1번지’라는 수식어의 이면에는 대치동 아이들은 공부에 찌들어 있을 것이란 시선도 있는데요.
대치동 아이들의 행복 지수가 다른 지역 아이들에 비해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거의 모든 아이가 어릴 때부터 학원에 많이 다니고, 그 안에서 주어진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거든요. 아이들이 스스로를 다른 동네 아이들과 비교하며 크진 않잖아요. 그리고 초등학교 수업이 끝난 후 놀이터에 가보면 정말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가 완전히 풀어지도록 놀게 한 다음 학원에 보내거든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할 놀이나 인프라도 잘 마련돼 있고요.

대치동 최상위권 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전교 석차 30등 안에 드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성실함입니다. 이곳 휘문고, 단대부고, 숙명여고, 진선여고 등의 전교권에 있는 학생들은 머리가 좋은 건 물론이고 엄청나게 성실해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명씩 개인 사정으로 수업을 빠지겠다는 연락을 받는데 전교권 아이들은 그런 게 아예 없어요. 코로나19 이후로 동영상 보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컨디션이 안 좋거나 쉬고 싶은 날 아이가 “엄마, 나 그냥 집에서 동영상으로 볼게” 하면 그냥 쉽게 “오케이”를 해주시는 어머니들도 많은데, 최상위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습관이 잘 들어서 학원을 빠진다거나, 보강을 한다거나 하는 게 전혀 없어요. 다른 선생님들과도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100% 동의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아이가 “오늘만 학원 쉬면 안 돼?”라고 물을 때 바람직한 대응은 뭘까요.
아이가 전화 건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그런 식으로 자주 학원을 빠졌거나, 말만 잘하면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니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거예요. 아이들이 학원에 빠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숙제를 안 했거나 덜한 경우, 공부를 덜해서 시험을 못 볼 것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학원은 학원에서 치르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채우러 가는 곳입니다. 아이가 가기 싫어한다고 해도, 공부를 안 해서 안 좋은 성적을 받을 게 뻔하다고 해도 너무 아프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줄 상황이 아니라면 주어진 스케줄을 무조건 소화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타지 전학생들이 대치동 토박이보다 공부 잘하는 이유

‘강남 전교권들의 공부 멘토’ 글로리아쌤.

‘강남 전교권들의 공부 멘토’ 글로리아쌤.

성실만큼 중요한 게 공부 욕심 같아요. 아이들에게 공부 욕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있나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환경’이에요. 대치동에서도 남달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신기해서 항상 “너는 언제부터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니?”라고 물어봐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은 대치동에서 나고 자란 경우보다 다른 지역에 살다가 초중학교 때 대치동으로 이사 온 경우가 많더라고요. 원래 살던 동네에선 전교권에 들었는데 대치동으로 전학 와선 톱 반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기보다 잘하는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직접 목격하면서 각성을 하는 거죠.

다른 곳에 살면서 대치동 입성을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주변에서 우리 아이 대치동으로 옮기면 어떨까요, 하고 조언을 구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시는지 궁금해요.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른 거라 엄마들 이야기만 듣고는 판단할 수 없어요. 다른 지역에서 전교 1등을 하는 학생이 대치동에 와서 전교 1등을 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로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경쟁적 환경이 동기부여가 돼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도 있거든요. “우리 아이가 전교 1등인데 대치동에 가도 잘할까요?” 혹은 “전교 10등인데 대치동에 가도 될까요?” 이런 질문에는 그 어떤 전문가도 답을 줄 수 없겠죠.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기준으로 반짝 머리가 좋은 아이와 멘탈이 강하고 욕심도 좀 있고 어릴 때부터 앉아서 성실하게 공부하는 타입의 아이를 놓고 봤을 때 후자가 대치동에 와서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울산에서 KTX를 타고 대치동까지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이 있다고요. 효율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까요.
방학 때는 부산, 강릉을 비롯해 전국에서 아이들이 올라와 수업을 들어요. 대치동에는 그런 아이들을 위한 원룸이나 학사도 많고요. 그런데 학기 중에도 주말을 이용해 지방에서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너무 시간 낭비가 아닐까 싶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새벽 5시에 일어나 기차 타고 오면서도 다들 너무 좋다고 해요. 말로만 듣던 대치동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게 자극이 되기도 하고, 또 그 3시간 수업이 너무 귀중하대요. 그런 아이들은 기차를 타고 오면서도 단어 공부를 하고, 수업 끝난 후에도 궁금한 건 다 질문해 100% 이상을 얻어서 내려가요.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전체적으로 아이에게 얼마나 자극이 되고 도움이 되느냐를 봤을 땐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수업은 특히 “문법을 대충대충 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문법을 잘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문법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영어를 언어로 생각하다 보니 문법을 공부할 때도 언어를 터득하듯 자연스럽게 하려는 마음이 깔려 있어서예요. 하지만 문법은 수학 공식처럼 규칙이 있고, 시험 문제는 그걸 적용해서 푸는 거예요. 문법을 잘하려면 규칙을 알고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꼭 필요합니다.

대치동 고등학교는 내신이 치열하기로 유명합니다. 영어의 경우 어느 정도인가요.
대부분의 여고는 1등급 컷이 98점, 남자고등학교는 96~97점 정도입니다. 올해 1학기 H고등학교 1학년은 97점을 맞은 학생이 3등급을 받았어요. 아이들이 시험에 완벽히 대비할수록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 문제도 덩달아 난도가 올라갑니다. 암기나 벼락치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이해력과 종합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해요. 초등학교 어머니들이 아이 공부에서 수학 비중을 8~9(10 기준)로 놓고 달리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부모님들이 고등학교 영어 내신 시험지를 못 보셨기 때문에 그렇게 용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어 1등급을 받으려면 사실상 100점을 맞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영어가 탄탄하게 준비돼야 하거든요.

그래서 책에서도 공부 밸런스를 강조하셨군요.
가장 중요하면서도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 수학이다 보니, 다른 과목은 나중에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고 수학에만 올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의대나 SKY 입시에 성공하는 아이들을 보면 수학도 잘하지만 국어, 영어, 탐구 등 다른 과목도 다 잘합니다. 특히 대치동 남고에서 내신 최상위권은 누가 국어와 영어 1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결정돼요. 이런 면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확고한 목적 없이 수학 위주로만 달려온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죠. 수학은 1등급인데 다른 과목은 3등급, 4등급인 학생들도 많거든요. 특정 과목에 올인하기보다 시기별로 균형에 맞춰 주요 과목을 골고루 공부하는 것이 현행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전략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교육과 관련해 첫 고민은 ‘영어 유치원에 보낼까, 말까’인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모든 부모님이 과목별, 시기별로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고, 영어 유치원에 보낼까, 말까 하는 문제도 그에 따르시면 될 듯합니다. 만약 아이가 수능 1등급을 받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원한다면 굳이 영어 유치원에 보낼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글로벌 무대에 나가서 활동할 것을 염두에 두고 영어를 제2외국어가 아닌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하도록 하고 싶다면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게 좋죠.

‘내 아이 객관화’가 자녀 교육의 첫걸음

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와 다니지 않은 아이의 수능 점수 차가 없다는 얘기인가요.
수능만 놓고 보면 영어 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이 시험을 더 잘 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못 보는 건 아닙니다.
유아 및 초등 맘들 사이에선 SR(Star Reading·영어 독해 레벨)이나 AR(Accelerated Reader·책의 난이도 지수)에 관심이 큽니다. 본인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떨어지면 상처받기도 하고요.‌
대부분의 대치동 영어 학원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AR 3점대(미국 초등학교 3학년 수준)를 가르칩니다. 예전엔 대부분이 2점대였고 극히 일부가 3점대였는데, 3점대를 가르치는 학원이 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많아지면서 학원들이 전반적으로 수준을 높였어요. 그런데 AR이나 SR 숫자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독서를 하는 건 즐겁기 위해서인데 엄마가 숫자에 집착하는 순간 아이는 책에 흥미를 잃게 되거든요. 2학년이 2점대, 3학년이 3점대만 돼도 좋으니 꾸준히 독서할 수 있도록 북돋워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아이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달달 외울 정도로 읽는다고 하면 “이제 ‘해리 포터’는 그만 읽고 더 지수가 높은 책으로 갈아타자”고 할 게 아니라, 원서 에디션을 사준다든가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선생님도 아이를 키우고 계신데,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부모가 자기 아이 객관화를 잘하는 가정일수록 행복하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얘가 천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 순간 부모로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게 학습 능력과 연결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어 팝송을 한 번 듣고 영어 가사를 다 외운다고 해서 영어 내신 텍스트 암기를 잘하진 않아요. 특히 저는 너무 훌륭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엄마로서 아이가 잘하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너무 과하게 욕심내거나 기대하진 않으려고 해요. 부모가 욕심을 내는 순간 아이가 고달파지고 가정의 행복도 깨지는 경우가 많아요. 영재고에 갈 만한 아이가 아닌데 수학을 조금 잘한다고 해서 영재고만 목표로 달리다 보면 그게 좌절됐을 때 부모도 아이도 힘들어지거든요.

최상위권 학생들의 엄마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나요.‌
학벌이나 직업은 크게 상관없는 것 같고요. 어머니들도 성실하세요. 전교권 아이들의 성실성이 어쩌면 부모의 영향이거나 집안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작정 공부하라고 몰아붙이기보다 그 성실함으로 아이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먹거리 하나도 건강한 것으로 챙기려 하고, 학원이나 입시 설명회에 다니면서 공부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올해 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영어는 남은 기간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을까요.
수능 영어는 EBS 교재와 50% 정도 연계해 출제됩니다. ‘연계’라고 해서 맥락 없이 지문을 외우는 학생들이 있어요. 지문이 그대로 출제되는 직접 연계도 있지만, 주제는 같되 지문이 다르게 출제되는 간접 연계도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암기할 게 아니라, 지문별로 전체적인 맥락과 필자의 입장, 문장의 내용, 연결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꼼꼼하게 읽기를 바랍니다.




#글로리아쌤 #대치동일타강사 #여성동아

사진제공 글로리아쌤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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