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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tist #daelimmuseum

거침없이, 아름답게

대림미술관의 또 다른 야심작 [닉 나이트 사진전]

editor 김지영 기자

2016. 11. 14

신선하고 감각적인 전시로 젊은이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대림미술관이 세계적인 톱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온 사진작가 닉 나이트의 첫 국내 작품전을 열고 있다.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을 믿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오만한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 누구도 다른 이들이 만든 잣대에 자신의 삶을 맞춰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이미지 메이커’라 칭하며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을 결합해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온, 영국 태생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닉 나이트(58)가 지난 10월 5일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을 찾아 자신의 국내 첫 전시에 가이드로 나섰다. 닉 나이트는 패션 사진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디지털 영상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과감하고 실험적인 촬영 기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존 포토그래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사진작가로는 이례적으로 2010년 대영제국훈장(OBE)을 수여받고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크리스찬 디올, 이브 생 로랑 등 세기의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로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 등에서 수차례 수상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톰 포드, 비요크, 레이디 가가, 케이트 모스 같은 셀레브러티들과 지속적으로 작업해왔다. 또한 2000년 그가 설립한 웹사이트 ‘쇼스튜디오(SHOWstudio)’에서는 아티스트들의 창작 과정이 담긴 실험적인 콘텐츠들을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해 연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림미술관은 10월 6일부터 그의 첫 국내 전시회인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를 개최해 젊은 관객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받고 있다. 대림미술관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을 지향하며 최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감각적인 문화공간과 사회 통념을 깨는 획기적인 전시를 잇달아 선보여 젊은이들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대림미술관이 기획한 또 하나의 야심작인 이번 전시는 모두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2층 전시장에서는 1970년대 말 영국의 시대적 혼란을 겪으며 권력에 저항하는 청년 집단을 포착한 ‘스킨헤드’를 시작으로 1백 명의 셀레브러티를 개성적인 스타일로 촬영한 ‘초상 사진’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



3층에서는 세계적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들의 캠페인 화보, 마지막 4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닉 나이트가 알렉산더 맥퀸과의 오랜 협업을 회고하는 영상과, 3D 스캐닝 등의 실험적 표현 기법을 결합한 최신작들로 구성된 패션 필름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다음은 평범함과 예사로움을 거부하는 닉 나이트와의 일문일답.





▼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가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 작업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큰 관심을 두진 않아요. 다만 모든 예술은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인데, 그런 의미에서 패션은 제가 선택한 가장 중요한 예술 형태예요. 문명사회로 가면서 패션이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기 때문이죠. 또한 패션은 우리 삶 속에서 시시때때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개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패션은 가장 민주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10대 시절 스킨헤드로 3년간 살았다는 이력이 있네요.

1970년 대 초 영국 청소년들은 아주 긴 장발이나 아주 짧은 스킨헤드를 즐기는 부류로 나뉘었어요. 스킨헤드는 노동자 계급에서 나온 사회적 운동의 일환이었는데 당시 제 나이가 열일곱, 열여덟 무렵이었어요. 그때 제가 좋아하던 예쁜 여자아이가 그 부류에 있었어요. 또 부모님이 많은 지원을 해주셨지만 저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스스로 정의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1979년부터 3년간 스킨헤드족과 어울리며 표류하는 삶을 살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스킨헤드족에 매료된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강렬하고 과격한 패션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기표현의 의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들에게 옷은 방패 같은 존재였죠. 그것이 자기 정체성, 예술성과도 접목돼 있었어요.

▼ 당신의 사진 작업에서 사람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작품 안에서 사람은 감정의 교감을 위한 수단이에요. 작업하면서 제 신념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상대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외적인 모습보다는 영적이고 정신적인 기와 교감하는 데 중점을 두죠.  



그의 사진전은 내년 3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대림미술관의 김지현 수석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통념을 끊임없이 깨트려온 닉 나이트의 예술적이고 전위적인 시도들을 조명했다”며 “기존 형식의 대담한 파괴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충격을 안기고, 그의 독창적인 시선과 강한 메시지들은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 제공 대림미술관 NK Image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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