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수험생 규모가 크게 늘어난 2026학년도 대학입시도 혼란스러웠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마지막 적용 해인 2027학년도 입시 역시 만만치 않으리라 예상된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예비 수험생들은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한양사대부고 융합인재부 부장 교사로 재직 중인 윤윤구 교사가 예비 고3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입시 전략서 ‘2027 대한민국 대학입시 트렌드’를 펴낸 이유다. 현재 교육부 교육정책 자문위원, 수능 EBS 현장 교사단 총괄, 대학 입학사정관 연수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각계 목소리를 들어온 그는 지금의 입시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유창성 착각’에 빠진 학생들과 많은 정보를 알지만 정작 아이 맞춤 정보는 모르는 학부모들이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약 2주 앞두고 만난 윤 교사는 “고3 학생들이 앓는 소리를 할 때면 ‘진작 공부만 하지 그랬느냐. 공부도 해선 안 된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한다”면서 “책을 낸 이유도 제대로 준비하면 누구나 가능하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7학년도 정점 찍을 사탐런, 유리하지 않습니다”
2026학년도 입시와 2027학년도 입시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일단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마지막 해이자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본격적인 시작을 앞둔 해라 지금 입시의 틀을 바꾸는 대학은 거의 없죠. 다만 2027학년도 입시에서는 아무래도 ‘사탐런(자연 계열 학생이 과학탐구보다 사회탐구 과목을 택하는 현상)’ ‘확통런(수학 영역에서 미적분 과목 대신 확률과통계를 선택)’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이공 계열 학생들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달성하기 좀 어려운 상황이 생길 거라 보이고요. 또 전공자율선택제가 2027학년도에도 대학별로 조금 더 확대될 겁니다. 의대 증원과 관련된 이슈 역시 남아 있고요.
사탐런이 입시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클까요.
개인적으로는 사탐런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성공하는 비율이 낮거든요. 과학탐구 1~2등급 받는 학생들은 사탐으로 절대로 안 넘어갑니다. 사탐으로 넘어가는 학생들을 살펴보면 과탐 3등급 중반대나 후반대인 학생들이에요. 사탐런이 많아지면 사탐을 꾸준히 해온 사탐 최상위권 학생들이 굉장히 견고하더라도 사탐 전체의 모집단이 커지기 때문에 1~2등급 숫자가 늘어나긴 합니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달성하는 비율에 있어서 사탐은 매우 높고 과탐은 매우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져 여기서 또 다른 변수가 생깁니다. 게다가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과탐이나 미적분2에 대한 가산점을 여전히 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실제로 사탐런을 통해 더 유리해지는 대학이 엄청 많지는 않아요.

9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이 주관해 출제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전공자율선택제나 무전공 전형은 기존 학과의 정원을 빼서 만드는 사실상 제로섬 형태예요. 기존 학과들에서 선발하는 숫자가 줄어드는 만큼 경쟁률이 세지고 합격 점수도 높아지게 돼 있고, 자율전공에도 많은 학생이 모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실제로 올해 수시에서 무전공 전형 선발 인원은 전년도에 비해 한 3000명 늘었고, 지원자도 조금 더 증가했어요. 아마 2027학년도에 선발 인원이 더 늘어도 지금의 경쟁률을 유지할 겁니다.
종로학원에서 서울 주요 대학 10곳이 발표한 2025학년도 정시 합격 점수 상위 학과를 분석해보니 자유전공이 인문계 2위, 자연계 3위더라고요. 2027학년도 입시에서도 비슷할까요.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경쟁률이나 성적이 높게 형성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생명과학부를 가고 싶은데 합격 점수가 높으니 일단 무전공으로 들어가 생명과학과를 선택하려는 학생들 비중이 상당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입결 성적이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는 거예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또 자율전공선택제나 무전공 전형이 최상위 학과로 올라가지는 않아요. 생명과학 전공을 하고 싶은 학생 중 성적이 되면 처음부터 생명과학을 선택하니까요. 이런 특징을 고려해 선택하되 신설 학과라면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모든 신설 학과는 일단 지원해보는 학생들이 있어요. 지난해 처음 선발한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의 경우 첫해 62.2 대 1의 수시 경쟁률을 보였다가 2026학년도에는 42.6 대 1로 낮아지긴 했어요.
2027학년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마지막 입시입니다. 재수가 가능한가요.
재수가 불가능하다는 오해가 많은데요. 2028학년도에는 재수생이 지금보다 조금 더 늘 겁니다. 수능이 쉬워지거든요. 2027학년도에는 상위권 대학 지망생이라면 미적분을 선택해 응시해야만 했으나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수학 범위가 미적분 없이 확률과통계로 끝납니다. 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영역에 있어서 앞으로 일반고에서는 물2·화2·생2·지2를 안 할 가능성이 좀 높아요. 그러니 최소한 물1·화1·생1 등을 이미 끝낸 졸업생 입장에서는 수능이 쉬워지니 정시에 도전할 만하죠.
2027학년도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면 각 대학의 모집 인원과 전체 수험생 규모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자기 위치는 어디인지 아는 것이 전략의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수능 실제 응시 인원은 49만 명이다. 여기서 서울 상위 14개 대학과 의학 계열 모집 정원을 합하면 대략 5만2000명이고, 이는 상위 11% 수준은 돼야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목표 대학을 미리 세팅해두고 그 기준에 맞춰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윤윤구 교사는 “수시에서의 적정 대학이 정시에서는 꿈의 대학이 된다”면서 “정시와 수시를 분리하지 말고 아홉 번의 기회를 다 살리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정시 합격자 60~75%가 재수생, 재학생은 수시 유리
현재 위치가 상위 11%에 못 미친다면 서울 상위 14개 대학 진학이 아예 힘든가요.제가 숫자를 얘기하는 이유는, 결국 상위 11%만큼의 노력을 하라는 거예요. 상담할 때 학생들로부터 “제가 이 대학에 가려면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저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너는 목표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포기할 수 있니?”라고 물어봅니다. 공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는 거예요. 지금 고2가 앞으로 급격한 성장을 하려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공부해야 해요. 재수생은 하루 14시간을 공부합니다. 결국 공부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지금 이 행동이 목표 대학을 갈 수 있게 하는 행동인가?’를 생각해보고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세요.
그렇다면 재학생에게 유리한 전형은 무엇인가요.
일단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 입결을 살펴보면 정시 합격자의 60%가 재수생이에요. 75%인 대학도 있습니다. 논술 전형도 재수생이 강세입니다. 이공 계열 논술의 경우 수학 문제를 증명하는 것에 가깝다 보니 수학 성적과 큰 차이가 나지 않거든요. 반면 학생부 교과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재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런데도 ‘정시파이터’가 되겠다고 한다면 정말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수능에서 1~2등급쯤은 쉽게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생각은 모든 수험생이 다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학종을 예비 고3인 지금부터 준비해도 되나요.
내신성적을 합산하는 교과 전형을 예비 고3이 지금부터 준비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학종 준비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학종은 학생의 데이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는 ‘데이터 마이닝’ 같은 겁니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해 2등급을 받은 학생과 미적분을 선택해 3등급을 받은 학생이 있으면 대학은 미적분을 선택한 3등급 학생을 선호합니다. 과목의 수준과 공부량에서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고, 대학은 정성적인 평가를 하기 때문입니다. 성장하는 모습을 증명하는 게 중요해요. 대학은 본질적으로 이 학생이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자기 걸로 만들기 위해 궁금증을 가지고 더 확장시켜 탐구한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게 바로 자기 주도적인 학생이에요.

지난 9월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6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출제 경향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한 윤윤구 교사.
지방에 입시설명회를 가면 학생들이 “우리 학교는 학생부를 잘 안 써준다”고 많이 토로해요. 그런데 학교가 학생부 기재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오히려 그 학교 학생은 대박 기회를 잡은 겁니다. 그 학교에서 나만 하면 되니까요. 입학사정관은 그 고등학교에서 못 보던 한두 문장을 만들기 위해 이 학생이 얼마나 도전하고 애썼는지를 알아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학들이 전국의 고등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있거든요. 대학은 ‘한계가 있으나 나는 이렇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는 학생의 그 도전 정신을 높게 삽니다.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마련을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원래부터 공부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뇌를 공부하는 뇌로 만들어놓은 거예요. 신경망을 고도로 발달시켜놓은 아이들은 똑같이 1시간 공부해서 5~6배 효율을 냅니다. 그런데 뇌 신경망을 확장시키는 과정을 생략하고 어느 날 갑자기 공부 잘하기를 원한다면 될까요? 세특이 잘 나오게 만들려면 사고력이 있어야 해요. ‘왜?’라는 의문을 갖는 데서 공부는 출발하고, 그 지적 성취 과정에서 뇌의 신경망이 확장됩니다. 그러려면 교과와 비교과를 분리할 것 없이 평소 세심하게 살펴봐야 해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자율 활동으로 연결하면 되거든요. 또 진로 역량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탐색 노력을 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구체적으로 학종에서 원하는 진로 역량이 무엇인가요.
대학은 진로를 정해서 오라고 요구하지 않아요. 진로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 노력을 하라는 거죠.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를 예로 들면, 고등학교 때 농업 응용 분야나 원예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부를 구성한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저는 30년 교직 생활을 하면서 1명 봤어요. 진로 활동을 많이 한 학생이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 진로와 관련된 ‘역량’이 포인트입니다. 물론 뚜렷한 자신의 진로가 있다면 그 진로를 심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예비 고3을 둔 학부모들에게도 조언을 해준다면요.
“공부해”라는 말을 하면 실패합니다. 기본적으로 고3에게 공부하란 말은 ‘너 제대로 안 하고 있잖아’란 질타가 들어가 있는데, 그 공격을 받고 버틸 만큼 고3은 마음에 여유가 있질 않아요. 공부하라는 말 대신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세요. 특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핸드폰을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요. 스트레스는 풀어서 없앨 게 아니라 관리를 해야 해요. 일정 부분 스트레스가 있어야만 학생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하루 20분, 혹은 이틀에 한 번만이라도 좋습니다.
예비 고3을 위한 월별 학습 로드맵
12~2월 예비 고3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진짜 고3이 되기 전 겨울방학이다. 윤윤구 교사는 겨울방학 동안 학교에 오전 8시에 와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학생만 지도해준다. 겨울방학 동안 평균적인 공부 시간이 항상 10시간 이상 되도록 하고, 해야 할 공부 내용은 3학년 내신 60%와 수능 20%, 학종 준비 20%다.
3~4월 3월에는 전국연합학력평가(모평)를 치른다. 이때 대부분이 지금까지 받은 성적 중 가장 낮은 성적을 보게 된다. 전국의 모든 고3이 다 치르다 보니 등수가 밀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좌절하지 말고 바로 중간고사 시험 모드로 들어갈 것. 내신성적이 부족할수록 8주 플랜을 추천한다. 대부분 내신 대비 4주 플랜으로 준비하는데, 남과 같으면 현상 유지에 그칠 수밖에 없다.
5월 휴일과 학교 행사가 많아 놀고 싶어진다. 이때는 주로 수능과 학종 준비에 몰두한다.
6~7월 6월 모평은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 응시한다. 3월에 비해 대략 7만 명이 늘어나는 데다 상위권 졸업생이 많다 보니 3월보다 성적이 많이 밀리는 편이다. 이때 ‘나는 지금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니 당장의 결과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기말고사다. 기말고사 8주 플랜에 들어가도록 한다.
8월 방학이라 놀고 싶고 냉방병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보니 공부가 잘 안 된다. 윤윤구 교사는 “‘재학생 1%의 공부량을 가진 학생이 되자’는 목표를 갖고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9월 9월 모평은 약 12만 명 정도의 재수생이 합류한다. 여기서 성적을 유지한다면 굉장히 잘한 것이고, 재학생 대부분은 성적이 또 떨어지기 쉽다. 따라서 결과에 연연하기보단 9월 모평은 수능 리허설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약점을 최대한 정리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재수생처럼 하루 14시간 공부하는 수능 모드로 가야 한다.
10~11월 10월은 수시 발표 때문에 심리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11월 수능까지 큰 동요 없이 계속 공부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윤윤구 교사가 알려주는 심리적 굴곡 없애는 팁은 거울 보며 말하기.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며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고 다섯 번 소리 내서 말하면 세뇌 효과가 있어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온다. 실제로 1학년 수학 6등급이던 남학생을 2학년 2등급으로 올릴 때 이 방법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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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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