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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과 키 맞추기 들어간 고층 빌딩 속 분지, 문래동

빠숑과 함께하는 부동산 임장기

김명희 기자

2025. 10. 31

준공업지역 용적률 완화 정책의 최대 수혜지, 서울 문래동 부동산 시장의 요즘 분위기.

여의도와 신도림 등 인근 지역에 비해 개발이 느린 문래동. 

여의도와 신도림 등 인근 지역에 비해 개발이 느린 문래동.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란색 지붕의 공장과 낡은 단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신도림·목동·여의도의 고층 빌딩 숲이 문래동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공업지대와 주거지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은 문래동의 과거와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에 따르면, 문래동은 원래는 농지였으나 1920년대 한국 최초의 주식회사인 경성방직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공장들이 들어서며 공업지대로 변모했다. ‘문래’라는 이름도 실을 짜는 기구인 ‘물레’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여기에 6·25전쟁 직후 정부가 중공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철공소와 목재소 등이 들어서며 한때는 ‘서울의 중공업 메카’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급속히 쇠락했고 고층 빌딩 속 분지 같은 모습으로 남게 된 것이다.  

이렇듯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문래동이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로 ‘재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서울시가 올해 3월 준공업지역 공동주택 용적률 상한을 250%에서 400%까지로 완화함에 따라 사업성이 높아진 것. 김학렬 소장은 “영등포구는 서울 전체 준공업지역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해당 정책의 최대 수혜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9·7 주택공급 대책으로 공공기여 부담도 줄었다. 문래동은 평지에 버스 교통이 발달한 데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신도림역·도림천역을 이용할 수 있고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교통 편의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런 파격적인 정책들과 호재의 영향으로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문래동 구축 아파트들이 잇달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호가가 급등한 문래동 국화아파트와 남성아파트.

최근 호가가 급등한 문래동 국화아파트와 남성아파트.

정비사업 본궤도 오르자 매도 호가 급등

문래동은 2001년 입주한 문래자이 이후 20년 넘게 대단지 신축 공급이 없다. 

문래동은 2001년 입주한 문래자이 이후 20년 넘게 대단지 신축 공급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1983년 준공된 국화아파트(270가구)다. 당초 29층 354가구 재건축을 준비했지만, 규제 완화 덕에 42층 662가구로 변경안을 마련하며 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다. 최근 전용면적 84㎡가 13억9000만 원(8월·6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고, 호가는 16억 원까지 치솟았다. 남성아파트(390가구)는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1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2023년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회에서 용적률 상한이 확정되면 포레나문래(488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문래두산위브(383가구) 역시 재건축 채비에 나섰다. 기존 용적률 232%에서 399%까지 확대 적용해 640가구로 재건축이 가능하다. 현재 신속통합기획 자문을 서울시에 신청하고 주민 동의서를 확보 중이다. 전용면적 58㎡의 최근 실거래가는 7억9000만 원(9월·4층)이지만 호가는 9억~10억 원 선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문래진주(160가구)는 이미 이주를 마치고 철거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더샵르프리베(324가구)로 재탄생한다. 당초 리모델링을 검토했던 문래현대3차(166가구)도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약 400%의 용적률을 적용하면 272가구 규모 단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문래동3가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더뎠던 탓에 주목받지 못했지만, 용적률 상향 정책이 나온 이후 재평가되면서 호가도 급격하게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문래동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구역 재개발사업(9만4087㎡ 규모)이다. 이 지역은 2013년 정비사업지로 지정됐으나 그간 진행이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5월 정기총회에서 정비계획변경안을 의결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애초 최고 32층 1200세대로 계획했으나, 준공업지역 개발 규제 완화로 용적률 상향이 가능해지면서 규모가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건폐율 26.8%와 용적률 517%를 적용해 지하 6층~지상 49층 공동주택 8개 동 2200가구, 24층 규모 지식산업센터 및 부대·복리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정비계획이 바뀌면서 총공사비도 기존 8470억 원 규모에서 1조 원을 훌쩍 넘어 초대형 프로젝트로 격상됐으며, 지난 9월 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컨소시엄 시공사로 선정됐다. 

김학렬 소장은 “문래동은 여의도의 배후 주거지이면서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임에도 2001년 입주한 문래자이 이후 20년 넘게 대단지 신축 공급이 없었던 지역”이라며 “그간 저평가됐던 지역인 만큼 매머드급 신축 단지가 조성되면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 심리가 단기적으로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학렬 소장은 “정책 효과는 일시적일 뿐, 준공업지역 용적률 완화로 인한 구조적 수혜는 되돌릴 수 없다”며 “문래동은 여전히 서울 서남권 정비사업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문래동 #문래동4가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도움말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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