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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일흔 넘은 나이에 더 숨길 게 뭐가 있나요?”

유튜브 시작하는 ‘예능대세’ 박영규

이혜진 객원기자

2025. 09. 26

40년 넘게 국민 배우로 활약해온 박영규가 “신비주의보다 솔직함을, 완벽한 대본보다 날것의 일상을 보여주겠다”며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아빠,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허술한 주유소 사장, 드라마 ‘정도전’의 권세가 이인임까지. 배우 박영규는 늘 다른 얼굴로 대중 앞에 섰다. 한동안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최근에는 다시금 주말 예능을 접수하며 ‘여전히 보고 싶은 배우’임을 입증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콘텐츠로 삼는 유튜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영규는 최근 유튜브 채널 ‘박영규 습격사건’을 개설했다. 유튜브 첫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속 허술한 사장이 제 이미지와 잘 어울렸던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이번 ‘습격사건’은 부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사건이 될 겁니다.” 

유튜브 첫 촬영 소감이 궁금해요.

오늘 정말 긴장을 많이 했어요. 드라마나 영화는 대본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거지만, 유튜브는 만들어진 인물이 아닌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가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과연 재미있어할까, 내 삶이 진정성 있게 전해질까’ 하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제가 살아온 인생이 평범하진 않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보여드리면 의미가 있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왔습니다. 사실 저는 늘 사람들을 웃게 하고 즐겁게 하는 데서 기쁨을 찾았거든요. 아마 그게 자연스럽게 제 연기에도 묻어날 겁니다. 그렇기에 과거 활동했던 캐릭터들이 여전히 많은 분의 기억에 남은 게 아닐까 싶어요.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유튜브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채널명은 ‘박영규 습격사건’이라고 정했는데, 제 인생을 가장 유쾌하게 압축하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 속 어수룩한 사장의 이미지가 많은 분에게 강하게 남아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말하는 ‘습격사건’은 부정적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웃음과 긍정적인 기운을 퍼뜨리는 사건이에요. 요즘은 예전처럼 배우가 작품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에요. 과거에는 방송사 시청률이 전부였고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플랫폼이 열리고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게 더 큰 힘이 되었죠. 저 역시 제 삶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싶어 도전하게 됐어요.

참고한 다른 유튜브 채널이 있나요.

주변 선배들도 유튜브를 하고 있어서 몇몇 채널을 보긴 했어요. 누군가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보여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능처럼 기획된 콘텐츠를 하더군요.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나는 어떻게 차별화할까?’를 고민했는데, 결론은 ‘남의 방식을 따라가지 말자’였습니다. 저는 제 인생을 살아왔고, 그 삶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 채널에서는 꾸밈없는 박영규, 살아온 흔적이 묻어나는 일상을 보여주려 해요.

9월 26일 오픈한 박영규 유튜브 채널 ‘박영규 습격사건’ 썸네일.

9월 26일 오픈한 박영규 유튜브 채널 ‘박영규 습격사건’ 썸네일.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내가 가장 먼저 응원해줬어요. “세상이 변했으니 당신도 변해야 한다. 젊은 세대와 같은 언어로 소통해야 꼰대가 되지 않는다”고 말해줬는데, 그 말이 참 크게 와닿았어요. 제가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아내의 격려 덕분이에요. 딸은 지금 고3이라 바쁘지만, 짧고 단순하게 “아빠 파이팅!”이라고 해줬어요. 그런데 그 한마디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됐죠. 결국 가족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번 도전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채널을 이어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특별히 하고 싶은 기획이나 이벤트가 있으신가요.

거창한 이벤트보다는 제 일상을 꾸준히 나누고 싶어요. 아침에 요리하는 모습, 운동하는 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처럼 평범한 장면들이 오히려 더 팬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배우 박영규’가 아니라 ‘사람 박영규’의 삶일 테니까요. 그래서 꾸준히 삶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제 채널의 가장 큰 기획이자 이벤트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살아온 흔적과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누군가는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결국 제가 바라는 건 웃음과 감동, 그리고 작은 용기라도 전할 수 있는 채널이 되는 거예요.

팬네임, 불리고 싶은 닉네임이 있을까요.

팬들이 불러주는 대로 따르고 싶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늘 그랬어요. 어떤 작품을 했느냐에 따라 ‘미달이 아빠’ ‘주유소 사장님’ 같은 별명이 붙었고, 저는 그걸 감사하게 받아들였죠. 그 호칭 속에는 팬들의 사랑이 담겨 있거든요. 앞으로 구독자들이 어떤 이름을 지어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유튜브는 소통이 중요한데, 온라인 댓글도 직접 보시나요.

제가 직접 다 찾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지인들이 캡처해서 보내주면 꼼꼼히 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같은 댓글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예요. 마치 제 아들이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리거든요. 댓글들을 보며 큰 힘을 받고 있어요.

박영규는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위), MBC ‘놀면 뭐하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영규는 KBS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위), MBC ‘놀면 뭐하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팬들에게 오래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달이 아빠’는 제 인생의 한 축이자 배우 박영규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죠. 요즘 젊은 세대는 미달이 아빠를 민폐 끼치고 더부살이하는 염치없는 캐릭터로 재평가하더라고요. 저도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진 않았습니다. 누구나 철없고 찌질했던 시절이 있잖아요. 저는 그 본능적인 모습을 연기로 보여줬을 뿐이고, 시청자들이 그 안에서 자기 모습을 발견하며 웃고 공감했기 때문에 미달이 아빠가 지금까지 회자된다고 생각해요. 

‘정도전’의 이인임처럼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인물을 연기할 땐 깊이 몰입했고, 예능이나 미달이 아빠 같은 코믹 캐릭터를 맡을 땐 마음껏 웃음을 주려 했어요. 결국 진지할 땐 진지하게, 또 소탈할 땐 소탈하게 살아온 제 모습이 연기로 이어진 거죠. 그 모습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앞으로도 계속 웃음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배우로 남는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나이 들면서 달라진 삶의 태도가 있다면요.

젊을 때는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듯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로 앵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비로소 사람과 세상이 보이더군요. 고통을 많이 겪다 보니 깨달은 건데, 결국 고통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힘든 순간이 오면 언젠가 좋은 일도 함께 오더라고요. 반대로 좋은 일 뒤에는 힘든 일도 같이 올 수 있다는 점 역시 깨달았고요. 지금은 어떤 상황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죠.

요즘 일상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세요.

아침마다 직접 식사를 준비해요. 닭가슴살, 생선, 연두부 같은 단백질 식단으로 바꾸면서 예전처럼 고기 위주로 먹는 걸 거의 줄였어요. 아내가 일찍 출근하니 제가 알아서 차려 먹는데, 한때는 게으름 때문에 아침을 굶기도 했어요. 지금은 ‘아침을 챙겨야 하루가 건강하다’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운동도 빠뜨리지 않아요.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며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어느새 제 일상의 중요한 일부가 됐어요.

MBC ‘놀면 뭐하니?’에서 웃음을 책임지고 계신데요.

일상을 보여주고 가요제에 참가하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보다 20년 이상 어린 후배들과 무대에 서는 게 결코 가볍지 않거든요. 그런데 제작진도, 후배들도 제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살아온 세월에서 묻어나오는 힘을 무대에 담아내는 게 제 몫이라고 생각하며 준비 중이에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들려주세요.

조만간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가 공개됩니다.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설레고 있어요. 예능에서는 웃음을 드리고, 영화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작품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오래도록 연결되고 싶으니 배우로서의 박영규도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입니다. 마지막 가사가 ‘I did it my way’인데, 제 인생도 늘 그런 길이었던 것 같아요. 남을 흉내 내지 않고, 때로는 고통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제 방식대로 살아왔죠.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웃음이 가능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요. 제 삶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희망을 얻으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가고 싶으니 계속 지켜봐주세요. 

#박영규 #박영규습격사건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박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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