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YLE

멋과 실용성 동시에 잡는 만능 워크 재킷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5. 04. 04

세상에 예쁘고 멋진 옷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편안하면서도 멋스러운 재킷을 찾기란 쉽지 않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어떤 재킷을 입을지 고민이라면 올 시즌 트렌드로 떠오른 워크 재킷에 주목해보자.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실용적인 워크웨어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왼쪽) | 미국의 펑크 뮤지션 패티 스미스. 중성적인 그의 스타일은 음악만큼이나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한다.(가운데) |어밀리아 에어하트는 파일럿 특유의 가죽 워크 재킷으로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했다.(오른쪽)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실용적인 워크웨어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왼쪽) | 미국의 펑크 뮤지션 패티 스미스. 중성적인 그의 스타일은 음악만큼이나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한다.(가운데) |어밀리아 에어하트는 파일럿 특유의 가죽 워크 재킷으로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했다.(오른쪽)

여기 멋과 실용성, 둘 다 놓칠 수 없는 당신을 위한 궁극의 재킷이 있다. 이름하여 워크 재킷(work jacket).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튼튼한 캔버스 소재에 여러 개의 포켓을 갖춘 이 재킷은 본래 노동자들의 작업복에서 유래했다. 워크 재킷의 기원은 19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과 미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거친 작업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강한 작업복이 필요했다. 특히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이 즐겨 입었던 빳빳한 칼라와 실용적인 포켓이 달린 셔츠 재킷이 오늘날 워크 재킷의 원형이 됐다. 이후 미국 농부들 사이에서는 데님 소재의 초 재킷(chore jacket)이, 영국 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울이나 트위트 소재의 워크 재킷이 작업복으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했다. 

‌20세기 초는 워크 재킷의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진 시기다. 1920년대 들어 지금의 워크웨어 브랜드로 잘 알려진 리바이스, 칼하트 등이 워크 재킷을 생산하며 노동복의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다. 워크 재킷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두께감 있는 코튼 소재와 뚝 떨어지는 일자 핏, 코듀로이 칼라, 전면 금속 지퍼, 단추가 달린 포켓 장식 등의 디자인 요소는 모두 이 시기에 정착된 것들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워크 재킷은 군용으로도 활용되며 더욱 많은 사람 사이에 퍼지게 됐다. 워크 재킷은 남성 노동자들의 작업복에서 시작됐지만, 20세기 이후 여성들이 경제 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강인한 여성상을 각인시키는 아이템이 됐다. 전통적인 가정의 역할에서 벗어나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의 변화를 상징하는 옷이기도 했다. 이후 1960년대에는 히피, 스케이터, 힙합 등 청년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워크 재킷이 시대와 성별을 넘어 사랑받는 데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유명인들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여성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가 대표적인 예다. 국민 영웅으로 통하는 그는 패션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가죽 워크 재킷에 라이딩 팬츠를 매치한 여성은 흔치 않았으니까. 패션계도 이를 알아보았는지 이탈리아 기반의 하이패션 브랜드 트루사르디는 2018년 그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과학자라기보다 탐험가에 가까운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 역시 연구 활동 중 카키색 워크 재킷이나 사파리 재킷을 착용하며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줬다. 

‌워크웨어 스타일을 누구보다 멋지게 소화한 가수도 있다. 바로 펑크 록의 대모 패티 스미스. 그가 즐겨 입었던 헐렁한 셔츠와 타이 그리고 워크 재킷은 젊은 세대의 반항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60년대와 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희대의 패션 유산인 제인 버킨과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감각적인 워크웨어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워크 재킷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표현한 상징물로 수많은 뮤지션과 예술가에게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하이패션계에서 워크 재킷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브 생로랑, 랄프 로렌, 라프 시몬스 같은 혁신적인 디자이너들이 스트리트 감성을 런웨이에 끌어들이며 워크 재킷의 가치를 재정의해왔다. 이제 워크 재킷은 성별을 허물고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젠더리스 패션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은 어떠할까? 워크 재킷의 한층 우아하고 정교한 변주가 돋보였다. 먼저 에르메스부터. 워크 재킷과 쏙 빼닮은 가슴 포켓 장식의 크롭트 재킷에 시스루 브라 톱과 와이드 팬츠를 매치해 깊이 있고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끌로에와 스텔라맥카트니 역시 이에 견줄 만하다. 끌로에는 셔링 디테일을 가미한 밝은 아이보리 톤 워크 재킷을 드레스와 매치해 여성미를 부각했고, 스텔라맥카트니는 저지 소재의 점프슈트에 워크 재킷을 더해 도회적인 매력을 극대화했다. 또 준지는 클래식한 워크웨어와 오트쿠튀르의 경계를 허문 워크튀르(workouture)라는 독창적인 콘셉트 아래, 블루종과 스커트 셋업을 대거 선보이며 스타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카이 역시 컷오프 장식이 돋보이는 워크 재킷으로 해체주의적 실험을 이어갔다. 워크 재킷의 본질을 고수한 보테가베네타와 트렌치코트 실루엣을 차용한 맥시 재킷을 선보인 크리스찬디올 역시 세련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조르지오아르마니는 더욱 묵직한 접근을 택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군수 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을 상징하는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에서 영감을 받아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워크 재킷 스타일을 컬렉션에 녹여냈다.

보다시피 워크 재킷을 선택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길이 들고 입는 이의 삶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스며드는 옷. 단순한 유행을 넘어 워크 재킷은 결국 자신의 개성과 태도를 담아내는 가장 솔직한 패션이 된다. 칼라가 뒤틀리고 소맷단이 해지면 어떤가. 그것마저도 성실히 살아온 흔적처럼 멋스러워 보일 테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