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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후드 집업 입고, 자전거 타고… 레드카펫 룰 깨는 티모시 샬라메

김명희 기자

2025. 03. 28

남성이 레드카펫에 설 때 검정색 턱시도만 입으란 법은 없다. 걸어서 들어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핑크색 후드 트레이닝복과 자전거로 지루한 레드카펫에 변화를 몰고 왔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핑크색 후드 집업을 비롯,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으로 깔맞춤하고 레드카펫에 선 티모시 샬라메. (왼쪽) | 자전거를 타고 레드카펫에 입장하기도 했다. (오른쪽)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핑크색 후드 집업을 비롯,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으로 깔맞춤하고 레드카펫에 선 티모시 샬라메. (왼쪽) | 자전거를 타고 레드카펫에 입장하기도 했다. (오른쪽)

19세기 영국 왕실에서 귀족을 초대할 때 맨땅을 밟지 않도록 붉은색 카펫을 깐 데서 유래한 레드카펫은 대중문화로 옮겨오면서 패션의 경연장이 됐다. 그리고 베스트 혹은 워스트 드레서는 항상 여성들의 몫이다. 컬러, 디자인, 노출 정도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의상의 선택지가 있는 여성과 달리, 남성들은 브랜드만 다를 뿐 비슷비슷한 검정색 슈트 안에서 개성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 출신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등장 이후 사람들은 수십 년간 이어져온 레드카펫의 지루한 모범 답안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AI의 등장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까지 흐릿해진 요즘, 관습이나 젠더의 경계를 칼같이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티모시 샬라메는 자유롭고 상상력 가득한 스타일로 기존의 고리타분한 규칙들에 균열을 가져왔다.


핑크색 후드 재킷 입고 레드카펫, 아담 샌들러가 패러디하기도

티모시 샬라메는 지난 2월 14일(현지 시간),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중 열린 ‘컴플리트 언노운’ 시사회 레드카펫에 핑크색 후드 재킷과 팬츠, 크롭트 톱을 매치한 파격적인 스타일로 등장했다. 바지와 셔츠 사이에 드러난 팬티와 부츠, 심지어 시계까지 핑크로 깔 맞춤했다. 의류는 모두 크롬하츠, 핑크 다이얼에 핑크 가죽 스트랩을 장착한 시계는 까르띠에 발롱블루, 굽이 높은 부츠는 팀버랜드 제품이다. 티모시 샬라메가 아니었다면 레드카펫보다 뉴욕 뒷골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아이템들의 조합이다.

티모시 샬라메의 ‘핑크색 도발’ 배경에는 여자 친구 카일리 제너가 있다. 지난 2023년부터 교제를 시작한 티모시 샬라메와 카일리 제너는 요즘 거의 모든 공식 석상에 동반 참석하고 있으며, 카메라 앞에서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는 등 애정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핑크색 깔 맞춤 룩은 사랑에 빠진 티모시 샬라메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기획한 이벤트였던 셈이다.

티모시의 후드 패션이 화제가 되다 보니 3월 2일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선 배우 아담 샌들러가 티모시의 의상을 패러디한 듯한 파란색 후드티를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담, 대체 지금 뭘 입고 있는 거야? 새벽 2시에 비디오 포커를 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의 농담 섞인 지적에 샌들러는 “당신이 지적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가 뭘 입고 있는지 신경 안 썼다. 내 동료들 앞에서 날 놀려야만 했냐”고 맞받아치며 앞자리에 앉은 티모시 샬라메를 꼭 껴안은 뒤 퇴장해 큰 웃음을 안겼다.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배우 아담 샌들러가 티모시 샬라메를 패러디 한 듯한 후드 집업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배우 아담 샌들러가 티모시 샬라메를 패러디 한 듯한 후드 집업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계 미국인 티모시 샬라메는 2014년 데뷔 초부터 섬세하고 독특한 외모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날렵한 턱선과 깊이 있는 눈빛, 살짝 곱슬거리는 풍성한 머리카락은 소년과 남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얼굴형이 가늘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그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내며, 다양한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때문에 그는 일찌감치 기존 남성 패션의 틀을 깨고 컬러와 패턴, 실루엣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스타일링으로 레드카펫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201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하네스 장식이 들어간 블랙 컬러 셔츠를 착용해 패션계를 놀라게 했다. 셀린에서 디자인한 이 의상은 남성 패션에 새로운 시도를 가미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2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개최하는 자선 패션쇼 ‘멧 갈라’에선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캐주얼을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새틴 소재의 화이트 턱시도에 릭오웬스의 터틀넥 셔츠를 매치하고 헐렁한 팬츠에 컨버스 운동화를 신어 격식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룩을 완성했다. 이 스타일은 전통적인 레드카펫 의상의 틀을 벗어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티모시 샬라메만의 감각을 보여준 것이다. 

‌2022년 베니스영화제에서는 디자이너 하이더 아커만의 핫 핑크 백리스 톱과 슬림한 팬츠를 입어 레드카펫을 압도했다. 이 룩은 기존 남성복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실루엣이었으며, 특히 등이 드러나는 백리스 디자인은 파격에 가까웠다. 지난해 1월 파리에서 열린 영화 ‘웡카’ 시사회에선 톰포드의 여성 컬렉션을 착용했다. 은은한 라이트 핑크 컬러의 비즈 장식 레이스 톱은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발해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의는 슬림한 핏의 블랙 팬츠를 선택해 클래식한 멋을 살리고 블루 스카프와 까르띠에 브레이슬릿 등으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홀터넥, 컨버스 운동화, 하네스 장식, 화려한 컬러(왼쪽부터) 등 레드카펫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

홀터넥, 컨버스 운동화, 하네스 장식, 화려한 컬러(왼쪽부터) 등 레드카펫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

‘컴플리트 언노운’ 홍보 위해 밥 딜런 스타일 오마주하기도

티모시 샬라메의 틀에 갇히지 않는 스타일링은 전설적인 뮤지션 밥 딜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은 가수로선 최초로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티모시 샬라메는 밥 딜런이 오토바이 마니아인 점에 착안, 지난 1월 영국에서 열린 ‘컴플리트 언노운’ 시사회에선 자전거를 타고 레드카펫에 등장하기도 했다. 밥 딜런의 패션은 1960년대의 빈티지 감성이 묻어나는 아이템들로 유명하다. 터틀넥 스웨터, 슬림한 블레이저, 클래식한 선글라스, 스카프 그리고 가죽 재킷 등은 그의 시그니처 룩으로 자리 잡았다. 

‌티모시 샬라메는 이러한 밥 딜런의 패션 아이템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본인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최근 그의 스트리트 패션을 살펴보면, 테일러드 블레이저와 와이드 팬츠의 조합, 스카프와 같은 액세서리를 활용하는 스타일링이 눈에 띈다. 그는 패션을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티모시 샬라메는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다. 옷을 입는 방식이 내 기분과 생각을 반영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패션이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문화적 트렌드를 선도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티모시샬라메 #레드카펫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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