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똘똥 뭉쳐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 트럼프 패밀리.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으로 5명의 자녀와 10명의 손주를 둔 도널드 트럼프(79) 미국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가정적인 사람이다. 첫 번째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자녀들이 백악관의 주요 일정과 행사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이번 대선에서는 배다른 자녀들과 그들의 배우자들까지 똘똘 뭉쳐 승리를 이끌어냈다. 재선 성공 후 자녀들은 가업과 정치적 행보를 통해 더 끈끈하게 엮이고 있고, 트럼프는 사돈들과 아들의 전 여자 친구까지 요직에 발탁하며 패밀리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장녀 이방카의 시아버지 찰스 쿠슈너가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로, 차녀 티파니의 시아버지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 및 중동 문제 고문으로,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전 여자 친구인 킴벌리 길포일을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로 선임한 것.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The Trump Organization)을 통해 부동산, 리얼리티쇼, 미인 대회 등을 개최하며 부를 축적한 가족 기업은 이제 트럼프 2.0시대를 맞아 권력과 미디어의 관심까지 거머쥔 왕조로 거듭나고 있다.
두 번째 영부인과 4000만 달러 다큐 주인공 따낸 멜라니아 트럼프
트럼프의 유세를 지켜보고 있는 일론 머스크와 멜라니아.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끈 인물.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로, 트럼프와는 2005년 결혼했다. 부유한 남편 덕에 신분이 상승한 신데렐라 이미지가 있지만,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트럼프와 상당히 비슷한 성향을 지닌 승부사이자 협상가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평소 멜라니아의 의견을 매우 귀담아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2015년 대통령 출마 선언을 했을 당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된다면, 난 베티 포드와 재클린 케네디를 롤 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첫 재임 기간에 멜라니아는 여성의 낙태권 옹호 등 사회 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 여사보다 패션 아이콘으로 이름을 날린 재클린의 모습에 가까웠다.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명품 런웨이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2028년 텍사스 이민자 아동 격리 시설을 방문할 당시 ‘난 신경 안 써. 너는?(I really don’t care, do you?)’이란 문구가 쓰인 점퍼를 입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패션업계에선 트럼프 2기에서 멜라니아가 보여줄 스타일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 현재 멜라니아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도 제작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스트리밍 플랫폼 ‘프라임 비디오’가 약 4000만 달러를 들여 독점 다큐멘터리 라이선스를 사들인 것. 아마존에 따르면 2025년 중 방영될 이 다큐멘터리는 “영부인에 대한 전례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재선의 일등 공신,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 주니어(가운데)와 부통령 밴스. 트럼프 주니어 왼쪽에 있는 여성은 최근 결별한 것으로 알려진 킴벌리 길포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1977년생으로, 트럼프와 첫 번째 부인인 체코 모델 출신 이바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다. 트럼프 1기 때는 여동생인 이방카 부부에 비해 정치적 입지가 약한 듯했으나, 이번 대선에선 사실상 선거운동을 총지휘하며 실세 중의 실세로 부상했다. 워싱턴 정치판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던 J. D. 밴스 오하오이주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추천한 인물도 바로 그다. 대선 기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버지가 재선에 성공하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인을 자리에 앉히는 일을 하는 대신 재앙이 될 사람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거짓말쟁이나 우리 편인 척하는 사람들을 차단하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트럼프 인수위원회 명예위원으로 활동하며 백악관에 들일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를 선별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도 지난 연말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으로 플로리다 마라라고에 위치한 트럼프 별장에 초대받은 바 있다. 두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2024년에만 3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해 여의도순복음교회·빌드업코리아 등에서 강연과 간증을 하며 전통적인 보수 기독교 가치를 강조했으며, 이때마다 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그의 딸 카이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약간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아버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콜로라도주 아스펜에서 트럭 생활을 하며 캠핑과 낚시, 사냥에 몰두했던 것. 수중에 돈이 없어 클럽에서 바텐더로 일하기도 했다고. 이후 아버지의 설득으로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에 합류했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활동하는 동안 동생인 에릭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2005년 모델 바네사 헤이든과 결혼해 3남 2녀를 낳고 2018년 이혼한 후 킴벌리 길포일과 약혼했다. 검사 출신으로 폭스TV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한 킴벌리는 트럼프 선거운동에도 깊이 관여한 공로로 최근 그리스 대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주니어가 킴벌리가 아닌 다른 여성과 데이트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돼 화제가 됐다. 트럼프 주니어의 새 여친 베티나 앤더슨은 인플루언서 겸 모델로 활동하며 재난 구호를 위한 비영리단체 ‘더 파라다이스 펀드’ 등을 이끌고 있다. 아버지는 부유한 은행가, 어머니는 모델 출신이다. 트럼프 주니어와 길포일은 이미 지난해 파혼했으나 선거운동 중 억측을 피하기 위해 이를 비밀에 부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서 한 발 물러선 이방카 트럼프
이복자매인 이방카와 티파니.
트럼프와 이바나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이방카 트럼프는 2009년 유대인 사업가 재러드 쿠슈너와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초트 로즈마리 홀을 거쳐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초트 로즈마리 홀은 코네티컷주 월링포드에 위치한 미국 최고 명문 보딩스쿨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딸 원주 양이 재학 중 명문가 자녀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학 졸업 후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에서 아버지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97년 미스 틴 USA 대회를 아버지와 공동 주최했다.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 부부.
트럼프 1기 때는 아버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으며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재러드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FBI의 조사를 받은 것을 계기로 입지가 약해졌다. 공적인 자리에 자신이 운영하는 패션회사 ‘이방카 트럼프’의 제품을 착용하고 참석해 ‘이해 상충’ 논란이 일자 결국은 회사를 접게 됐는데, 이 역시 정치에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트럼프가 2020년 선거에서 패배한 후 이방카는 조용한 생활을 위해 마이애미로 이사하며 “우리 가족의 사생활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방카는 대통령 가족의 일원으로 형식적 참여만 했을 뿐 특별한 역할을 맡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방카의 시아버지이자 부동산 개발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쿠슈너 컴퍼니 창업자 찰스 쿠슈너가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됐다. 또 재러드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회사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가 카타르투자청과 아부다비 투자사로부터 15억 달러(약 2조18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함에 따라 이방카 부부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경제 분야 눈과 귀, 에릭 트럼프
차남 에릭 트럼프와 라라 트럼프 부부.
도널드와 이바나의 자녀 중 셋째이자 막내로, 형인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가족 기업인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을 이끌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가 정치 분야의 핵심 참모라면, 에릭은 경제 분야에서 눈과 귀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암호화폐 정책과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가문이 암호화폐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결국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2월 인터뷰에선 “미국을 디지털 혁신의 글로벌 허브로 포지셔닝하고 블록체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월 초에는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와 마라라고에서 만나 암호화폐 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에릭은 2014년 방송 프로듀서이자 폭스뉴스 기고가인 라라 유나스카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라라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선임 고문을, 이번 대선에서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을 맡으며 트럼프 선거운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한때 그녀가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으나 라라는 “수많은 고민과 성찰 끝에 미국 상원의원 후보에서 내 이름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잊힌 딸의 화려한 귀환, 티파니 트럼프
마라라고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티파니 트럼프
트럼프와 미인 대회 출신 배우이자 두 번째 부인인 말라 메이플스 사이에서 태어난 유일한 딸. 트럼프와 말라는 마라라고에 신접살림을 차렸고 티파니도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다. 트럼프와 함께 산 형제들과 달리 아버지와 떨어져 엄마 손에서 자란 데다 경제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해 ‘트럼프의 잊힌 딸’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복자매인 이방카는 아버지에게 부탁해 티파니가 신용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고, 패션 스타일링이나 애티튜드 등에 관한 조언을 하는 등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파니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다녔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 유세 중 “티파니가 조지타운대 법대를 1등으로 졸업했다”고 주장했으나 조지타운대는 학생들의 순위를 매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미국 ‘보그’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다. 티파니는 2022년 사업가인 마이클 불로스와 마라라고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마이클 불로스의 부친 마사드 불로스는 레바논 출신으로 아프리카에서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억만장자인데, 지난 대선에서 아랍계 미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백악관 아랍 및 중동 문제 고문에 선임됐다. 티파니는 현재 임신 중이다.
훈남으로 성장한 배런 트럼프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 아들 배런 트럼프.
트럼프와 세 번째 아내 멜라니아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이자 트럼프 가문의 막내. 트럼프의 첫 대통령 재임 당시 부모와 함께 종종 카메라에 포착되던 이 미소년은 이제 2m가 훌쩍 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영어와 엄마의 모국어인 슬로베니아어를 구사하고 수줍음이 많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뉴욕대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평소엔 미니멀한 무채색 셔츠를 즐겨 입지만 공식 석상에선 항상 깔끔한 슈트에 넥타이 혹은 우아한 나비넥타이를 착용하는데, 이런 모습이 SNS에 공유돼 호감을 얻었다.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에게 팟캐스트 출연을 조언하는 등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한 미디어 전략 수립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골프 메이트, 카이 트럼프
트럼프의 골프메이트인 손녀 카이와 클로이.
트럼프 주니어와 전처 바네사 사이의 맏딸인 카이는 지난해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보지 않을 때 탄산음료나 사탕을 몰래 준다”거나 “항상 전화를 걸어 본인의 플레이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는다”는 등 트럼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던 주인공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88만 명, X 팔로어 20만 명이 넘는 파워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대선 당일 마라라고에서의 가족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는 하루 만에 조회수 210만을 넘어서기도 했다. 2007년생인 카이는 고등학교 골프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골프 유망주다. 골프광인 트럼프와 종종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실제 필드에 나가기도 한다. 올해 마이애미대에 진학해 골프를 계속할 예정이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의 파트너 로렌 산체스의 아들도 같은 해 마이애미대에 진학하기로 돼 있어, 미국 언론에선 “도널드 주니어와 제프 베이조스가 자녀의 학연으로 얽히게 됐다”며 한바탕 떠들썩했다.
억만장자들이 선물 들고 줄 서는 ‘우주의 중심’,
마라라고 리조트
트럼프 가문이 미국의 새로운 로열패밀리라면,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마라라고 리조트는 그들의 견고한 성이다. 스페인어로 ‘호수로 가는 바다’라는 뜻을 가진 마라라고(Mar-a-Lago)는 대서양에서부터 워스 호수 사이 약 6만5000㎡의 땅에 지어진 호화 리조트다. 이탈리아산 돌과 스페인산 타일, 쿠바의 옛 성에서 나온 대리석 등으로 4년에 걸쳐 지어 1927년 완공했으며, 9홀짜리 골프 코스도 갖추고 있다. 원래 시리얼로 유명한 포스트 그룹 소유였는데, 트럼프가 1985년 800만 달러(약 116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치는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첫 재임 기간에 트럼프는 백악관보다 마라라고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재선 성공 후에는 이곳을 아예 ‘우주의 중심’이라고 명명하고 당선 파티를 여는가 하면 정권 인수팀도 이곳에 꾸렸다. 트럼프 내각의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선임된 일론 머스크 CEO는 이곳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의 손녀 카이는 일론 머스크, 그의 아들과 함께 마라라고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X에 올리며 “머스크는 이제 삼촌 같은 존재가 됐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트럼프에 조공을 바치려는 세계 각국 정치인과 기업인들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000억 달러 투자 보따리를 들고 찾아가 트럼프와 기자회견을 열었고, 지난해 11월 이곳을 찾아 추수감사절 식사를 함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 측과 갈등을 빚어온 메타의 팩트 체크 기능을 없앨 것이라 선언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마라라고에서 식사한 후 트럼프 부부에게 ‘멜라니아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선물을 안겼다.#트럼프 #이방카 #멜라니아 #마라라고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카이·티파니 트럼프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