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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폭염을 잊게 하는 책 4

문영훈 기자

2024. 07. 11

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1만8800원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책이 도합 1억 부 판매를 돌파하며 일본이 들썩였다. 일본어로 출간된 종이책으로만 한정한 기록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스타 작가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신간 ‘녹나무의 여신’은 2020년 출간된 ‘녹나무의 파수꾼’ 속편이다. 전편에서는 절도범 레이토가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며 달라지는 삶에 대해 다뤘다. 그 레이토가 다시 사건에 휘말린다. 강도 사건 피의자가 녹나무에 숨어들면서 레이토는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 그의 책은 높은 가독성으로 유명하다.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는 본격 추리물 독자에겐 구미가 덜 당길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더 많은 독자를 포섭한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착한 미스터리’는 여름 바캉스와 함께하기 적합하다.

나쁜 책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1만9800원

금서라는 말은 생경하다. 멀리는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가깝게는 제5공화국 시절의 반체제 도서 사전 검열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쁜 책’에 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난징 대학살을 다룬 ‘난징의 강간’은 아직도 일본에서 금서로 지정돼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학교와 공공 도서관은 ‘문화 전쟁’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도서를 금서로 지정해달라는 요청과 금서 금지법이 맞서고 있다. 김유태 작가는 시인이자 기자로 동명의 제목을 달고 칼럼을 연재해왔다. 불온하고, 탄압받았으며, 불태워진 책들의 기록이다. 당대의 권력과 윤리, 종교에 거세게 도전한 30권의 책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이 어떤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가 이전에 과거(혹은 아직도) 읽을 수 없었던 책에 대한 일목요연한 글을 보는 건 일단 재밌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1만6800원



요즘 가장 ‘폼 좋은’ 신인 작가의 첫 책이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젊은작가상과 두 번의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고, ‘올해의 문제소설’에도 두 번 선정됐다. 그의 소설은 현실에 달라붙어 있는 상태에서 현실을 비틀어 보는 질문을 던진다. 고등학교에서 ‘고전 읽기’ 강의를 열며 젠체하는 국어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들은 학생이 서울대에 진학하자 안도한다(‘보편 교양’). 대학, 취업, 결혼의 관문을 순조롭게 관통한 남자의 일생은 평범해서 비범하다(‘전조등’). 이희우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좋은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이 구호를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김기태가 가장 당대적인 방식으로 반복하는 그 구호는 이러하다. ‘평범한 자들이여, 들어오라’”라고 썼다. 작가는 평범한 이야기에서 비범함을 획득하는 번뜩임을 가졌다.

숙론
최재천 지음 / 김영사 / 1만8000원

5월 2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만 하면, 대한민국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을 전 사회에 한번 던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저성장, 저출생, 젠더 갈등, 세대 갈등 등 수많은 과제 앞에 놓인 우리 사회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내놓은 답변은 ‘숙론’이다. 그에 따르면 숙론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찾는 과정이다. 토론이 누군가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당연한 말이 울림이 있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위에 가까운 말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전공인 동물 사회와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빌려온다. 사사건건 다른 무리를 결성해 대립하는 존재는 인간 말고는 없고, 하버드대의 토론 수업을 한국 대학에 이식한 경험을 통해 숙론의 중요성은 더 강조된다. 최 교수는 이 책을 9년간 집필했다. 실린 이야기 자체가 그의 숙론인 셈이다.

#숙론 #두사람의인터내셔널 #나쁜책 #녹나무의여신 #여성동아

사진제공 글항아리 김영사 문학동네 소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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