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
김예지 지음, 사이드웨이, 1만8000원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cm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던 2023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예지 의원이 물고기 코이를 언급하며 연설을 마치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립 박수가 나왔다. 선천성 망막색소변성증을 안고 태어난 그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책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는 부딪힘에 관한 이야기다. 스스로의 비유를 빌리자면 국민의 대표 중 한 사람이 된 그는 분명 어항을 깨고 바다로 나간 물고기다. 살던 곳을 벗어난 물고기는 자유롭겠지만 드넓은 대양에서 거센 파도에 직면해야 한다. 인재 영입 당시 그는 “안내견과 함께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큰일을 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비례대표 의원에게 바라는 건 당이 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이미지 정도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김 의원은 여전히 안내견 ‘조이’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나고(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다), 시각장애인에겐 집을 임대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에서는 문전박대당한다. 길 위에선 볼라드와 휴대폰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힌다.
책에서 “신체적 고통과 각종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졌다고 고백하는 김 의원이 부딪히는 건 장애물만은 아니다. 그는 질서에 부딪히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동안 김 의원은 당 주류의 의견에 반기를 들어 주목받기도 했다. 2023년 10월 여당 지도부가 불참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2022년 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간호법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당론과도 맞서는 목소리를 냈다. 책에서 김 의원은 자신의 독자적인 선택에 대해 부연하며 “내가 속한 ‘우리 편’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나는 가야 할 길을 간다”고 고백한다.
“내 머리카락과 내가 입은 옷의 색깔을 볼 수 없다. 앞으로도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신 당신들이 나를 바라봐 주고 있다. 당신은, 나는 여기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 우린 서로에게 책임이 있으며, 당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거면 됐다.”(246p)
통계청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기관 중 가장 신뢰도가 낮은 기관이 국회(24.1%)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나 다름없다. 정치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의원이 한국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어항을깨고바다로간다 #김예지 #여성동아
사진제공 사이드웨이
김예지 지음, 사이드웨이, 1만8000원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cm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나는 그런 고기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습니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던 2023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예지 의원이 물고기 코이를 언급하며 연설을 마치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립 박수가 나왔다. 선천성 망막색소변성증을 안고 태어난 그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책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는 부딪힘에 관한 이야기다. 스스로의 비유를 빌리자면 국민의 대표 중 한 사람이 된 그는 분명 어항을 깨고 바다로 나간 물고기다. 살던 곳을 벗어난 물고기는 자유롭겠지만 드넓은 대양에서 거센 파도에 직면해야 한다. 인재 영입 당시 그는 “안내견과 함께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큰일을 하는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비례대표 의원에게 바라는 건 당이 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이미지 정도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김 의원은 여전히 안내견 ‘조이’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쫓겨나고(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다), 시각장애인에겐 집을 임대하지 않는다며 부동산에서는 문전박대당한다. 길 위에선 볼라드와 휴대폰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힌다.
책에서 “신체적 고통과 각종 부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졌다고 고백하는 김 의원이 부딪히는 건 장애물만은 아니다. 그는 질서에 부딪히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동안 김 의원은 당 주류의 의견에 반기를 들어 주목받기도 했다. 2023년 10월 여당 지도부가 불참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2022년 3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간호법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당론과도 맞서는 목소리를 냈다. 책에서 김 의원은 자신의 독자적인 선택에 대해 부연하며 “내가 속한 ‘우리 편’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나는 가야 할 길을 간다”고 고백한다.
“내 머리카락과 내가 입은 옷의 색깔을 볼 수 없다. 앞으로도 영영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신 당신들이 나를 바라봐 주고 있다. 당신은, 나는 여기에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 우린 서로에게 책임이 있으며, 당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거면 됐다.”(246p)
통계청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기관 중 가장 신뢰도가 낮은 기관이 국회(24.1%)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나 다름없다. 정치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 의원이 한국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어항을깨고바다로간다 #김예지 #여성동아
사진제공 사이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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