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솔선수범하는 ‘츤데레’
SBS ‘낭만닥터 김사부 3’ 김사부
좋은 상사란 모름지기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의사로서의 소명 의식과 실력을 두루 갖춘 김사부(한석규)는 직접 모범을 보이며 모난 돌 제자들을 제대로 된 의사로 성장시킨다. 자신은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데 배울 마음이 없는 제자에게는 “노력도 안 하는 주제에 세상 불공평하다고 떠드는 새끼들, 실력도 하나 없으면서 의사 가운 하나 달랑 걸쳐 입었다고 잘난 척하는 놈들, 지(자기) 할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놈들, 아주 대놓고 조지는 게 내 전공”이라고 따끔하게 혼도 낸다.시즌이 진행되면서 성격이 유해지긴 했지만 스파르타식 가르침은 이따금 반발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일 뿐 속으로는 누구보다 제자를 아낀다. 제자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두 팔 걷고 나서는 이도 김사부다. 무엇보다 김사부는 나이 많은 사람이 앞에 서는 이유에 대해 “할 줄 아는 경험으로, 내려다볼 줄 아는 혜안으로, 좀 더 좋은 세상 만들어내라고”라 말하는 이름값 하는 참스승이다.
2.직장에서 만난 또 한 명의 ‘아빠’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명석 변호사
지난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를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기를 그린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에게 TV 부문 대상이 돌아갈 만큼 배우들의 연기 조합도 좋았다. 특히 우영우의 직장 상사이자 든든한 멘토인 정명석(강기영) 변호사는 시청자들로부터 “서브 아빠”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정 변호사의 장점은 열린 마인드다. “어, 잘했네. 잘했어요. 이런 건 내가 먼저 봤어야 되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다”처럼 자신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 바로 인정하고 사과한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실수를 아랫사람한테 떠넘기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마지막 회에서 사회정의 실현과 의뢰인 이익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우 변호사에게 정 변호사는 “한바다에서 14년 넘게 일한 정명석 변호사는 언제나 의뢰인의 이익을 사회의 정의보다 우선시한다”며 “하지만 우영우 변호사는 정명석 변호사가 아니다. 나랑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 내가 무슨 조언을 하겠나. 난 그저 우영우 변호사의 결정이 궁금할 뿐”이라고 한발 물러선 채 용기를 북돋아준다. 장애를 가진, 그것도 신입 변호사를 자신과 동등한 입장으로 생각하지 않고선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존중하면 존경을 받는다.
3. 묵묵히 지켜보다 필요할 때 툭
JTBC ‘대행사’ 조문호 대표
올봄 인기리에 종영한 오피스 드라마 ‘대행사’에는 두 명의 워너비 상사가 등장한다. 한 명은 유리천장을 뚫고 그룹 내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상무이고 또 한 명은 고아인의 상사인 VC기획 조문호(박지일) 대표다. 조문호 대표는 ‘길바닥에서 자란 들꽃’ 고아인이 ‘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꽃’ 최창수(조성하)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까지 들꽃을 자세히, 오래 봐준다. 일이 꼬일 때마다 무심히 던져주는 힌트에는 잘해낼 것이란 믿음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마지막 회에서 강한나(손나은) 상무를 도울 방법을 물으러 온 고 상무에게 “상무님, 길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오히려 질문한다. “길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고 상무의 대답에 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그런 건 일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죠. 길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됩니다. 그러다가 성공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길이라고 부를 겁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상무님 방법으로 하세요. 혹시 압니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질지.”
4. 우리 편일 때 더 든든한 ‘강강약약’
디즈니+ ‘레이스’ 구이정 최고홍보책임자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스’는 스펙은 별로지만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대기업 홍보 팀에 입사하게 된 주인공 박윤조(이연희)가 차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박윤조의 험난한 회사 생활에 방패가 되어주는 사람은 성공한 커리어 우먼 구이정(문소리)이다. 7, 8화에서 주인공이 전면 개편을 제안했다가 난처해지자 구이정 전무는 모른 척하지 않고 힘을 실어준다. 특히 사업부문장 김연수(전진기) 전무가 그런 구이정 전무를 불러 “기존 업무 방향을 유지하겠다”며 “CCO면 CCO답게 굴어”라고 막말을 했을 때 “나한테 반말하지 마! 나도 당신이랑 똑같은 전무이사야”라고 받아치는 장면은 사이다 그 자체.구이정 전무는 김연수 전무 앞에서 프로젝트 담당 직원이 모든 책임을 안고 퇴사하는 문화를 지적하고, 나아가 사내 문화 개선 프로젝트 TF 팀까지 만든다. TF 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구 전무는 “조직문화라는 건 원하면 변화할 것이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야 하는 거다. 각자 어떤 회사를 꿈꾸는지 그것부터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강한 사람에게 굽히지 않고 약한 사람은 보살펴주는 ‘강강약약’의 직장 상사,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5. 직장 상사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NA ‘남이 될 수 있을까’ 홍여래 대표
‘남이 될 수 있을까’에는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등장한다. 냉철해 보이는 변호사도 알고 보면 일을 저지른 뒤 후회하고 모르는 것도 많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부하 직원들을 위해 이혼 전문 법률사무소 두황의 홍여래(길해연) 대표 변호사는 카리스마 넘치는 상사와 다정한 인생 선배를 넘나든다. 심지어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 상담을 해줄 때도 한 번은 나올 법한 “‘라떼’는 말이야” 없이 진심으로 조언해준다. “내가 볼 때 오 변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어. 매일매일 행복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잖아. 그거면 돼. 어떤 질문들은 답보다도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거든. 질문을 삶으로 살아내는 거지”라면서 “나도 아직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센스 있게 한마디 덧붙일 줄 아는 직장 상사라면 동료 그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 속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출근하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질 것이다.#오피스 드라마 #직장상사 #여성동아
사진제공 디즈니+
사진출처 각 드라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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