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끝까지 간다
‘성난 사람들’

성난 사람 둘, 대니와 에이미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운전 시비가 붙은 뒤 서로가 서로를 추격하는 ‘분노의 질주’를 한다. 한바탕 난장판을 벌이고 나면 그들 각자의 삶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니는 가난한 이민 2세대로, 가족 부양의 부담을 안고 살지만 블루칼라 노동자인 그에게 세상은 불친절하기만 하다.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에이미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삶을 살지만 천진한 남편과 바가지를 긁는 시어머니 때문에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다. 분노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부글부글 끓던 두 사람은 보복 운전 사건을 계기로 화를 풀 명확할 대상을 찾고 서로에게 쏟아붓기 시작한다. 과잉 표출되는 분노는 가끔 애증의 모습을 띈다. ‘미나리’ ‘버닝’에 출연한 스티븐 연과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작가가 힘을 합쳐 완성한 작품이다. 한국인의 들끓는 피는 어디 가지 않는다.
“분노는 염산과도 같아 그것을 부은 곳보다 담고 있는 그릇을 더 많이 손상시킨다.”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분노에 찬 일주일을 보냈다면 스스로를 망가뜨리기보다 ‘성난 사람들’을 보며 대리 만족하시길.

영화 ‘끝까지 간다’ ‘레버넌트’
타인을 구원하려는 오만
‘세인트 모드’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가 상징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그는 부패한 종교와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18~19세기 영국 사회를 비판한 작가다. 그는 종종 환영을 보고 이를 그림으로 남겼는데 당시 그는 미치광이 취급을 당했다. 주인공 모드 역시 환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종교와 구원, 신앙과 광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극을 지배하는 서스펜스가 잘 구축돼 함의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호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드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모피드 클락은 드라마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에서 주연을 맡았다.

영화 ‘미드소마’ ‘더 위치’
휴양지에서의 동상이몽
‘화이트 로투스’

‘화이트 로투스’는 극 중 하와이에 있는 최고급 리조트 이름이다. 신혼여행을 온 커플, 모처럼 휴가를 온 가족,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유골을 들고 온 딸까지 저마다 각기 다른 천국을 꿈꾸며 하와이를 찾는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엔 여러 응어리가 이리저리 얽혀 있다. 가령 신혼부부의 남편은 겉으로는 멀쩡한데 신혼여행 숙소조차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만큼 마마보이다. 갓 결혼한 그의 아내는 계속 커리어를 유지하길 원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인 남편은 하찮은 일을 왜 하냐고 다그친다. 여행객뿐 아니라 특급 호텔 화이트 로투스의 직원 역시 저마다 비밀이 있다. 호텔 지배인은 마약과 알코올중독에서 간신히 벗어났지만 호텔을 찾은 숙박객들은 자꾸 그의 심기를 거스른다. 1화만 봐도 느껴지는 자글자글한 긴장감은 보는 이도 숨 막히게 한다. 다양한 욕망과 분노는 초호화 리조트인 화이트 로투스에서 임계점을 넘어 펄펄 끓기 시작한다.
미국 사회 내 계급, 인종, 남녀, 세대 등 예상 가능한 갈등 요소가 한데 묶인 수준급 블랙코미디다. 제74회 에미상에서 10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평범한 주부가 ‘맑눈광’이 되는 과정
‘부탁 하나만 들어줘’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음험한 비밀을 간직한 팜파탈 역할에 최적화된 배우다. 에밀리는 그를 스타로 만든 ‘가십걸’ 세레나의 진화 버전이다. 스테파니 역을 맡은 안나 켄드릭도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주변을 조금 피곤하게 할 뿐 평범한 엄마였던 스테파니는 에밀리 실종 사건을 추적하는 데 몰입하며 ‘맑은 눈의 광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사설탐정에 맞먹는 돌파력을 보여준 뒤 차 안에서 혼자 릴 페임의 랩을 부르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2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영화 ‘스파이’(2015), ‘퍼펙트 케어’
#성난사람들 #세인트모드
#화이트로투스
#부탁하나만들어줘
#O!리지널
사진제공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