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고성에서 진행된 셀린의 2021 F/W 컬렉션.
셀린뿐만이 아니라, 최근 들어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찌는 스페인 출신의 젊은 아티스트 코코 카피탄과 함께 구찌 로고 위에 그녀의 손 글씨를 새긴 컬렉션을 진행해 주목받았다. 특히 구찌의 클래식한 로고 위에 ‘Common Sense Is Not That Common(상식은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다)’라는 손 글씨가 새겨진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2017년, 코코 카피탄 컬렉션이 진행되던 즈음, 그녀의 손 글씨가 베이스가 된 작품이 이탈리아 밀라노 거리의 한 건물 외벽과 뉴욕 소호의 라파예트 스트리트 외벽에 그려졌는데, 그 당시에도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움직임에 많은 사람들이 크게 열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디지털화 된 콘텐츠가 난무하는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들 속에서 손 글씨를 전면에 내세운 구찌의 이 아날로그적 행보는 패션 업계에도, 소비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아날로그적인 콘텐츠를 다시 한번 디지털적으로 변환해서 즐기는, 즉 디지털라이즈드 아날로그(Digitalized Analog)라는 트렌드는 요즘 세대들에게 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완벽하게 디지털화된 스마트폰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SNS에 올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플루언서라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디지털화된 세상 안이라 할지라도 어떤 형태로든 직접 손이 가는 아날로그적인 터치를 더한 디지털 콘텐츠에 진심인 사람들도 존재한다. 세상이 디지털화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디지털로 누구나 쉽게 만드는 콘텐츠보다는 뭔가 실제로 만들어서 시간과 수고가 더해진 아날로그적인 콘텐츠를 디지털로 변환시키는 작업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아날로그적 터치를 더한 디지털 콘텐츠의 인기

뉴욕 소호 거리 건물 외벽에 붙은 코코 카피탄의 너무나 인간적인 손 글씨.
특히 아날로그가 디지털과 만나면서 시너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턴테이블을 만들던 회사들이 LP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해 재생하는 기기를 출시하는가 하면, 카세트테이프에 들어 있는 음악을 MP3 파일로 전환해 재생하는 기기도 등장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패션 셀렉트 숍, 어반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매장에서도 LP와 카세트테이프를 판매하는 별도 코너가 생기고, 그것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들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음악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폴라로이드 같은 즉석 카메라나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다시금 트렌드의 전면에 부상했고, 과거의 홍보 방식이었던 포스터를 인쇄해 거리에 붙이는 수고로운 작업을 하는 브랜드에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물론 더욱 더 많은 곳에서, 더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더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기 위해서는 포스터를 인쇄하는 과정부터 거리에 붙이는 작업까지 디지털화된 영상을 촬영해서 SNS 채널을 통해 홍보를 재생산하는, 디지털화된 아날로그적 움직임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 최전선의 마케팅 인사이트를 담은 저서 ‘프레시니스 코드’(리더스북)을 펴냈다.
사진제공 셀린 코코카피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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