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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t

스타가 PICK한 아티스트

EDITOR 이나래

2020. 03. 10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도 손꼽힐 만큼 높은 호가를 자랑하는 예술품이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의 컬렉션에서 발견되는 일들이 다반사다. 스타들이 예술에 대한 해박한 안목으로 선택한 아티스트 컬렉션.

방탄소년단 RM

티보 에렘의 일러스트

티보 에렘의 일러스트

최근 정규 4집 앨범 선주문량이 4백만 장을 돌파하면서 다시 한번 아이돌의 역사를 새로 쓴 방탄소년단의 리더 RM(랩몬스터). 뛰어난 음악적 자질과 수준급 영어 실력, 패션 감각을 두루 갖춘 그가 최근 몇 년 새 미술품 컬렉터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갤러리 투어의 흔적이 가득하다. 해외 투어 중 한국 단색화의 대표 주자인 윤형근 작품을 보기 위해 짬을 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포르투니 미술관을 찾았다는 이야기부터, 잠시 얻은 짧은 휴가 동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찾았다든가, 부산에서 열린 팬미팅 날 시간을 쪼개 시립미술관의 이우환 공간을 찾아 전시를 보고 방명록을 남기는 등 미술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고는 하기 힘든 행보가 오롯하다. 

실제로 미술계는 그의 이런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을 맡고 있는 정종효 씨는 RM을 만난 후 SNS에 ‘모노하(物派: 1960년대 후반 동양의 전위미술 운동)를 알고 단색화와 작가들을 알고, 동시대 미술 동향을 알고 있는 그였다. BTS의 가사와 곡들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보게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해외 팬들에게 한국 미술과 작가를 알린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들은 ‘방탄 덕후 미술투어’라는 이름으로 RM이 방문한 미술관을 찾거나 그가 소개한 작가들을 공부하기도 한다고.

Pick!
티보 에렘(Thibaud Herem)

RM은 지난해 서울 한남동 알부스갤러리에서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의 작품을 구입했다. 프랑스 출신 티보 에렘은 건축물의 정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일러스트 드로잉을 선보인다. 뉴욕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 런던의 소호 하우스처럼 널리 알려진 건물이나 영화 속에 등장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같은 호텔을 그린 그림이 잘 알려졌고, 국내를 방문했을 때 윤보선 고택을 찾아 작품을 그려내기도 했다. 태블릿으로 작업하는 요즘 일러스트레이터들과 달리 펜을 활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방탄소년단 뷔

김대성의 ‘채플린’과 ‘보리의 산책’

김대성의 ‘채플린’과 ‘보리의 산책’

RM이 방탄소년단에서 가장 대표적인 컬렉터로 알려져 있지만, 뷔 역시 자신만의 컬렉션을 구축해가고 있는 중이다. 짬이 날 때마다 갤러리를 다니며 관람을 하고, 소품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늘려가고 있는 그는 특히 키치한 캐릭터 스타일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뷔의 아트 컬렉션 중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화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 2018년, 미국 댈러스의 한 화랑에서 생애 첫 전시를 열고 있던 65세 무명 화가 도미너스는 생전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그림을 판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시아계 청년 7명이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았고, 그중 분홍색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청년이 작품 2점을 사갔다. 유명한 사람들인 것 같았는데 누군지는 정확히 몰랐다”는 것이 도미너스의 설명. 작품을 구매한 주인공이 방탄소년단의 뷔라는 사실은 뒤늦게 깨달았다고. 이처럼 무명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성장하며 컬렉션을 확장하는 모습이야 말로 내공을 다지는 최고의 스텝이라는 것이 미술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Pick!
김대성

뷔는 2019년에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조각가 김대성의 청동 작품 2점을 구입해 눈길을 모았다. 그가 구매한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모자 장수 토끼를 연상시키는 ‘채플린’과 ‘보리의 산책’으로, 동화 속 캐릭터에 상상력을 더해 유쾌하게 풀어내는 김대성 작가 특유의 작품 세계를 잘 담고 있는 대표작이다. 널리 알려진 캐릭터나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어 특유의 따뜻하고 발랄한 분위기로 재해석하는 김대성 작가의 작품은 대중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뱅 탑

아이돌 2세대의 부흥을 견인한 빅뱅에도 걸출한 컬렉터가 여럿 존재한다. 다섯 멤버들이 각각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작품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멤버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컬렉터는 탑이다. 멤버 대성은 “프랑스에 루브르가 있다면 한국에는 ‘타브르’가 있다”고 말할 정도.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의 컨디션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 냉장 설비가 된 미술 창고까지 갖추고 있다니, 전문 컬렉터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 멤버 태양 역시 “작품이 굉장히 많아서 (집에) 갈 때마다 (걸어둔 작품이) 바뀐다”고 전한 바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미술계에서도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이미 2016년 홍콩에서 열린 소더비 특별 경매에 큐레이터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탑 이전에 아티스트를 큐레이터로 초빙한 특별 경매의 주인공이 엘튼 존과 데이비드 보위였다는 점을 알게 되면 그가 가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탑은 출품작을 직접 선정하며 심미안을 과시하기도 했는데, 게르하르트 리히터, 루돌프 스팅겔, 장 미셸 바스키아 같은 해외 작가들부터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같은 국내 작가들을 아울러 다양한 취향을 뽐냈다.

Pick!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탑은 독일 추상 미술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가장 좋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추상 미술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은 생존 작가 중에선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열린 경매 결과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리히터의 작품은 4년간 9백88점, 총거래액은 1조1천7백88억원에 달했다고. 리히터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알고 싶다면 2월 20일 개봉한 영화 ‘작가미상’을 감상해도 좋을 듯. 주인공 쿠르트의 실존 모델이 바로 리히터다.

빅뱅태양

백남준의 ‘수사슴’(왼쪽). 이우환의 ‘바람’

백남준의 ‘수사슴’(왼쪽). 이우환의 ‘바람’

빅뱅의 멤버 태양은 2017년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본인의 컬렉션을 알린 케이스다. 영국 현대 미술의 대표 주자이자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지드래곤과 탑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 팝아트의 대표 주자 앤디 워홀 같은 세계적인 화가들 작품이 집 안 곳곳에서 눈에 띄며 실시간 검색어에 ‘태양 집’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결혼 후 SNS에 게재한 신혼집 인테리어 사진에서도 팝아트의 대가 리처드 페티본, 일본 출신의 그래피티 작가인 매드사키 등의 작품을 엿볼 수 있어 확장된 컬렉션을 짐작케 했다. 이처럼 태양이 미술품 수집에 나서게 된 데는 같은 그룹의 멤버 탑이 큰 역할을 했다고.

Pick!
이우환&백남준

태양이 ‘나 혼자 산다’ 출연 당시 가장 화제를 모았던 것은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 작품 ‘수사슴’이다. 2018년 홍콩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 59만 달러(약 7억원)에 낙찰되었던 이 작품이 태양의 집에서 발견된 것. 케이옥션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한동안 미술품 시장에서 거래된 백남준의 작품 중 최고 금액이었던 까닭에 더 큰 관심을 모았다.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미술품이 태양의 침실 벽에 걸려 있던 이우환의 작품이다.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거장 이우환의 작품 중에서도 최근 가장 각광받는 ‘바람’ 시리즈의 1985년작 ‘동풍’이다. ‘바람’ 시리즈는 10억~16억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JYJ, 뮤지컬 배우 김준수

호주 사진가 피터 릭의 작품

호주 사진가 피터 릭의 작품

JYJ 멤버이자 뮤지컬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김준수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집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가구는 모두 이탈리아 카펠레티 제품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동 부호 만수르 등이 애정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조명은 모두 펜디의 것이라고.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그의 집 복도와 거실에 위치한 사진 작품이다. 김준수가 “제가 진짜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작품”이라고 밝힌 ‘Sundance’는 호주 출신 사진가 피터 릭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Pick!
피터 릭(Peter Lik)

피터 릭은 호주 출신의 사진가로, 광활한 자연과 빛의 황홀한 순간을 찍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작품만큼이나 가격으로 화제를 모으는 작가이기도 하다. 2014년, 6백50만 달러(약 77억3천만원)에 판매된 작품 ‘유령’은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작가 본인이 작품의 가격을 정하고, 9백50장의 한정 에디션 중 마지막 5%의 작품에 대해서는 프리미엄 라벨이 붙으며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로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았다.

손예진

최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다시 한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손예진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술적 취향을 드러낸 바 있다. 2018년 12월 ‘집사부일체’ 출연 당시 손예진 집 거실에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회화 작품이 포착된 것. 눈 밝은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손예진 집 거실에 걸려 있는 작품은 누구의 것인지’를 묻는 글을 다수 올리며 관심을 나타냈다.

Pick!
우국원

손예진의 집 거실에 걸려있던 그림은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우국원의 작품이다.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팔려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인기를 끄는 작가이기도 하다. 어린이가 그린 크레파스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은 강렬한 색체와 자신감 있는 터치가 특징이다. 그는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는 중이다. 일본 최대의 서점 체인 츠타야를 운영하는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은 ‘아트페어 도쿄 2018’에서 우국원 작가의 작품을 본 후 “장 미셸 바스키아 못지않게 인정받을 것 같다”고 말하며 작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지현

숯을 소재로 한 이배 작가의 작품.

숯을 소재로 한 이배 작가의 작품.

서울 강남구 삼성동과 논현동, 용산구 이촌동 등의 건물을 매입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전지현은 미술계에서 꽤 안목을 인정받는 컬렉터라는 후문. 자주 갤러리를 방문하고 꾸준히 작품도 사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적으로 작품을 구매하지 않아 그녀의 컬렉션은 베일에 가려진 편이지만,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재불 작가 이배의 작품을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Pick!
이배

‘숯의 화가’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작가 이배(본명 이영배)는 2017년 ‘아트바젤 홍콩’ 주최 측이 한국 단색화 열풍을 이을 작가로 꼽으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숯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추상화를 선보이는 그의 작품 세계가 서양인들에게 동양적인 미학을 전달한다는 평이다. 고향 경북 청도의 소나무를 직접 가마에 태운 후 숯으로 만들어 묶어내는 ‘이수 뒤 푸’ 시리즈부터 숯 덩어리로 그림을 그려낸 ‘무제’ 시리즈까지, 질감과 양감을 넘나들며 작품 세계를 펼쳐온 그는 프랑스 정부가 미술 분야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기사상’을 받기도 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동아DB 뉴스1 셔터스톡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갤러리BK 본갤러리 알부스갤러리 게르하르트 리히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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