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관PH에는 ‘식물의 집’이라는 이름처럼 1백여 종이 넘는 식물이 가득하다.
퀴퀴한 미세먼지로 눈과 코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할 때 싱그러운 초록 식물을 떠올리면 기분이 밝아진다. 실제 스파티필룸과 스킨답서스 등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해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식물 콘셉트의 상업 공간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초록빛 식물이 신선한 공기를 뿜어내고 플랜테리어(Plant+Interior,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 아이디어까지 배울 수 있는 친환경 명소 2곳에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초록 식물이 작품이 된 복합문화공간
차가운 스틸 소재의 화분과 테이블, 의자를 더해 세련되게 꾸몄다(왼쪽). 아트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실외 공간.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회색빛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식물관PH는 식물과 휴식을 테마로 한 문화 공간을 표방한다. 가장 먼저 식물원처럼 보이는 유리로 된 독특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짜 식물원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돌로 만든 손잡이를 당겨 안으로 들어가니 통유리 지붕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온몸을 따스하게 감싸안는 느낌이었다.
식물관PH의 바닥 면적은 445.5m² 정도이며, 4층으로 구성돼 있어 규모가 큰 편이다. 우선 1층은 식물 콘셉트를 물씬 엿볼 수 있는 풀내음 가득한 메인 공간이다. 가장 큰 특징은 곳곳에 놓인 식물들이 마치 예술 작품이나 아트 오브제처럼 근사해 보인다는 것.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식물조차 예사롭지 않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식물관PH의 현신혜 팀장은 “공간을 구성할 때 식물을 전시 작품처럼 사용하려고 노력했으며, 식물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물과 공간이 스타일리하게 어우러지도록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다. 식물 같은 자연적인 요소가 많을 때 비슷한 분위기의 원목 소재를 더하면 식상하고 밋밋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 식물관PH는 식물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차가운 스틸 소재의 화분과 테이블, 의자를 더해 세련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완성시켰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SNS에서 ‘사진발’ 잘 받는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날 역시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 손님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통유리 지붕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따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귀한 야생식물을 분재 형태로 전시해놓은 유리 온실. 식물원처럼 보이는 외관(왼쪽부터).
식물을 사랑하는 기자는 애석하게도 ‘식물 킬러’라 불리는 어둠의 손이다. 이토록 많은 식물을 보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곳에서는 식물관리전담팀이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식물들을 체크하며 돌보고 있다고. 세심한 관리 덕분에 식물들이 생기 있게 빛나고 있는 듯했다.
50대 주부 이 모 씨는 부산에서 병원 방문차 서울에 왔다가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그는 “초록이 가득한 공간에 있다 보니 편안한 기분이 들면서 힐링되는 느낌이다. 특히 온실 속 분재가 너무 예뻐 사진으로 여러 장 담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기와 아트 오브제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 아트 숍.
2시간가량 머물며 구석구석을 둘러보니 식물과 사람이 함께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음료 한 잔과 공간 체험료가 포함된 입장료로 1만원을 받는데,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숙박료 무료! 반려식물 전용 호텔
아담한 규모의 공간에 식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전경.
가드닝 호텔 실라 파티오는 의류 브랜드 ‘실라’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실라는 인견이나 마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의류로 유명하다. 해외에서 우연히 반려식물 콘셉트의 공간을 보고 벤치마킹해 열게 됐다고. 언뜻 보면 아담한 화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에 고목나무, 올리브나무, 벤자민 등 호텔이 보유 중인 20여 종의 식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특이한 점은 식물 앞에 101호, 102호 등 호텔 방 호수를 의미하는 숫자가 적혀 있는 것. 이용료는 무료이며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반려식물을 맡기려면 식물과 함께 호텔을 방문해 룸 번호를 배정받은 뒤 호텔에서 주는 메모지에 이름과 연락처, 체크인&체크아웃 날짜, 반려식물을 보관할 때 주의해야 할 내용을 적으면 된다. 체크인 후 식물은 자연 채광 전구 시설이 갖춰진 공간에서 수분과 영양제를 공급받으며 관리된다. 최대 한 달간 보관할 수 있고, 가지치기나 분갈이도 가능하다고.
반려식물을 관리하는 이란근 실장은 “화원인 줄 알고 방문했다가 반려식물 호텔이라고 하면 신기해한다. 반려식물을 맡기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식물이 함께 쉴 수 있는 도심 속 정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50대 남성이 맡긴 자그마한 식물 화분이 투숙(?) 중이었다. 아직까지 이용자가 많진 않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페가 마련돼 있어 차를 마시며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다(왼쪽). 식물 앞에 놓인 숫자는 식물이 묵고 있는 방 호수를 의미한다.
막상 방문해보니 기대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다소 작아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무료로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식물을 맡기지 않더라도 식물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힐링 타임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다.
사진 홍태식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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