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르그스키
▲ 일리야 레핀이 그린 무소르그스키(1881년)
그림에 매혹되는 관람객들의 체험 음악에 담아
작품 보고, 제목 보고, 몇 발자국 움직여 다음 작품 보고…. 그림 감상에 몰입한 관람객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음악으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요?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는 그림에 매혹되는 관람객들의 체험을 음악으로 탄생시켰습니다. 그는 30대에 세상을 떠난 친구 빅토르 하르트만의 유작전을 보고 밀려드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빅토르 하르트만의 그림 열개를 골라 열개의 곡을 썼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그림을 음악으로 옮긴 것도 신선한데, 더 독특한 것은 한 작품 보고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는 발걸음까지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림1-몇 걸음 움직이고-그림2’ 하는 전시장의 동선을 ‘음악1-프롬나드-음악2’와 같은 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프롬나드(promenade)는 ‘산책’이란 의미로, 러시아 민속음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시장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프롬나드가 나오는 셈이죠.
빅토르 하르트만의 그림들
‘전람회의 그림’을 탄생시킨 빅토르 하르트만의 그림을 살펴보겠습니다.
▲ 난장이(1곡)
지하에서 지내는 난쟁이 ‘그노무스’는 음울한 1곡 ‘난쟁이’로 재탄생했습니다.
▲ 카타콤베(8곡)
8곡 ‘카타콤베’는, 손전등을 들고 지하무덤 ‘카타콤베(Catacombe)’를 조사하는 사람들처럼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곡입니다.
▲ 키예프의 대문(10곡)
‘전람회의 그림’ 중 개별적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10곡 ‘키예프의 대문’은 키예프 시의 대문 설계도를 보고 만들어졌습니다. 러시아 특유의 둥근 지붕에서 느껴지는 힘찬 에너지처럼 위풍당당한 곡입니다.
음악과 미술이라는 두 예술 언어가 만나 이처럼 신비로우면서 위트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낸 것이 정말 놀랍지요.
앞으로 음악과 그림을 각각 즐기지 마시고, 오감을 활용해 둘을 함께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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