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워터밤 무대에 선 권은비. 아이 같은 얼굴과 그렇지 못한 핫한 몸매로 화제가 됐다.
‘워터밤’ 여신 권은비와 남신 박재범의 차이
심상치 않은 인기의 키스오브라이프(벨, 나띠, 쥴리, 하늘).
단, 핫 걸 이미지를 멋있어하는 여성 팬이 많은 그룹으로서 이보다 더 센 핫 걸 전략은 ‘글쎄요’다. 멤버들이 워낙 실력파라 실력으로 승부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데 괜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오점을 남길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처음 ‘Sticky’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을 때 일부 팬의 불만이 나왔던 이유도 여기 있다. 뮤직비디오에 자전거 타는 뒷모습을 특정 부위 위주로 줌인하는 장면이 있어 팬들로부터 꼭 그 장면을 넣어야만 했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곤 모터가 달린 듯 에너지 넘치는 트월킹 안무와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낮 분위기가 잘 어울렸다.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 4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떠오르는 ‘중소의 기적’ 키오라에게 커지는 관심만큼 ‘핫 걸력’ 조절은 앞으로의 과제가 될 듯하다. 지금 무언가 더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때 잘 가던 경로를 이탈하기 쉽다.
원래 ‘온리팬즈’는 미성년자는 볼 수 없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진 박재범의 노출 사진.
지난해 워터밤 최대 수혜자였던 권은비의 경우 워터밤 무대 덕분에 ‘Underwater’가 역주행해 인기를 누렸고 치킨, 렌즈, 게임, 화장품 등 광고 러브 콜이 쏟아졌다. 그 결과 올봄 24억 원의 단독주택을 매수해 건물주가 됐으며, 가을에는 주인공으로 출연한 일본 영화도 개봉한다. 이만하면 워터밤이 권은비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건 분명하다. 그러나 권은비 재발견의 포인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돌아이’로 불릴 만큼 평소 털털한 그녀가 알고 보니 섹시한 매력이 있더라는 반전이다. 권은비는 올여름 앨범 ‘SABOTAGE’로 컴백했을 때와 최근 워터밤에서도 평균적인 수준의 노출 의상을 입었다. 아무래도 성희롱과 합성사진 유포 같은 악성 게시물 고소건으로 마음고생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영리한 선택이었다. 섹시 이미지로만 소비되면 운신 폭이 좁아진다.
반면 또 다른 워터밤 단골손님 박재범의 행보는 다소 아쉽다. 워터밤 무대에서 보여주는 상의 탈의 퍼포먼스는 박재범의 시그니처가 됐다. 스스로도 “그것(상의 탈의)만큼 관객의 열광을 가져오는 요소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재범=섹시’ 공식을 너무 믿어서일까. 지난 6월 30일 신곡 ‘McNasty’를 들고 나온 박재범이 펼친 19금 마케팅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일었다.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성인용 콘텐츠 공유 플랫폼인 ‘온리팬스’ 계정을 개설, 상의를 탈의한 채 여성 속옷을 가슴에 올려놓고 촬영한 셀카를 업로드했다. 그리고 “여러분의 지원에 감사드리고 모두가 약간 다른 것이 필요할 때 여기에 있을 수 있어 기쁘다”는 글을 적었다. 온리팬스는 이용자들이 음란물을 자유롭게 제작해 올리고, 유료 구독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플랫폼이다. ‘다른 것’이 필요할 때 그 다름을 꼭 더 센 19금 콘텐츠에서 찾았어야만 했을까.
어린 아이돌과 팬이 문제야
특정 신체 부위를 터치하거나 강조하는 앵글로 야하다는 반응이 나온 (여자)아이들의 ‘클락션’ 안무 영상과 나연의 ‘ABCD’ 뮤직비디오(아래).
아이돌에게 ‘19금’은 넘어야 할 도전 대상이면서 남겨둬야 할 성역이기도 하다. 데뷔 시기가 빨라지면서 미성년자일 때 데뷔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또 요즘은 동요 대신 아이돌 노래를 흥얼거릴 만큼 팬들도 어려졌다. 따라서 섹시 코드로 호응을 얻으려면 적어도 아이돌이 성년이어야 하고, 아이돌을 소비하는 미성년자 팬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특히 몇 해 전부터 이른바 ‘주체적 섹시’를 내세우는 그룹들이 늘고 있는데, 주체적 섹시란 ‘섹시하고 아름다운 나’를 추구하면서 성 상품화로부터 당당해지는 것이다. 당당하든, 노렸든 결과는 사실상 같다. 노출은 노출이다. 지나친 노출을 하면서 자극적인 시선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건 모순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여며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K-팝 산업이 커지고 아이돌과 팬덤 모두 어려진 요즘, 성 상품화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 일본의 체키회(폴라로이드 사진 촬영)가 건너온 듯한 사진회만 해도 모순덩어리다. 팬 사인회처럼 앨범을 아주 많이 구매해야 당첨된다. 그런데 가까이 사진 찍을 기회라면서 돈을 쓰게 만들지만 너무 밀착해 서면 안 되고, 스킨십 요구는 금지다. 당연히 동의 없는 스킨십은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아이돌이 먼저 스킨십 있는 포즈를 취한다면 그건 주체적 촬영이니까 성 상품화가 아닌 게 되는 걸까.
부모가 된 고인물로서 다소 혼란스럽다. 아이돌들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이 엉덩이가 보일락 말락 손바닥만 한 바지를 입고 수위 높은 노래를 부른다? 이거야말로 ‘글쎄요’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아이와 뮤직비디오 같이 보는 엄마로 레벨업했다.
#노출 #워터밤 #19금 #여성동아
사진 출처 키스오브라이프 SNS, 워터밤 홈페이지, 나연 ‘ABCD’ 뮤직비디오·(여자)아이들 ‘클락션’ 안무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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