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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업무 중 잡담이 애사심의 원천?

오홍석 기자

2023. 03. 20

일터의 설계자들
나하나 지음, 웨일북, 1만7000원

1월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인재상을 물은 결과를 발표했다. 의외로 기업들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책임 의식’을 꼽았다. 도전 정신, 소통, 창의성, 전문성보다도 책임감을 우선했다. 기업은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는 직원을 원한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는 ‘조용한 사직(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업무 태도)’이 유행이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이 잇달아 퇴사하는 풍경을 보면 노사(勞使)는 같은 침상에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절이 싫어 중이 죄다 떠나버리면 절은 망하고 만다. 그래서인지 최근 기업들은 젊은 직원을 붙잡아두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편 대상은 주요 퇴사 사유로 꼽히는 조직문화. 그래서 생겨난 말이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 일과 삶을 블렌딩한다는 ‘워라블’이다.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자의 반 타의 반 격 변화인 셈이다.

‘일터의 설계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아한형제들’이 어떻게 모범 기업으로 꼽히게 됐는지를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창립 멤버이자 일종의 인사 팀 역할을 수행하는 ‘피플팀’의 컬쳐커뮤니케이션팀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조직문화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업무 시간에 ‘딴짓’을 적극 권장한다는 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사내 공간 구성이나 이벤트 등을 통해 업무 시간 중 조직원들 간 상호작용, 즉 밍글링(mingling)을 유도한다. 또 직원 간 업무 외적인 대화를 나누는 잡담을 조직문화의 핵심으로 삼는다. 그 이유에 대해 우아한형제는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의 핵심은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한 시간만큼은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시간이 유대감이 되고, 유대감이 쌓이면 신뢰로 발전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방침의 배경에는 김봉진 의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창업 초기, 모든 사원에게 개성 표현이 가능한 맞춤 사원증을 제작해 발급했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사원 수가 2000명으로 늘어나자 업무량이 많아진 디자인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한 임원이 사원증 제작 중단을 제안하자 김 의장은 “사원증은 개인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대화가 풍부해지게 하는 촉매제”라며 맞춤 명함 제작을 이어나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강한 규칙을 세우고 나머지는 구성원의 자율에 맡긴다’는 모토 아래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직원들이 무제한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사무실에는 “퇴근할 때는 인사하지 않습니다” “회식은 강요하지 않습니다. 불참에는 사유가 없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배민다움’이란 놀고 일하며, 일하며 노는 조직문화다. 이러한 자유로운 문화 기저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제약을 가하지 않아도 맡은 바를 해낼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다.

#일터의설계자들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여성동아

사진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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