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의 아카펠라 뮤직 쇼인 ‘보컬플레이’는 각 장르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4인방 윤상, 윤일상, 스윗소로우, 뮤지와 16팀의 뮤지션들이 고정 출연해 조별 드래프트와 팀별 조합을 거쳐 매회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무대를 펼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컬메이트(관객) 1백인의 평가무대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팀은 MVP로 뽑힌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경합이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 매회 주제에 따라 바뀌는 팀의 조합과 오직 목소리만으로 만들어지는 파격의 무대야말로 ‘보컬플레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컬플레이’ 연출을 맡은 전경남 PD는 방송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은 비결에 대해 “경쟁하고, 밀어내고, 독설을 퍼붓고, 긴장감으로 가득한 지금까지의 경연 프로그램과는 다른 ‘인간미’로 차별화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점에서 평소 친분이 두텁고, 어떤 자리에서건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방송인 오상진(38)과 노홍철(39)을 공동 MC로 발탁한 것은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평이다.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감동을 주는 이 프로그램의 두 진행자가 모두 방송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음치라는 점도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다.
보컬 천재들에게 기립박수

“정말 평범하게만 보이던 학생, 소심한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마이크만 잡으면 멋진 아티스트로 변신하더라고요. 이들이 발전해나가는 과정, 새로운 조합을 통해 도전하는 모습도 굉장히 신선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오상진 역시 “제가 하지 못한 일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프로그램 MC 자리를 승낙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음악을 듣기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눈을 감고 들었을 때는 목소리만으로 박자와 음을 만들어냈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노홍철 씨 말대로 모든 무대가 놀라움의 연속”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이 프로그램이 아카펠라라는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카펠라의 시초는 중세 교회음악에서 시작한 종교음악이지만 이제는 장르를 넘어 인간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이 시도되고 있는 만큼 ‘보컬플레이’가 그러한 시도들을 소개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국내 최정상 플레이어들과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시청자들에게도 분명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음치, 꿈을 이루다

“어떻게 차별화를 둘까 고민했는데, 오히려 제작진 측에서 그런 부담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출연료를 받고 어떻게 그러냐 했는데, 프로그램을 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상당히 많은 장치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굳이 ‘60초 후에 뵙겠습니다’ 같은 멘트를 하거나 힘을 주지 않아도 되는 거더라고요. 우리가 이끌어간다기보다는 정확한 규칙 내에서 지원을 하는 역할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거 같아요. 프로그램 시작 전 (오)상진 씨랑 만났을 때도 ‘결혼 생활은 어때?’ ‘와이프 책방은 잘돼?’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프로그램 안에 경쟁 요소가 있지만 우리는 그냥 평소 수다 떨듯이 즐기면서 진행하자’ 그랬죠.”
노홍철이 말하는 ‘보컬플레이’의 매력은 뻔히 예상되는 보컬 경쟁을 넘어선 ‘창작’에 대한 기대감과 재미다. 일반적으로 첫 회 녹화는 늘 예상보다 길어지게 마련인데 오히려 “벌써 끝났어? 우리 이렇게 그냥 집에 가도 되는 거야?”라고 아쉬워했을 정도라고 한다.
오상진은 ‘드래프트 제도’를 이 프로그램의 매력으로 꼽았다.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서 신인 선수를 선발하듯 프로듀서들이 플레이어들을 영입해 차례차례 성장시켜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마치 레고 블록을 맞춰가다 보면 자꾸만 새로운 장난감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그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물이 무궁무진하게 탄생되거든요. 감동할 준비, 하셔도 됩니다(웃음).”
‘누가 1등이 될 것이냐?’보다 ‘누가 어떻게 성장해갈 것인가?’를 지켜봐달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주문과 함께 감동을 전하고 싶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MC로 나선 두 남자의 활약이 기대된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사진제공 채널A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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