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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와인은 춤춘다 | 하와이의 멋과 맛을 담은 파인애플 와인

이찬주 무용평론가

2024. 09. 10

무심코 바라본 와인 라벨 속 춤. 전 세계 와인과 그에 얽힌 춤 이야기를 연재한다.

‘불과 화산의 여신’ 펠레(Pele)

‘불과 화산의 여신’ 펠레(Pele)

황금연휴가 주어지면 태평양의 낙원 하와이가 떠오른다. 1987년 첫 방문 이래 33년 만에 다시 찾은 하와이 여행에서 빅아일랜드(하와이) 말고도 몇 군데 섬을 더 방문했다. 그중 마우이섬에서는 세계 최대 휴화산을 품은 할레아칼라(Haleakala)산을 찾았다. 마우이섬에서 가장 높은 해발 3055m의 할레아칼라산(할레아칼라국립공원 내 위치)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정상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어로 ‘태양의 보금자리’라는 뜻이다. 마우이섬을 통치한 반신반인 존재였던 할레아칼라가 산 정상에서 태양이 일찍 지지 못하도록 밧줄로 태양을 묶어놓고 낮의 길이를 길게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드넓게 펼쳐진 광활한 구름바다가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두 번째 하와이 방문에서 만난 와인이 ‘훌라 오 마우이(Hula o Maui)’라는 스파클링와인이다. 이 와인의 라벨 하단에는 할레아칼라산 경사면에서 자란 마우이섬의 신선한 골드 파인애플로 만들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포도로 만들어야 와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와인법상 포도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와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포도로 만든 술 외에도 다양한 과실주를 와인에 포함한다. 한국에 오미자 와인, 복분자 와인, 복숭아 와인, 사과 와인이 있듯이 하와이에는 파인애플 와인이 있는 것이다.

스파클링 와인 ‘훌라 오 마우이’(왼쪽). 모콜리이의 전설, ‘히이아카’가 그려진 타일 벽화.

스파클링 와인 ‘훌라 오 마우이’(왼쪽). 모콜리이의 전설, ‘히이아카’가 그려진 타일 벽화.

훌라 오 마우이의 용기는 일반 와인병보다 크다. 스파클링와인 병은 기포의 압력을 견뎌내기 위해 더 두껍게 만든다. 용기는 크지만 와인의 양은 표준 용량인 750ml다.

훌라 오 마우이는 1994년 처음 생산된 이후 “열정 한 스푼에 신선한 파인애플과 레몬을 첨가한 맛”이라는 광고 문구로 하와이를 찾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라벨에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민속춤, 훌라를 추는 한 여인이 담겨 있다. 연보랏빛 화관을 쓰고 풍성한 하와이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노란색 훌라 치마인 파우를 걸친 여인은 한 발을 들었다가 내려놓으며 춤을 추고 있다. 라벨 뒤편에는 “마우이의 춤(The dance of Maui)”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하와이의 전통춤 훌라는 하와이어로 ‘춤추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훌라는 하와이 전통 종교인 ‘하와이 신화’ 또는 ‘하와이 종교’에 등장하는 화산과 불의 여신 펠레(Pele)의 여동생 히이아카(Hi′aka)가 언니의 불같고 거친 성격을 달래고자 춘 춤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고대에는 종교적인 의미로 남성들이 신전에 모여 훌라를 추었고, 원주민들이 대지 그리고 신과 교감하기 위해 훌라를 추었다. 이후 점차 여성들에게도 훌라가 허용돼 하와이 전통춤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훌라는 손의 움직임, 스텝, 골반 흔들기 등 각각의 동작마다 뜻을 지니고 있다. 오래전 문자가 없던 시대에는 훌라를 언어 수단으로 삼아 의사소통을 하고 지식을 전달했다. 손과 팔, 표정으로 만드는 말들은 꽃(푸아), 산(마우나), 파도(날루), 태양(라), 사랑(알로하) 등을 의미한다. 이를 알고 춤을 감상하면 더욱 풍부하게 훌라를 느낄 수 있다. 훌라의 손동작은 하와이어 노래인 멜레(Mele) 가사에 맞춰 그 뜻을 전달한다. 멜레는 하와이 신화에 등장하는 신과 위인에 관한 이야기의 찬양을 담고 있다. 훌라를 출 때는 척추를 곧게 펴고 무릎을 구부린 채 살짝 엉덩이를 내민 상태에서 좌우로 발을 옮기는데, 이때 두 손으로 세모를 만들어 태양을 보기도 하고, 두 손을 모아 가슴에 올리기도 한다. 보통 훌라는 이렇게 하와이 전통음악에 맞춰 추지만 대중음악에 맞춰 추기도 한다.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에게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전함과 동시에 어렵지 않게 훌라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몇 년 전에 짧게 훌라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 대중음악인 ‘Pearly Shells(진주조개)’와 ‘Kaleponi Hula(칼레포니 훌라)’에 맞춰 가르쳤는데, 가사가 영어다 보니 쉽게 훌라를 전달할 수 있었다. 훌라 오 마우이 와인은 대중에게 조금 더 쉽게 훌라를 느끼게 해주는 이 노래들과 닮았다. 따뜻한 하와이의 기후에서 잘 익은 파인애플로 만든 와인을 마시며, 손끝과 발끝으로 피어나는 하와이의 언어를 맛볼 기회가 있기를.

#훌라오마우이 #하와이와인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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