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기아타이거즈와 LG트윈스와의 경기 모습.
비싼 콘서트 대신 경기장으로
프로스포츠에 여성 팬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프로스포츠 팬 2만5000명과 일반 국민 1만 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간한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처음 스포츠 경기장을 찾은 이들 중 75%는 여성이다. 2022년엔 첫 직관 관객 62%가 여성이었는데, 1년 새 13%p가 상승했다. 7월 KBO 사무국 발표에 따르면 이번 올스타전에서 2030 여성 팬 예매 비율은 58.7%에 달했다.
성재이(27) 씨도 지난 5월 롯데자이언츠 팬인 친구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처음 찾았다. 성 씨는 “롯데가 또 졌다고 화를 내면서도 매일 야구를 보는 친구의 마음이 궁금했다”며 “친구와 취미를 공유할 겸 야구장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야구를 직관한 날 롯데자이언츠는 패배했지만 한 선수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그 후로 하이라이트 영상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제 성 씨의 방 한쪽 벽은 롯데자이언츠 소속 윤동희 선수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한편 스포츠에 빠져든 여성이 업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3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관여 팬 표본 중 62%는 여성이다. ‘고관여 팬’은 관심 있는 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 구단 선수를 모두 알고 있고 유니폼을 보유한 팬을 뜻한다. 이들은 경기 시즌권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팀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한 시즌 기준 MD상품 구매비도 여성(12만 원)이 남성(9만 원)보다 높았다.
2030 여성 팬이 유입되면서 관람 문화도 달라졌다. 특히 생경한 풍경은 다양해진 ‘직관 푸드’. 4년째 야구장을 찾고 있는 오혜림(30) 씨는 최근 야구장에서 요즘 핫한 요구르트아이스크림까지 등장한 걸 보고 놀랐다. “예전에는 맥주 캔 하나 달랑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 팬들은 요구르트아이스크림을 포함해 육회, 만두 등 다양한 음식을 배달해서 먹는다”며 “가끔 마카롱이나 빙수도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각 지역 경기장 맛집을 공유한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성 팬 꽉 잡아라
롯데자이언츠 소속 윤동희 선수의 사진으로 가득한 한 여성 팬의 방.
스타 선수들이 등장하며 경기 전후 선수들 출퇴근길을 기다리는 팬들도 늘어났다. 고등학생 때부터 프로농구 관람을 즐겼다는 전수민(25) 씨는 “예전엔 퇴근길까지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30~40명이 줄 선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2년 차 프로야구 팬 한수민(21) 씨도 “예전에는 사인받는 사람 대부분이 부모님과 함께 있는 어린이였는데 이젠 80~90%가 2030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티켓 가격도 2030 여성들을 경기장으로 이끄는 요소다. KBO 경기 티켓은 1만 원대로, 비교적 좋은 자리는 2만~3만 원대면 구매할 수 있다. 2030 여성 팬이 주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뮤지컬이나 콘서트 티켓이 10만 원을 훌쩍 넘은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뛰어난 셈이다. 성 씨는 “아이돌 콘서트는 최대 2시간 정도지만 야구는 기본이 3시간”이라며 “맛있는 걸 먹으며 신나게 응원도 하고 재밌는 경기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리그는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나 각 팀에서 내놓은 컬래버 캐릭터도 인기다. KBL 공식 캐릭터 ‘공아지’와 ‘공냥이’ 관련 굿즈가 출시되는 날에는 스토어 서버가 잠시 마비되기도 한다. K리그는 산리오코리아와 협업해 산리오 캐릭터들이 K리그 각 구단 유니폼을 입은 인형, 키 링, 스티커 세트 등을 판매했다. 한 달간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총 25만 명이 방문했다. K리그 관계자는 “오픈 첫날 전국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 중 매출 1위를 찍었다”고 말했다. 두산베어스가 ‘망그러진곰’과 협업한 굿즈도 화제였다. NC다이노스 팬인 최지원(27) 씨는 “작은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 캐릭터가 예뻐서 응원하는 팀을 바꿀 뻔했다”며 웃었다.
KBL이 내놓은 공식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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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사진제공 성재이 K리그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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