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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K-팝 덕후 마음대로 정한 2024 어워즈

윤혜진 객원기자

2024. 12. 02

1세대 아이돌부터 지켜봐온 ‘고인물’로서 단언컨대 2024년은 K-팝 업계가 유난히 시끌벅적했던 한 해다. 지난해에 이어 ‘K-팝 덕후 마음대로 정한 어워즈’를 열며 치열하게 고민했다.

블랙핑크 로제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로제의 신곡 ‘APT.’는 올해의 수능 금지곡이 됐다. 한번 들으면 하루 종일 흥얼거릴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한국의 술자리 문화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한 블랙핑크 로제와 술상을 마주할 수 있다면 로제가 좋아한다는 아파트 게임을 같이 해보고 싶다. 같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싶다기보단 매번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슷한 입장에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도대체 술자리 게임을 노래로, 게다가 토니 배질의 1980년대 히트곡 ‘Mickey’를 활용해 만들어볼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걸까. 또 세계적인 팝 스타 브루노 마스에게 제안할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궁금하다. 로제 스스로 미국 잡지 ‘페이퍼’에서 “마스가 ‘APT.’를 부를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주변에서 내가 유일했다. 다들 ‘그 노래는 안 부를 것이다. 보내지 말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의외였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어서 더 ‘킥’(음식을 특별하게 해주는 셰프만의 한 방)이었다.

빅뱅 지드래곤

팬은 아니지만 아이돌 애호가로서 늘상 바라왔다. ‘아이돌들의 아이돌’ 지드래곤이 무대에 선 모습을. 빅뱅 리더 지디는 샤넬 옷을 입고 패션쇼에 있을 때보다 무대에서 랩을 할 때 더 빛난다. 각종 루머와 스캔들, 지나친 관심으로 지디가 이대로 빛을 잃을까 걱정해온 팬들에게 이번 컴백은 선물 같다. 지디가 7년여 만에 선보인 신곡 ‘POWER’는 중독성 강한 비트 위에 맛깔스러운 랩이 어우러진다. “억까 짤 퍼다 샬라샬라하다가 shout out”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 yep, yep 애들이 나보고 개꿀이라더군” “G to the D or ‘GOAT’ the livin’ legend” 같은 다소 오글거리고 자존감 넘치는 가사는 대중문화계 아이콘 지디니까 허용이 된다. 앞으로도 늘상 ‘지디가 지디하며’ 신나게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 좋겠다.

데이식스

JYP에서 2015년 선보인 밴드 데이식스는 얼마 전 열린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에서 3관왕(2024 그랜드 퍼포머, 베스트 밴드, 베스트 송 10)을 차지했다. 납득이 가는 수상이었다. 데이식스는 올해 K-밴드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데뷔 9년 만에 국민 밴드가 된 인기의 역주행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일단 멤버 전원이 악기를 다루고 노래를 하는 실력파 밴드다. 심지어 무대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만큼 전원이 노래를 잘한다. 작사와 작곡도 능하다. 노력과 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데뷔 10년 차 데이식스는 지나온 시간에 대해 보상받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받았다’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데이식스는 K-팝 밴드 최초로 올 연말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한다. 임영웅과 몇몇 아이돌 그룹만이 채우는 고척스카이돔을 수만 명의 마이데이(데이식스 팬클럽)가 채울 예정이다. 떼창 잘하기로 소문난 마이데이의 실력 한번 볼까. 직캠 기다립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쏘아 올린 공은 대단했다. 살면서 아이돌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하이브 내 따돌림 의혹의 참고인으로 간 뉴진스 하니의 용기 덕분에 음반 밀어내기, 음원 사재기, 굿즈 판매 갑질 정황 등이 공개됐다. 특히 하이브에서 임원용 보고서로 알려진 ‘주간 음악산업 리포트’를 주기적으로 작성해오고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는데, 그 내용이 어마어마하다. “온라인상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했다”고 해명한 보고서에는 아티스트에 대한 루머부터 “놀랄 만큼 못생겼음. 그동안 못 뜬 이유가 분명한 팀” 같은 원색적인 비난이 담겨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역바이럴 광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 문건에 대해 민희진 전 대표는 “1년을 참다 신랄한 비판 메일을 써서 경영진에 보냈다”며 “(하이브에)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 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헤드에 많이 올라왔다. 그들한테 업을 이런 식으로 알려준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한 바 있다. 물론 민희진 전 대표의 튀는 발언과 행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월급 받는 입장에서 최대 이익 추구를 위해 조직의 뜻을 따르긴 해야 한다. 그러나 하이브는 K-팝 업계 1인자다. 민희진 전 대표 같은 조직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탐구 대상이 산업 발전을 위해선 필요하다. 도대체 ‘대퓨님’(뉴진스 멤버들이 민희진 전 대표를 부르는 애칭)은 하이브 지붕 아래서 ‘독고다이’로 어떤 싸움을 해온 걸까. 심지어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1월 10일,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설’에 대한 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린다.

지코

블락비부터 시작해 히트곡 부자인 ‘지버지’ 지코가 솔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4년 첫 솔로곡 ‘Tough Cookie’ 이후 ‘너는 나 나는 너’ ‘아무노래’ ‘새삥’ ‘SPOT!’ 등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킨 지코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트렌드를 꿰뚫어보는 감각이다. 스스로는 ‘트렌드 호소인’이라고 장난스럽게 이름 붙이지만, ‘아무노래’로 댄스 챌린지 문화를 만들어내고 5세대 인기 보이 그룹 ‘보이넥스트도어’를 키워낸 감각은 ‘호소인’ 수준을 넘어선다. 특히 블랙핑크 제니와 함께한 ‘SPOT!’은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을 돌파하며 큰 화제였다. 인기 뒤에는 두 사람의 이름값 외에도 지코의 노력이 숨어 있다. 지코는 제니의 독립 소식을 듣자마자 직접 연락하고, ‘SPOT!’을 완성하기까지 제니에게 6곡을 만들어 들려줬다. 단순히 지코가 눈을 무섭게 떠서가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 노력까지 하니까 진짜 무섭다. 이제 서른두 살인 지코가 솔로 데뷔 10주년에 보인 성과가 이 정도면 앞으로 또 어떤 작업물들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아이와 뮤직비디오 같이 보는 엄마로 레벨업했다.

사진 출처 지디 라이즈 로제 데이식스 지코 민희진 SNS,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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