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U

“IB는 사고력 위주의 질문하는 교육, 대입에도 강해” 이혜정 소장(+영상)

문영훈 기자

2024. 07. 26

이름도 생소한 국제 바칼로레아, IB가 한국 교육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IB가 사교육을 조장하고,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의구심도 있는 상황. ‘IB 전도사’ 이혜정 소장에게 IB의 모든 것을 물었다. 

‘IB 전도사’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IB 전도사’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국제 바칼로레아(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4년은 공립 고등학교에서 IB 교육을 받은 고등학생이 처음 대학에 입학한 해이기 때문. 2월 한국 대입 제도와 낯선 IB의 결합에 이목이 쏠렸다. IB를 도입한 제주 표선고는 개교 이래 최고의 입시 성적을 냈다. 105명의 졸업생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각각 1명씩 합격했고, 20명의 학생은 한국에너지공대, 울산과학기술원 등 이른바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경북대사대부고에서도 IB 과정을 이수한 학생 중 22명(중복 합격 포함)이 수도권 주요 대학에 입학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IB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월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1차 시범지역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에 IB를 도입하고 있는 대구와 제주 외에도 강원, 경북, 전북, 전남 등에서 IB 도입을 예고했다.

‘IB 전도사’로 불리는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을 만나 이름도, 교육 방식도 생소한 IB에 대해 물었다. 서울대에서 교육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 교수로 재직하며 2014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을 출간해 한국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후 2017년부터 IB의 한국어화에 앞장섰으며 대구와 제주 IB 도입에 큰 역할을 했다.

우선 ‘IB 대가’의 설명을 듣기 전 IB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짚고 넘어가자. IB는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연구개발한 국제 인증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IB는 객관식 평가가 아닌 서술형 위주의 교육과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등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둔다. IB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 DP(Diploma Programme)로 나뉜다.

DP는 보고서나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는 평가와 논·서술형으로 치러지는 시험으로 구성돼 있어 수능 준비와는 전혀 다른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현재 DP를 이수한 고등학생이 한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적합하다. 입학사정관이 IB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의 학생부 기록만으로 학생을 평가하게 되는 것.

‌바칼로레아라고 하면 프랑스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 먼저 떠오릅니다.
프랑스 바칼로레아와는 다릅니다. IB는 1968년 스위스에서 만들어졌는데, 유엔 대사나 글로벌 기업 주재원 자녀들이 본국 대입 시험을 준비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전 세계 어떤 대학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 공인 시험을 만들자는 취지로 생겼던 거죠. 그렇게 공신력을 얻기 시작해서 1994년 중학교 프로그램, 1997년 초등학교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어요. 처음엔 영어와 스페인어로 시작됐고, 2002년 독일어, 2013년 일본어까지 확장됐죠.

한국어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요.‌
사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제가 2017년 ‘대한민국의 시험’이라는 책을 출간할 때만 해도 IB는 투자은행으로 인식돼 용어를 풀어서 설명했거든요. 제 책을 보고 당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연락을 주셨고 한국어화를 IB 본부에 제안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무작정 접촉을 하게 됐는데 당시 IB 본부는 중국어화와 아랍어화도 아직 안 돼 있는 상황이라 그보다 훨씬 인구가 적은 한국어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거절이 예상돼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시도를 하고 있었죠. 그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전 세계 뉴스가 이를 다뤘어요. IB는 유엔 대사 자녀를 위해 출발한 것이니만큼 세계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 지점을 어필해서 IB의 한국어화와 평화는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걸 강조해 한국어화 승인을 받았습니다.

옆자리 친구가 아닌 나와의 싸움

2023년 6월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IB 교육이 진행 중인 제주 표선고에 방문했다(왼쪽). 4월 19일 대구시와 대구교육청, 경북대, 대구교육대는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IB 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3년 6월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IB 교육이 진행 중인 제주 표선고에 방문했다(왼쪽). 4월 19일 대구시와 대구교육청, 경북대, 대구교육대는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IB 교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국에서 IB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프로그램인 DP에 쏠린다. 애초 전 세계 유수 대학의 인정을 받는 국제 공인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IB의 목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대입을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는 한국의 특성상 고등학교의 변화가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구심을 품었던 입시 결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IB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DP(고등학교 과정)는 언어(모국어), 외국어, 사회, 과학, 수학, 예술 중 기본 과정 3과목과 심화 과정 3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방식이다. 각 과목 교과 선생님이 학생들의 수업 참여, 프로젝트, 보고서 등에 점수를 매긴다. 여기에 더해 소논문과 지식론, 창의체험 봉사활동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최종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때 논·서술형 문제만 출제된다. 한국 대입을 목표로 두고 IB 교육을 받으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객관식 평가 위주인 수능과 IB 최종 시험은 전혀 다른 형태기 때문에 학생이 수능을 함께 준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IB 학교를 졸업한 경우 대부분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지원한다.

각 국가마다 대입에 적용하는 방식이 다르다고요.
영국이나 홍콩의 경우엔 최종 시험 점수만 제출합니다. 미국은 최종 점수는 반영하지 않는 대신 IB 교육과정에서 받은 선생님들의 평가와 에세이, 활동 등을 보고 평가합니다. 한국 대학은 미국 대학과 유사합니다. 최종 점수는 요구하지 않고, 학생부에 반영된 IB 과목에 대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과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죠. 그래서 대구와 제주에서 IB 교육을 받은 고등학생들은 최종 시험을 보는 경우, 몇 과목만 선택해 시험을 보는 경우, 최종 시험을 보지 않는 경우로 나뉩니다. 최종 시험을 치르는 경우 유학도 고려할 수 있죠. 세 집단 모두 대입 실적은 고르게 좋은 편이고요.

일반고 학생과 비교할 때 학종에서 비교우위가 있나요.
IB 교육을 받은 학생의 경우 세특과 창체 내용이 특별해지죠. IB 교육에서는 과목마다 모든 아이가 자신만의 탐구 보고서를 쓰길 요구해요. 그러면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술될 수밖에 없죠. 그렇게 작성된 학생부 내용을 토대로 각 대학에서 입학 사정을 하게 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IB 교육을 시작해도 문제가 없나요. 초중학교를 거치며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시험에 익숙해져 있을 텐데요.
어떻게 보면 지식과 개념을 집어넣는 교육은 한국이 전 세계 톱입니다. 그런데 IB가 요구하는 비판력과 창의력은 절대로 맨땅에서 나오지 않거든요. 오히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며 얻은 지식을 고등학교 때 꺼내는 훈련을 하는 게 자연스럽죠. 전 세계적으로도 DP, 즉 고등학교 프로그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어느 정도 지식의 양과 깊이가 축적된 상태에서 훨씬 더 고차원적인 사고 역량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어릴 때 IB 교육을 받고 고등학교 때 일반 학교에 가는 것보다 반대의 경우가 학생의 사고 역량을 기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IB 학교의 수업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우선 IB 최종 시험에서 각 과목 만점(7점)을 받는 아이들의 답안지를 살펴봐야 해요. 한국으로 말하면 1등급인 셈이죠. 1등급 답안지는 지식을 늘어놓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관점이 필요하고 그 관점의 근거를 논리정연하게 펼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니 수업 시간은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요. IB가 도입된 경기외고 3학년 국어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었어요. 소설 ‘광장’과 ‘홍길동전’에서 공간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학생들끼리 치열하게 토론하더라고요.

자신의 관점을 드러내는 연습을 하는 거군요.
물론 강의식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각 과목의 기본이 되는 개념을 전달하고 이해해야 하니까요. 그다음부터는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2차함수와 2차방정식을 배운 표선고 학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표선고는 농어촌 지역에 있습니다. 아버지가 농업에 종사하는 한 학생은 2차방정식과 2차함수를 이용해 드론으로 살포하는 농약의 최적정선 높이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썼어요. 이렇게 아이들이 옆에 있는 친구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정한 주제를 얼마나 밀어붙여서 어제의 자기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교육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는 겁니다.

학생에게 오히려 피곤한 일이 아닐까요.
대구에 있는 IB 도입 학교의 경우 IB 반, 수능 반을 선택하게 했어요. 하지만 제주는 모든 학생이 IB 교육을 받았거든요. 처음엔 동기도, 기초학력도 부족한 학생들이 있었죠. 선생님들은 그 아이들에게 자꾸 “네 생각이 뭐냐”고 물어야만 했고요. 처음엔 엄청 힘들어했대요. 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무엇이든 답을 해야만 했고, 그렇게 자신만의 답이 시작되면 선생님이 그걸 다시 발전시켜주는 과정을 이어나갔죠. 이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이 점차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대요. 답안지 관점에서 문제를 맞히고 틀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그걸 해결하는 과정이니까요. 한 학부모는 대학을 잘 가고 못 가고를 떠나서 무기력했던 사춘기 아이가 학교 가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에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자기 생각을 다듬는 교육은 대학에 가서 해도 괜찮지 않나요.
설명한 것처럼 IB는 집어넣는 공부보다 꺼내는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많은 분이 착각하시는 게, 집어넣을 때가 있고 꺼낼 때의 타이밍이 다르다고 생각하시죠. 그러니 지식에도 위계 의식이 생겨서 석사생은 학부생을 무시하고 박사생은 석사생을 무시합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요(웃음). 하지만 사실 교육은 모든 과정에서 지식을 쌓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게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IB 도입 없이 한국 교육 내부에서 서서히 바꿔나가면 안 되나요.
실제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인재상과 핵심 역량은 IB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유사해요. 창의적 사고 역량, 협력적 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이죠. 다만 한국에서는 그게 내신과 수능에는 반영이 안 된다는 게 문제죠. 영어 교육과정에서는 말하기와 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수능 1등급을 받는다고 영어 회화를 잘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IB 도입은 생뚱맞은 외국 교육과정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우리 교육과정의 목표를 더 충실히 수행하게끔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상위권 사교육 무의미한 IB

IB 도입에 대한 우호적인 의견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정성 평가로 이뤄지는 IB 제도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많고, 새로운 방식의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든 평가가 정성 평가로 이뤄집니다.
IB는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가 함께 이뤄집니다. 외부 평가인 최종 시험의 경우 답안지를 일반 채점관에게 10개씩 배분해 채점을 합니다. 그중 하나는 시니어 채점관이 이미 채점을 마친 답안지예요. 만약 일반 채점관과 시니어 채점관의 점수가 크게 차이 난다면 그 일반 채점관은 자동적으로 채점에서 배제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위계 서열이 있는 채점관끼리의 교차 검증을 통해 정성 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내부 평가는 어떻게 관리되나요.
학내에서 각 선생님이 학생의 프로젝트나 리포트 등에 점수를 매기는 내부 평가의 경우에는 중앙 채점 센터에서 샘플을 다시 확인합니다. 만약 성적 부풀리기가 돼 있는 경우엔 학교 전체의 점수를 깎습니다. 이렇게 조정 방식을 거쳐 전 세계 교사들의 채점 방식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 세계 유수의 대학이 IB의 공정성을 신뢰하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교사 개인의 주관성을 다른 교사의 집단지성으로 교차 검증해서 신뢰성을 만들어내는 거죠.

IB 교육에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나요. 회비 명목의 비용이 드는데요.
한 고등학교당 IB 본부에 연간 1만2000달러(약 1600만 원)의 회비를 냅니다. 개별 학생이 아닌 학교가 부담하는 금액입니다. 또 이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로열티 명목이 아니라 IB 교육에 필요한 리소스에 접근하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그러니까 개별 선생님이 IB에 적응하고 나서는 내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혁신학교에 들어가는 지원비가 몇천만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연회비 정도는 감당할 만한 수준입니다.

IB 학원이 벌써 대치동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있는 IB 학원은 국제학교 IB 프로그램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위한 학원이에요. 아직 국내 공교육에 도입된 IB 학생들을 목표로 하는 학원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국내에 IB 학교가 더 많이 생기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IB 교육을 적용한 제주도와 상하이 국제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분석을 한 적이 있어요.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사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환경에 속해 있죠. 기본적으로 한국 교육 제도하에서는 사교육에 시간과 돈을 쓸수록 내신과 수능에서 점수가 높아져요. 하지만 반대로 IB 교육에서는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덜 받고 성적이 낮을수록 사교육을 더 받아요. 밑바탕이 되는 기초 지식이 부족한 경우 과외나 학원을 이용하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찾고 그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경우에는 학생에게 피드백을 계속 줘왔던 담당 교사의 피드백이 훨씬 중요합니다. 대치동 일타강사가 무의미해지는 거죠. 그래서 IB는 사교육 근절책은 아닐 수 있으나 IB가 도입되면 사교육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봐요.

어떤 학생들에게 IB 학교 진학을 추천하나요.
문제 풀이식 공부에 숨 막힘을 느꼈던 학생이 IB 교육을 받으면 눈빛이 달라질 거예요. 숨통이 트이는 거죠. 아이가 학교에서 질문을 많이 하거나 호기심이 강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진도를 나가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아이들이 IB 학교에 진학하면 날개를 달게 될 겁니다.

이 소장은 “한국식 교육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국가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는 상위권 학생들이 IB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마차에서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라고 봐요. 이럴 때 더 나은 마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구한말 사람들도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21만 명이 과거를 치렀고요. 하지만 메이지유신으로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그 이후로 1세기 이상 아시아를 선도했잖아요. 국가 전체의 전략으로 볼 때 교육 전환기에 타이밍이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 결정권자들이 빨리 결정을 내려서 10∼15년 안에 한국 교육 전체의 패러다임이 서서히 바뀌도록 계획을 짰으면 좋겠습니다.”

왜 바뀌어야 하나요.
최근 교육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하면서 수능 문제를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풀게 했어요. 100점 만점에 가까스로 평균 50점을 넘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학생들 중에도 수능 영어를 다 맞힌 학생이 없었고요. 각 분야의 대가들도 시간 내 풀지 못하는 수능 교육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학생들에게도 이걸 강요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죠. 사실 한국의 교육과정과 교원, 학생들의 수준은 훌륭합니다. 문제는 교육의 목적이 수능과 내신으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거죠. 학생들도 전력 질주를 하고 있는데, 그게 잘못된 방향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IB 도입의 장기적 목적은 무엇인가요.
IB 자체를 그대로 모든 학교에 도입하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IB 도입이 한국의 수능과 내신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서서히 바꿔나갈 수 있다고 봐요. 그 시기가 되면 코리안 바칼로레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금은 그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단계죠.


#이혜정 #IB #국제바칼로레아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뉴스1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