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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文tech

회사에서 기른 채소로 샐러드 만들어 먹었다

문영훈 기자

2022. 07. 14

‘반려 식물’이 대세라는데 ‘똥손’은 어떡하지.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수요가 제품을 만든다. 배양액만 넣어주면 식물이 알아서 큰다는 가정용 스마트팜 ‘교원 웰스팜 미니’를 2주간 사용해봤다.

2주간 회사에서 기른 채소(아래)로 샐러드(위)를 만들어 먹었다.

2주간 회사에서 기른 채소(아래)로 샐러드(위)를 만들어 먹었다.

‘반려 식물’에 이어 ‘식(植)집사’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까지. 이종 교배로 탄생한 단어가 익숙한 요즘이다. 기자는 회사에서 9개의 봉오리가 솟아난 스투키 화분 하나를 키우고 있다. 본래 출생이 건조한 아프리카 동부라 척박한 환경(회사)에서도 무리 없이 살아 있는 녀석. 월에 한 번 돌아오는 마감 때마다 물을 줘야 하는데 조금 늦어지면 괜스레 미안해진다. 수분을 공급해줄 때면 나도 함께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식집사의 마음일까. 스투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기자는 멀쩡한 물건도 쉽게 망가뜨리는 질병을 앓고 있다. 마침 “(식물을) 꽂아두기면 하면 알아서 자라는 가정용 스마트팜”이라는 문구로 광고하는 ‘교원 웰스팜 미니’(웰스팜 미니)가 눈에 띄었다.

2017년 교원은 야심 차게 가정용 스마트팜, ‘교원 웰스팜’을 출시했다. 당시는 ‘홈 가드닝’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을 때라 출시 후 2년간 판매량은 시원찮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어나며 현재 누적 판매량이 5만 대를 넘어섰다고. 웰스팜 미니는 기존 크기를 줄여 4월 출시한 제품이다. 가로세로 길이가 모두 40㎝ 이내라 회사에 두기도 적당하다. 회사에서 채소를 길러 샐러드를 만들어 먹겠다는 목표 아래 2주간 웰스팜 미니를 대여했다.

말 없는 상추에게 말 걸다

“일주일에 한 번, 배양액만 잘 넣어주시면 돼요.”

웰스팜 미니를 구입하면 전문 엔지니어가 모종을 들고 등장한다. 모종은 총 4종류로 △적소렐 △먹치마상추 △청경채 △청치마상추가 있다. 계절에 맞춰 종류가 달라진다.

회사로 도착한 모종은 적소렐과 청치마상추 각각 3개씩이다. 경기 파주시 웰스 스마트팜 팩토리에서 7~8㎝ 내외로 직접 재배해 고객에게 배달한다. 엔지니어가 모종을 간단히 기기에 안착시켰다. 그 이후에 사실 특별히 할 일은 없다. 일주일에 한 번 2종류의 배양액을 물에 넣기만 하면 알아서 잘 자란다. 물은 배양액을 넣을 때 함께 보충해주면 된다. 10℃ 이하나 30℃ 이상의 물을 넣으면 뿌리가 상할 수 있다. 미지근한 수돗물이 제격이다. 기기 천장에 있는 발광다이오드(LED)가 알아서 12시간마다 꺼졌다 켜지며 햇빛 역할을 대신한다. 모종을 들고 온 기사님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 강낭콩을 키우며 관찰 일기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엔 기기를 회의실에 뒀다가 책상 옆으로 옮겼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지나가는 회사 동료들은 “이게 뭐야?” “이건 무슨 종류야?” 한마디씩 얹었다. 가장 중요한 질문도 있었다. “이거 얼마야?”

웰스팜 미니는 3년 구독 후 반납하는 조건으로 한 달 구독료 2만2900원, 인수하는 조건으로는 2만9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기기뿐 아니라 두 달에 한 번씩 제공되는 모종도 포함된 가격이다. 한 회사 선배는 구독료를 들은 뒤 “한 달에 2만2000원대를 내느니, 그 돈으로 상추를 사 먹겠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이른 더위로 아무리 상추가 ‘금추’가 됐다지만 채소를 길러 ‘뽕을 뽑겠다’고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웰스팜 미니는 인테리어 기능을 겸하고 있다. 흰색 유선형 디자인은 SF영화에 등장할 것처럼 매끈하다. 우주선에서 인류의 자원을 후손에 남기고자 만든 식물 재배기 같다고나 할까. 발광다이오드는 2단계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은은한 조명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또 다른 기능도 있다. 회사 일에 지칠 때 가끔 식물을 쳐다봤다. ‘풀멍’이라고 해야 하나. 가끔 대화도 나눴다. 영화 ‘중경삼림’에서 양조위는 물에 젖어 뒹구는 수건에게 “왜 축 처져 있냐”고 육성으로 말을 건다. 그런 이상 증세까지는 아니었지만 속으로 ‘많이 컸네’ 하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묵묵부답이었지만 파릇파릇한 채소를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즐겁다. 어릴 적 어머니가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면서 그런 말을 하곤 했다.

“말 못 하는 식물이 너희(나와 내 동생)보다 더 예쁘네.”

2주 만에 상추와 정들다

교원 웰스팜 미니 본체. 6월 3일 심은 모종①은 6월 17일② 두 배 크기로 훌쩍 자랐다.

교원 웰스팜 미니 본체. 6월 3일 심은 모종①은 6월 17일② 두 배 크기로 훌쩍 자랐다.

아무리 스마트팜이라지만 건조하고 팍팍한 회사 공기를 식물들이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2주간 적소렐과 청치마상추는 무럭무럭 커 모종의 두 배에 달하는 크기가 됐다. 간혹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진 이파리들도 관찰됐다. 교원 관계자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솎아줘야 모종이 더 잘 자랄 수 있다고 한다.

7월호 마감이 4일 남은 시점, 지겨운 구내식당 밥 대신 직접 키운 채소로 샐러드를 해 먹기로 했다. 겨우 2주인데, 정이 들었는지 이파리를 뜯는 데 주저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확할 때 다음을 위해 일정량의 잎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웰스팜 미니에서 길러진 채소는 믿을 수 있는 유기농이라, 세척 없이 먹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오픈형인 기기 구조상 먼지가 묻었을 수 있으므로 간단히 물로 세척했다. 잎을 하나하나 모으니 지름이 한 뼘 정도 되는 접시에 보기 좋게 꽉 차는 수준. 1~2인분 분량이다. 편의점에서 산 닭 가슴살과 삶은 달걀, 치즈, 방울토마토를 올리고 발사믹드레싱을 둘렀다(어쩐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다). 청치마상추는 잎이 연하고 부드러웠다. 적소렐은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살아 있다.

웰스팜 미니는 식집사를 꿈꾸지만 내 몸 하나 챙기기 바쁜 1인 가구에게 적합해 보인다. 퇴근 후 직접 재배한 채소를 뜯어 요리에 가니시로 쓰거나, 고기를 구워 쌈을 싸 먹으면 뿌듯함이 배가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자 한다면 최대 12개 모종을 꽂을 수 있는 웰스팜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반려식물 #플랜테리어 #여성동아


문(文)영훈. 3년 차 잡지 기자. 기사를 쓰면서 이야깃거리를 얻고 일상 속에서 기삿거리를 찾는다. 요즘 꽂힌 건 테크.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가” 싶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기술에 매료된다.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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