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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나눔 체험

계효순 주부의 양로원 봉사

기획·강현숙 /구술정리·이수향‘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프리랜서’

2006. 02. 10

올해로 5년째 양로원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주부 계효순씨(48).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보살피며 삶의 기쁨을 느낀다는 그가 들려주는 봉사활동 체험기.

계효순 주부의 양로원 봉사

오늘은 양로원 봉사가 있는 날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청운양로원. 5년 전 지인의 소개로 이곳과 인연을 맺은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곳을 방문, 어르신들의 수발을 들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60여 명의 할머니들은 가족의 부양을 받지 못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다. 오갈 데 없는 할머니들에게 무료로 주거와 급식, 편의시설 등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나 같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과 후원이 절실하다.
양로원에서 내가 하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배식하기, 식사 도와드리기, 방 정리 및 청소, 옷 입혀드리기, 목욕시켜드리기, 머리 빗겨드리기 등 노인들의 수발 드는 일을 모두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노환으로 인해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분이 많아 세세하게 챙겨드려야 한다.
오늘은 할머니들에게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발마사지 봉사’가 있는 날이다. 점심식사를 마치신 할머니들이 하나 둘 마사지실로 모여든다.
“할머니, 편하게 누우세요.” 유난히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를 침대 위로 부축해 눕혀드린다. 발에 크림과 윤활제를 바르고 발마사지를 시작하자 할머니는 더없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이번 주 내내 혈액순환이 안돼서 발이 저리고 걸음이 불편했다는 할머니는 연신 “고마워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하신다.
발마사지는 간단한 기술과 요령을 배우는 강의를 들은 봉사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데 한 사람당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자원봉사자 두 명이 15분씩 나눠서 하지만 5~6명의 할머니들을 마사지하고 나면 팔과 어깨가 저리면서 힘이 드는 게 사실. 하지만 시원해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힘든 것도 싹 잊어버리게 된다.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는 목욕봉사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몸을 일일이 씻겨드리고 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지금이야 익숙해져 조금 수월해졌지만 봉사 초기만 해도 목욕탕에서 나올 때 앞이 캄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건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 때문이다. 가슴속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그 ‘따뜻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발마사지를 마치고 나는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3층으로 올라갔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서다. “엄마!”라고 부르며 방에 들어서자, 여든의 노인이 활짝 웃는 얼굴로 두 팔을 벌리며 다가와 나를 얼싸안는다.
계효순 주부의 양로원 봉사


이북 출신인 김영복 할머니 (80·가명).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후로 더없이 다정한 모녀관계로 지내고 있는 분이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병환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이분에게 나는 유독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다. 방문할 때마다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얼굴을 부비고, 입을 맞추는 우리를 보며 주변 할머니들은 “엄마만 챙기냐?”라는 핀잔을 주기 일쑤. 어떤 분들은 “니 엄마만 챙기지 말고 나도 좀 안아줘”라고 말씀하시며 스스로 안겨오기도 하신다.
어머니처럼 따뜻한 할머니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벌써 4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내가 나갈 채비를 하자 할머니들의 얼굴에 서운함이 묻어난다. 며칠마다 한 번씩 보는데도 뭐가 그리 아쉬운지 내 손을 잡고 도무지 놓질 않는다.
봉사를 다녀온 날이면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이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얼굴에 화색이 가득 도네”라며 한마디씩 던진다. 봉사의 즐거움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오늘 있었던 자잘하고 행복한 일들에 대해 얘기해줘야겠다. 남편과 아이들은 왜 사서 고생이냐며 핀잔을 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들어줄 것이다.

양로원 봉사 여기서도 할 수 있어요
양로원에서는 ‘사랑의 손길’을 늘 필요로 한다. 노인에 대한 사랑과 봉사정신이 있는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 청운양로원 서울시 종로구 구기동 02-379-9232
▼ 기쁨의집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 내동 032-677-5995
▼ 구세군과천양로원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02-502-2015
▼ 엘림양로원 경기도 시흥시 도창동 031-315-6227
▼ 신애원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묵리 031-333-2515
▼ 시온의집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3리 031-576-5391
▼ 인천영락원 인천 연수구 동춘1동 032-832-0546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real1life@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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