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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우먼동아일보

2015. 07. 30

배우는 두 개의 심장을 지니고 산다. 본연의 자아와 작품 속 자아. 그동안 줄곧 ‘착한 캐릭터’를 도맡아오던 배우 이태란 역시 요즘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두 자아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메탈 포인트 롱 드레스 에스카다. 보디 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볼드 이어링 블랙뮤즈. 골드체인 브레이슬릿 프란시스케이. 스트랩 슈즈 모노바비.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설칠이, ‘왕가네 식구들’ 호박이, ‘결혼의 여신 ’ 혜정이의 공통점은? 모두 이태란(40)이 연기한, 가난한 배경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힘으로 삶을 일궈나간 자수성가형 여성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여자를 울려’ 속 이태란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외모에 불같은 성격, 앞뒤 가리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게다가 많은 여자들의 ‘워너비’로 군림하는 여배우 ‘최홍란’을 연기 중이다. 재벌가로 시집갔지만 한평생 ‘형수바라기’인 남편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쳐서 더욱 집안의 골칫덩어리를 자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줄곧 따뜻한 심성을 지닌 인물을 연기해온 이태란에게 이번 변신은 파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 역시 처음에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홍란의 ‘독한’ 캐릭터를 즐기고 있다.

“저도 점점 홍란이처럼 변해가는 것 같아요(웃음). 내지르는 연기 덕분에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아요. 보통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홍란이는 그런 거 없어요. 막강한 파워를 지닌 시부모님 앞에서도 막말을 서슴지 않는 등 제멋대로죠. 진짜 저라면 평생 할 수 없는 일들을 홍란이 덕분에 해보는 게 나쁘지 않네요. 하하.”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 보면 홍란에 대한 연민도 충분히 느껴진다. 20년 넘게 살얼음판과 같은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온 홍란이 안쓰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태란은 “홍란이기에 여태 버티고 사는 것 같다. 나라면 아휴~ 처음부터 결혼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대본을 외우다 잘 안 외워진다 싶으면 “문어체”라며 괜히 작가를 탓하고, 동서 간인 하희라와의 말싸움에서 져 씩씩대는 모습 등 귀여운 허당기도 감지된다. 또 잘나가는 여배우라는 설정만큼 이태란의 화려한 스타일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플라워 자수 드레스 에스카다. 왼손 중지와 약지에 착용한 링 스와로브스키. 오른손 검지에 착용한 골드링 프란시스케이.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드레이핑 블라우스 디체카엑by디누에. 슬릿 롱 스커트 데무. 드롭 이어링 케이트앤켈리. 레이어드 링 로즈인러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아이라인과 립스틱을 진하게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풀 메이크업에 립스틱만 바르지 않고 리허설을 했는데 오대규 선배님이 ‘화장 안 했네?’라고 해서 충격 받았죠(웃음). 사실 평소에는 색조 화장을 전혀 안 해요. 옷도 심플하고 편안한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반면에 홍란이는 집에서도 멋스럽게 다 차려입고 있잖아요.



그 모습이 조금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데, 홍란이니까 가능하다고 봐요(웃음). 최대한 화려하고 감각적으로 보이려고 촬영 전부터 스타일리스트와 머리를 맞대고 연구도 많이 했어요.”

어느덧 연기 경력 19년 차에 접어든 이태란은 변신에 대한 욕심보다는 능동적으로 연기를 대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다. “배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어떤 색깔의 옷을 입혀놔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베테랑 연기자의 아우라가 보이는 듯했다.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메탈릭 셔츠 씨호린. 비대칭 이어링 스와로브스키, 골드 브레이슬릿 파사빈티.


결혼 2년 차, 내 몸에 흐르는 현모양처의 피를 느낀다
극 중 남편과 심한 갈등을 겪는 홍란과 달리 실제 이태란은 신혼 2년 차 행복한 아내다. 지난해 3월, 동갑내기 벤처 사업가와 웨딩마치를 울린 그는 남편을 “과묵하지만 책임감 강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조용히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최근에는 목공예에 빠져 인터넷으로 독학해 가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태란은 “둘 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남편이 가구를 만들 때면 덩달아 신이 난다”며 웃었다. 결혼 후 가장 큰 변화는 아침마다 누군가를 위한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 “싱글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웃던 그는 “나도 모르는 현모양처의 피가 흐르는가 보다. 예전에 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걸 어느새 남편에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를 울려’는 결혼 후 첫 드라마 복귀작으로, 요즘 같은 때도 이태란은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 선식이나 과일 등 간단한 식사거리를 챙겨 놓고 촬영장에 나온다고 한다.

“살림에 소질이 있거나 즐기는 편은 아닌데, 결혼하니까 아침밥에 대한 의무감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저도 일을 하니까 남편도 큰 걸 바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누구든 시간이 되는 사람이 청소도 하고 요리도 하고 그래요.” 결혼 후 달라진 또 한 가지는 혼자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싱글일 때는 언제라도 마음 내키면 혼자 가방 하나 둘러메고 여행을 떠났지만 요즘은 혼자만의 여행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그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긴장감에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할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성격이 예민한 편이라 수시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려 애쓴다.

“낯선 상황에 놓이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면 긴장을 많이 해요. 카메라 앞에서도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가 많아요(웃음). 어떤 사람들은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쇼핑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는데 저는 차분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요. 한마디로 재미없는 스타일이죠(웃음). 집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향초를 피워놓고 멍하니 있는 게 최고의 휴식인 거 같아요.”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레더 포인트 블라우스 로앤디누아. 와이드 팬츠 발렌시아. 이어링 블랙뮤즈.


이태란 ‘눈 딱 감고’ FACE OFF

컷 아웃된 비즈 드레스 기라로쉬. 크리스털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레이슬릿 로즈인러브.


아직 가보지 않은 ‘엄마’라는 길 일도 육아도 잘해내고 싶어
치열했던 30대를 지나 흔히 여자 인생의 황금기라 불리는 40대에 접어든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자주 한다. 배우로서 걸어가야 할 길과 아내 혹은 미래의 엄마로서 가야 할 길이 조금은 다르다는 걸 그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두 가지 역할 모두 잘해내고 싶다는 것.

“완벽할 순 없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저는 일을 해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이에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엄마가 된다면 육아를 통해 또 다른 활력을 얻지 않을까 내심 기대돼요. 물론 조카들을 보면서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체력. 지금껏 몸무게 변화 없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이태란은 오래전부터 요가를 즐기고 있다. 단, “단순해서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면 하던 운동도 멈추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한다.

“대신 그럴 땐 일상생활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해요. 칼로리 조절도 하지만,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 먹어요. 밥을 안 먹으면 대사를 할 때 기운이 달려서 힘들더라고요(웃음). 좀 이따가도 야외 촬영이 있는데, 땀이 많은 체질이라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올여름 ‘홍란이’로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제겐 아주 의미 있는 시간들이에요. 다음엔 더욱 열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어요(웃음).”



글 · 김유림 기자 | 진행 · 안미은 기자 | 사진 · 안지섭(AB studio) | 헤어 · 공민(에이컨셉) | 메이크업 · 황란수(에이컨셉) | 스타일리스트 · 홍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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