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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독일

생각이 쑥쑥 자라는 ‘작은 과학자의 집’

글&사진·김지숙 독일 통신원

2013. 09. 02

경제대국 독일을 떠받치는 힘은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다. 그 바탕에는 과학 분야의 뛰어난 연구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작은 과학자의 집’을 보면 독일이 과학 인재를 키우는 방법과 철학을 알 수 있다.

생각이 쑥쑥 자라는 ‘작은 과학자의 집’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딸 서연이가 며칠 전 A4 크기 종이 한 장을 들고 “엄마, 우리 이거 같이 해봐요”라고 외치며 뛰어 들어왔다. 그날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실험을 했는데 정말 재미있고 신기하더라는 것이었다. 재료도 아주 간단해서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물과 각설탕을 준비해 설탕이 물에 녹는 과정을 살펴보고 물의 양과 설탕의 양이 녹는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키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아이와 실험을 하면서 ‘우리도 유치원 시절부터 이렇게 재미있게 배웠더라면 화학이나 물리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서연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작은 과학자의 집’이라는 과학교육재단에 등록돼 그곳에서 매달 교육 커리큘럼을 받고 있었다.
‘작은 과학자의 집’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수학과 과학 기초 교육을 위해 2006년 베를린에 세워진 재단이다. 이 재단의 설립 목적은 다음 3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첫째 부모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둘째 자연과학과 수학 분야에 약한 여학생들에게 흥미를 일깨워주며, 셋째 궁극적으로는 유수한 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키울 밑거름을 쌓는 것이다. 독일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낮은 출산율과 이공계의 인기 하락으로 기업들이 우수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멘스나 독일 텔레콤 같은 기업들이 작은 과학자의 집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디트마 홉(소프트웨어 업체 SAP 창립자) 장학재단과 헬름홀츠(물리학자)협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작은 과학자의 집 재단은 커리큘럼을 작성할 때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학자, 연구소와 공동으로 아이들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소수의 학교나 유치원에서 테스트를 거쳐 전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급한다. 연방 교육부는 많은 학교와 유치원에 프로그램이 보급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있다.

생각이 쑥쑥 자라는 ‘작은 과학자의 집’

1‘작은 과학자의 집’ 프로그램을 토대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실험하는 모습. 사진 토마스 에른스트 제공. 2 아이들이 스파게티면과 마시멜로를 이용해 만든 다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물건으로 과학 실험하며 재미있게 원리 익혀
얼마 전 취재를 위해 베를린 북쪽 프렌첼라우어 베르크 구에 있는 호머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 학교도 작은 과학자의 집에 등록된 실험학교인데, 이곳에선 재단에서 개발한 새로운 실험을 테스트하는 중이었다.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이날 실험 내용은 스파게티면과 마시멜로를 이용한 다리 만들기. 작은 과학자의 집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벤 아마라 씨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재료로 삼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다시 실험을 해보기도 쉽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 속에 수학과 과학의 원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날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하면 균형 잡힌 튼튼한 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였다. 부러지기 쉬운 스파게티면과 말랑말랑한 마시멜로를 갖고 다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한 시간 정도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던 아이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형태의 다리를 만들었다. 그중에는 금방 쓰러질 것 같은 다리도 있었는데 교사는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결과적으로 아이들 중 어느 누구도 똑같은 다리를 만들지 않았고, 그 다리들은 아주 튼튼해 보였다.

김지숙 씨는…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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