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혼내는 부모의 마음은 혼낼 때도, 혼을 내고 나서도 편하지 않다. 엄하게 혼내도 잠시뿐인 것 같고, ‘내가 너무 심했나’ 후회하기 일쑤다. 특히 요즘은 아이 기죽일까 봐 훈육을 망설이는 부모들도 많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뛰거나 장난치는 아이를 내버려둬 아예 영유아·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이 늘고 있을 정도다. 노 키즈 존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부모교육 전문가 임영주 박사는 노 키즈 존 논란에 대해 “아이들은 원래 활동성이 있다. 새로운 곳에 가면 눈이 반짝인다. 그런데 어른처럼 ‘해도 될까? 안 될까?’의 기준이 없어 문제가 생기는 것이므로 그 기준을 알려주면 된다”고 해답을 제시한다. 결국 훈육은 아이를 혼내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최근 훈육서 ‘단호한 부모가 단단한 아이를 만듭니다’를 펴낸 임영주 박사를 만났다. 임 박사는 30여 년 동안 강연과 상담, 책을 통해 육아와 훈육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과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는 부모교육 전문가다. ‘EBS 부모’와 KBS ‘아침마당’,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등의 방송으로도 유명하다.
‘단호한 부모’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단호하면 아이가 상처 입지 않을까’ ‘자존감 육아에 반대되는 건 아닐까’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호함은 화풀이도 아니고 아이에게 상처 주는 일도,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일도 아닙니다. 아이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해서는 반드시 단호하게 훈육해야 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훈육은 굉장히 약해졌어요. 예전에는 훈육이 학교, 가정, 사회 세 방향에서 이뤄지면서 아이들이 어른의 눈치를 봤거든요. 지금은 유일하게 남은 곳이 가정이에요. 훈육은 육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단호함이 빠지면 아이들의 안전선이 지켜지지 않아요.
그럼 처음부터 단호하게 말해야 하나요. 아니면 점점 강도를 높여가나요.
만약 아이가 지금 높은 곳에 올라간다고 가정해볼까요? 바로 말려야겠죠. 행동을 제지당한 아이가 막 몸부림을 칠 수도 있어요. 그렇더라도 어깨를 지그시 잡아 안정시킨 다음 설명보단 바로 “안 돼”라고 얘기해주세요. 이때의 “안 돼”는 금지어가 아니라 아이를 지켜주는 말이에요. 훈육의 언어는 짧고 단호해야 합니다. 다만 아이가 어리다면 부모의 목소리 톤이 높거나, 말이 빠르고 양이 많으면 받아들이기가 어렵거든요. 과장법도 쓰지 마세요. 그냥 “위험해”라고 팩트만 얘기하면서 “저런 높은 곳은 올라가면 안 돼. 그건 사회적 약속이야”라고도 짚어줘야 합니다.
따뜻한 공감과 단호한 훈육 사이 균형 찾기
너무 단호하면 아이가 부모를 무서워하고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까요.아이로서는 항상 친절하고 따뜻했던 엄마, 아빠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그 자체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걸 통해서 아이는 ‘내가 원해도, 안 되는 걸 하면 안 되는구나’를 배웁니다. 이게 바로 조절력이고 절제력이에요. 물론 유아기 아이한테 조절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말해줘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반복하는 시기니까요.
같은 내용의 훈육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요.
전두엽이 발달 중인 시기의 아이들은 욕구가 넘치는 존재예요. 부모한테 배운 것을 오래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 화가 난 부모들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엄마가 몇 번 말했어?”라고 부모도 기억하지 못하는 횟수를 아이한테 물어보잖아요. 한두 번 말해서 안 들으면 부모들은 ‘아이가 나를 무시하나?’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는데, 아이는 단지 하고 싶은 욕구가 앞서는 것뿐이에요. 영유아기부터 사춘기 자녀에 이르기까지 아이의 발달 단계를 이해하면 부모도 불필요한 감정적 언어를 안 쓰게 될 겁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참다 보면 욱하고, 욱하면 미안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화는 내세요. 대신 어떻게 화낼 것인가를 생각하고 내야죠. 웃으면서 “이러면 될까요?” 물어보면 아이는 생각을 묻는 건지 헷갈려요.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해야 아이가 직감적으로 ‘이건 안 되는구나. 내가 잘못했구나’를 알아차려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마구 소리 지르면 그건 분풀이예요. 그래서 저는 상담하러 오는 분들에게 평소 온화하고 친절한 표정과 말투를 쓰라고 강조해요. 정서적 저축을 많이 해놓은 부모는 언성을 높이지 않고 표정만 바꾸어도 아이가 부모 말에 집중하거든요. 이런 경험이 쌓인다면 아이는 ‘엄마, 아빠가 이렇게 말씀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 사춘기 훈육도 가능해져요.
정서적인 저축을 해놓으란 의미는 아이를 공감해주라는 건가요.
훈육하면서 공감을 얘기 안 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요즘 ‘공감병’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 중에도 공감받고 싶어 하고, 공감을 받지 못하면 상처 입곤 해요. 이는 공감에 대해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은 ‘그럴 수 있겠다’예요. ‘네 행동이 옳다’의 의미까지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숙제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공감을 먼저 해줘야 하는지, 훈육해야 하는지 고민이라면 “숙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알겠어”까지가 해줘야 할 공감입니다.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부정하지는 말라는 거죠. 인정한 다음에 “하기 싫은 마음이 나쁜 마음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해”라고 말해주세요. 뒤에 “한 번도 네가 스스로 하는 걸 못 봤어” 같은 비난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훈육할 때 “너를 믿은 내가 잘못이지” 같은 부모의 자조하는 말투가 가장 최악이다.
아이의 ‘참기’는 자기 조절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고, 부모의 참기는 인내심이에요. 서로 참는 이유가 다른 건 당연합니다. 아이와 어른의 능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 하는 일에 불만족스러울 때가 많죠. 그런데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아이의 모든 행동이 느리고 꾀부리는 걸로 보여요. 그러면 “역시 제대로 안 하네. 믿은 내가 잘못이지” 이런 말을 하게 되거든요. 저는 부모의 자조하는 말투가 가장 최악의 말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왜 자조하는 말투가 가장 최악인가요.
저는 이제 자녀를 다 키웠어요. 선배 엄마이자 전문가로서 얘기를 드리면, 부모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는 말투가 있어요. “내가 너한테 뭘 기대하겠니” “됐어.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이런 말에는 육아 전체를 부정하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물론 비난, 명령조, 위협적인 말도 다 하면 안 됩니다만 자조하는 말투는 그중에서도 정말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뒤돌아서면서 한숨 푹 내쉬는 행동 많이들 하시죠? 그 한숨에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 대한 폭력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초4병’에 달린 아이와의 평생 관계
때에 따라선 바로 훈육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요.아이를 키울 때 ‘Here and Now’가 중요해요. 칭찬도 훈육도 ‘여기에서, 지금’이라는 건데, 지금 못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많은 부모가 “집에 가서 얘기하자”라고 해요. 식당이라면 “네가 계속 그렇게 하면 식사를 할 수 없어. 집에 가야 해” 이런 식으로 하고요. 이렇게 얘기했다면 집에 가서 반드시 대화해야 해요. 아이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식사를 중단하고 집에 가야 하고요. 그러면 아이는 ‘우리 부모님은 한다면 하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부모의 말을 신뢰하게 됩니다. 이 신뢰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말이 이루어질 거란 두려움이 포함돼 있어요. 과거를 끄집어내서 “너 옛날에 그랬잖아”라고 혼내는 것과는 다른 얘기입니다.
훈육하다가 아이가 울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의 반응에 흔들리면 안 됩니다. 처음에는 지켜만 보고, “다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해주세요. 절대로 울음을 꾸짖지 마세요. “울긴 왜 울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했다고. 너는 매번 그런 식이야. 봐줬더니 또 그러잖아” 이런 말은 아이를 비난한 거예요. 그리고 훈육은 관계의 재정립이기도 해요. 감정이 격해진 아이를 안아주면서 “엄마가 널 사랑해.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얘기한 거야” 또는 “네가 잘 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거야”라고 안심시켜주세요. 그래야 아이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구나’를 느낍니다.
우는 것도 그나마 어릴 때 울죠. 사춘기가 되면 말대꾸하고 아예 듣지도 않는걸요.
몇 년 전부터 ‘중2병’보다 앞당겨진 ‘초4병’이 생겼어요. 사춘기가 빨리 오고 더 길어졌죠. 사춘기 훈육은 10세까지의 훈육하고는 굉장히 다릅니다. 10세까지는 아이가 뭘 모른다는 전제로 접근해 가르쳐주는 거예요. 반면 사춘기는 아이가 다 알고 있다는 걸 전제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깨워줘야 합니다. 자아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뇌에서는 혁명이 일어나는 시기라, 무슨 얘기를 하면 ‘내 영역을 침범하는구나. 나를 지켜야 해’라고 받아들여요. “네가 잘 알 거라 믿어. 그런데 잘 안될 때도 있어. 다시 한번 엄마가 알려줄게”라고 말해보세요. 아이와 평생의 관계가 이때 결정됩니다. 많은 시니어 부모님이 “이때 별것도 아닌 걸로 아이를 잡았구나. 돌아가고 싶다”며 정말 후회해요.
만약 지적해야 할 부분이 눈에 계속 보이면 어떡하나요.
굵직한 걸 잘 판단해 한 7가지 정도는 그냥 넘어가주세요. 대화할 때도 “그래, 네 방이니까 영역 침범 안 할게. 하지만 세탁물은 가져다 놔. 그럼 엄마가 네 방에 덜 들어가겠지?” 이렇게 합리적으로 나가야지, “알아서 한다며? 이게 잘하는 거야?” 이러면 따지는 거예요. 특히 “엄마가 금요일마다 네 방에 들어와서 가져갈까? 아니면 네가 가져다줄래?” 하면서 선택권을 주세요. 또 진짜로 했을 때는 “멋지다”라고 칭찬을 해주고요. 아이로 하여금 ‘내가 이렇게 하니까 부모님이 좋아하네’를 느끼게 해주는 겁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줘. 엄마가 이 시기를 지난 지 오래되다 보니 그때 기억이 잘 안 나네”라고 인간적으로 고백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새 학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아이들이 평소보다 예민해지는데, 이럴 때 훈육할 일이 생기면요.
아이가 신입생이 되는 경우가 있고, 새 학년에 올라가는 경우가 있죠. 두 경우 모두 긴장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때는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잘 지켜봐야 해요.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잘 파악하고 발달 상황을 잘 아는 부모가 아이에게 알맞은 훈육을 할 수 있어요. 만약 적응을 못 한다면 “다른 애들은 다 잘 가는데 너는 왜 그래?” 같은 말로 닦달하지 마세요. 이 시기는 훈육할 때가 아닙니다. 등원이나 등교에 부담이 없게 해주는 물리적인 조건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다 같이 불 끄고 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전날 미리 준비물을 챙겨놓으세요. 아침 식사도 간단히 하고요. 아이를 혼낼 일이 적게끔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해요.
잔소리는 그만! 하기 싫은 일 하게 만드는 법
1 왜 해야 하는지 필요성 알려주기하기 싫어도 양치처럼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이때 하기 싫은 마음에 공감해주고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열린 질문으로 아이 의견을 물어본다고 해서 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해야 할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과장이나 위협적인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안 닦으면 썩어서 내일 치과 가야 해” 같은 말은 아이에게는 거짓말로 들릴 수 있다.
2 아이에게 선택권 주기
일방적으로 시키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언제까지 얼마큼 할지 물어보고 아이의 특성에 맞게 진행하는 게 좋다. 또 그 일을 하는 동안 아이가 미덥지 않더라도 “엄마가 옆에 있어 줄까? 아니면 엄마가 옆에 없는 게 더 좋겠니?” 물어보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이때 “10세 이하의 자녀라면 아날로그 시계로 알람을 맞춰주면 도움이 된다”고 임영주 박사는 조언한다. 자꾸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 보면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하고 싶어진다.
3 작은 성취감 계속 맛보게 하기
하고 싶지는 않지만 참고 했을 때 성취감은 물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아이가 할 수 있는 적정량을 잘게 쪼개고, 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하고 난 후 보람과 기쁨, 성취감을 느껴야 아이가 ‘또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러한 ‘또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자기 효능감으로 연결되는데, 자기 효능감은 아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일을 대할 때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게 하고, 실패하더라도 효능감이 있는 아이들은 회복 탄력성이 높다. ‘못 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사춘기훈육법 #임영주박사 #부모교육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게티이미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