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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엄친아의 반란

글·사진 | 이수진 중국 통신원

입력 2012.04.04 13:37:00

중국판 엄친아의 반란


10년 뒤, 20년 뒤 모습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 최근 ‘나는 용서하지 않겠다(我不原諒)’라는 책을 펴낸 청년이 바로 그렇다. 책 제목에서 생략된 목적어는 중국 교육. 한마디로 제목부터 중국 교육을 용서하지 않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파문을 일으킨 저자, 중다오란(鍾道然)은 전형적인 ‘90허우(90년대 출생 세대)’로 내로라하는 명문 학교인 인민대부중을 거쳐 인민대 경제학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력만 보아서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할 법한 ‘엄친아’가 도발적인 책을 쓰자 언론에서는 ‘90허우 모범생의 반란’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중군은 이 책에서 중국의 교육이 마치 컴퓨터 디스크를 복제하듯 지식을 암기 복제 재생산하는 ‘인간 로봇’을 키워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질문이나 학생들의 답이 모두 판에 박힌 듯 정해져 있는 표준화 교육, 마치 논에 물을 대듯 교사의 생각을 학생들의 머릿속에 주입하는 교육이 결국 본래 다양한 재능과 자질,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비슷비슷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 “나는 생각이 없다. 중국 대다수 학생들과 마찬가지다”라면서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인하고 찾아가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인생의 소중한 청춘을 낭비당했다”고 말한다. 지금의 교육 제도하에서는 상상력, 창조력, 비판 정신을 키우기는커녕 개성을 거세당하고, 또한 충분한 자유, 평등한 대우 등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도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배움의 성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날 수업에 빠지고 광장에 서서 ‘2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판 엄친아의 반란

1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지적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책 ‘나는 용서하지 않겠다’의 표지. 2 3 대학 입학 시험날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학부모들과 시험을 보는 학생들.



“천편일률적인 교육에 어린 시절과 청춘을 빼앗겼다”
경제학에서 어떤 동기 부여도 받지 못한 그는 전공 수업을 작파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6개월 동안 동서고금의 교육 관련 서적 및 외국의 사례, 최신 교육 관련 논문 수천 편을 읽는 한편 자신의 학창 시절을 복기하면서 책을 썼다. 그 책이 바로 ‘나는 용서하지 않겠다’다. 이후 10여 군데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퇴고를 거듭한 끝에 한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였다. 또한 일면식도 없는 인사들에게 원고를 보내 유명한 학자인 이중톈(易中天)과 저명한 교육학자인 류다오위(劉道玉) 등으로부터 추천사를 받았다.
출판사에 따르면 판매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입소문을 타고 각지의 교사 및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한심하게 흘려버린 청춘을 돌려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책을 썼다”는 중군은,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외부의 시선과 기대가 아니라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외국에 가서 예술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엘리트 청년의 치기 어린 반항’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백배 공감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미 중국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중군 역시 “(내가 지적하고 제기한 문제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내가 입 밖에 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중군의 책은 입시 교육의 승자 혹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조차도 결코 행복하지 않은 교육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도 당신은 남들이 다 원하는 명문대에 가지 않았느냐. 배부른 반항 아니냐” 하는 비아냥에 중군은 이렇게 답했다. “다들 쇠창살로 가로막힌 감옥에 있는데 쇠창살이 아니라 금으로 만든 창살이라고 해서 내가 고마워해야 하느냐”라고.

이수진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2010년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6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여성동아 2012년 4월 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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